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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인 9일,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법무부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검찰은 검찰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장관은 장관히 해야 할 일을 해나간다면, 그 역시 권력기관의 개혁과 민주주의의 발전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일이 될 것입니다."

<나라를 나라답게>라는 표제가 붙은 19대 대선 정책공약집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는 '권력기관 개혁'을 '적폐청산' 다음에 놓은 뒤, 권력기관 중에서도 검찰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상정했다. 그래서 그가 말하는 '권력기관 개혁'은 다른 단서가 붙지 않는 한 '검찰 개혁'을 의미한다.

'가이사(로마황제)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는 마태복음 22장 21절을 연상시키는 '검찰은 검찰 일을, 장관은 장관 일을'이란 언급은 조국 장관의 가족 스캔들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나왔다. 권력기관 개혁을 마무리하자면 조국 장관을 발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 뒤, 장관의 가족 스캔들을 꺼내면서 문 대통령은 이렇게 언급했다.

"가족이 수사 대상이 되고 일부 기소까지 된 상황에서 장관으로서 직무 수행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많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이미 엄정한 수사 의지를 행동을 통해 의심할 여지 없이 분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검찰은 검찰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장관은 장관이 해야 할 일을 해나간다면, 그 역시 권력기관의 개혁과 민주주의의 발전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일이 될 것입니다."

문맥상 '검찰이 해야 할 일'은 장관 가족에 대한 수사라고 볼 수 있다. 검찰은 검찰의 일인 그 일을 하고 장관은 장관의 일인 검찰 개혁을 하면 된다는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

'검찰은 검찰 일을, 장관은 장관 일을'이라는 논리는 검찰개혁의 소임을 짊어진 법무부장관이 가족 스캔들로 검찰 수사의 영향을 받게 된 난국을 돌파하기 위한 것이지만, 비슷한 논리가 다소 엉뚱하게 활용된 과거의 사례가 있다. 바로 일제강점기 당시의 일본 검찰과 식민지 한국 검찰의 사례다.

사법대신과 일본 검찰

현행 대한민국 검찰청법 제8조는 "법무부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라고 규정한다. 구체적 사건에는 직접 개입할 수 없다는 제약이 붙기는 하지만, 제8조에 따라 법무부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라는 위상을 갖게 된다.

제국주의 시대의 일본 장관들도 그랬다. 조선왕조에서 갑신정변이 발생한 이듬해인 1885년부터는 사법대신이 그 역할을 수행했다. 처음에는 형부경(刑部卿), 다음에는 사법경이었던 것이 1885년부터 사법대신으로 개칭됐다. 해방 뒤에 미군정이 제정한 검찰청법에 '사법부장'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일본의 사법대신이 미군정기에 사법부장이란 이름으로 남한에 등장했던 것이다.

제국주의 일본에서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는 사법대신이었지만, 사법대신의 권한은 명실상부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일선 검사들이 검사총장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기 때문이다. '겐지소초'로 발음되는 검사총장이란 명칭은 지금도 일본에서 사용되고 있다. 검사들이 '겐지소초'를 중심으로 단결하다 보니 사법대신은 뒤로 밀리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검사총장’이란 표현을 쓰는 일본 검찰. 검찰청 홈페이지에 실린 사진 속 인물은 현재의 검사총장인 이나다 노부오.
 ‘검사총장’이란 표현을 쓰는 일본 검찰. 검찰청 홈페이지에 실린 사진 속 인물은 현재의 검사총장인 이나다 노부오.
ⓒ 일본 검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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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검사들이 검사총장을 중심으로 뭉친 것은 검찰 독립을 위해서였다. 내각의 일원인 사법대신의 간섭을 받게 되면 내각과 총리대신의 간섭까지 받을 수 있게 되어 검찰 독립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래서 사법대신에 대해 배타적 태도를 취했던 것이다.

일본 검사들은 대신의 개입을 차단할 목적으로 '무기'를 물색했다. 그렇게 해서 활용하기 시작한 게 '검사 동일체 원칙'이다. 오늘날의 대한민국 검찰에도 적용되는 이 원칙에 관해 이재상 이화여대 명예교수의 <형사소송법>은 이렇게 설명한다.
 
"모든 검사는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피라미드형의 계층적 조직체를 형성하고 일체 불가분의 유기적 통일체로서 활동한다. (중략) 검사 동일체 원칙에 의하여 단독제의 관청인 검사는 분리된 관청이 아니라 전체의 하나로서 검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검사 동일체 원칙을 구현하고자 현행 대한민국 검찰청법 제7조의2 '검사 직무의 위임·이전 및 승계' 조항은 총장이 일선 검사의 사무를 직접 처리하거나 다른 검사에게 이전시킬 수 있도록 했다. 각급 검찰청 검사장과 지청장 역시 동일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총장 이하의 모든 검사는 동일체로서 한 몸뚱이이기 때문에 특정 사건의 담당 검사가 바뀌어도 아무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발상을 구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이 원칙을 무기로 일본 검사들은 사법대신에게 맞섰다. 사법대신은 자기들처럼 검사가 아니라는 게 그들이 내세운 이유였다. 문준영 부산대 교수의 논문 '한국적 검찰제도의 형성'은 당시 일본의 분위기를 이렇게 소개한다. 한국 검찰의 역사를 다루는 이 논문에 일본 검찰 이야기가 나온 것은 일본 제국주의의 검찰 제도가 식민지 한국을 거쳐 현대 한국에도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당시 일본에서는 천황에 대한 내각의 보필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사법대신이 검찰을 지휘·감독할 수 있다고 이해되고 있었다. 그런데 일부 검찰 이론가들은 이 문제를 검사 동일체 원칙과 결합시켜 이상한 논리를 전개하였다. 재판소구성법의 검사 동일체 원칙에 관한 규정(특히 직무이전과 승계의 권한)에서 사법대신이 언급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법대신이 명백히 검사의 상관이 아니라는 것이다."
- 내일을여는역사재단이 2009년 발행한 <내일을 여는 역사> 제36호.

 
'검사 동일체 원칙'과 사법대신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현행 대한민국 검찰청법은 특정 사건에 대한 담당 권한이 검찰총장 이하의 전 검사 사이에서 상호 승계되고 이전될 수 있도록 했다. 제국주의 일본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검사 동일체 원칙이 구현되고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검찰 독립을 꾀하는 이론가들이 '검사 동일체 원칙에 사법대신은 포함되지 않으므로 사법대신은 검사의 상관이 아니다'라는 논리를 내세울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논리를 이용해 일본 검사들은 '우리 검찰은 검찰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사법대신님은 사법대신님이 해야 할 일을 하시면 됩니다'라는 식으로 사법대신을 왕따시키려 했다.

'검찰은 검찰 일을 하고 장관은 장관 일을 하면 된다'는 문 대통령의 말은 '검찰은 장관 가족의 스캔들을 계속 소신껏 조사하고, 장관은 검찰 개혁에 신경 쓰면 된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제국주의 시대의 일본 검사들은 이 논리를 사법대신을 견제하는 데 활용했던 것이다.

위에서 소개한 현행 대한민국 검찰청법 제8조는 "법무부장관은······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한다. 이렇게 법무부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사실상 개입할 수 없게 된 것은 제국주의 시대 일본 검찰로부터 기원됐다고 할 수 있다.

일본 검사들의 머릿속에서 '사법대신님은 사법대신님의 할 일을 하세요'라는 인식이 힘을 얻어가고 있던 1920년대 후반에 아래와 같은 일이 있었다. 위의 문준영 논문에 나오는 또 다른 대목이다. 검사 동일체 원칙에 따라 일본 검사총장의 위상이 강화된 데 따른 결과를 설명하는 대목이다. 아래 인용문 속의 '공소원'은 2심 재판소다.
 
"이와 같이 검찰 조직 내에서 검사총장의 위상이 강화됨에 따라, 사법대신의 지휘권 행사에도 의문이 제기되었다. 지금까지 사법대신은 공소원 검사장이나 전국의 어느 검사국에 대해서도 직접 명령을 내리곤 하였는데, 1920년대 후반이 되자 구체적 사건에 대한 사법대신의 지휘·감독은 반드시 검사총장을 경유해야 한다는 입법론이 대두하여, 장래의 일본과 한국의 검찰청법의 입법 방향을 예고하였다."
 
'사법대신님은 사법대신님 일을 하세요'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구체적 사건에 대한 사법대신의 직접 개입을 반대하는 입법론이 대두하고, 이것이 당시의 일본은 물론이고 미래의 한국에도 영향을 줘 현행 검찰청법 제8조의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는 규정이 나오게 됐다는 것이다.

검사 동일체 원칙은 대한민국 검찰이 막강한 단결력과 권력을 갖게 된 배경 중 하나다. 이 원칙은 검찰에 대한 정치권력의 개입을 배제하는 순기능을 낳을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보수 정권과 검찰의 유착을 조장하거나 혹은 검찰과 개혁 정권의 충돌을 부추기는 역기능을 낳을 수도 있다.

검찰이 그런 역기능을 낳지 않도록 하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에서 논의 중인 검찰 개혁의 목표다. '검찰은 검찰 일을 하고 장관은 장관 일을 하라'는 말이 '장관님은 장관님 일이나 하세요'라며 검찰 개혁에 저항하는 나쁜 논리로 악용되지 않고, 검찰이 장관 가족을 소신껏 수사하고 장관은 검찰 개혁을 소신껏 추진하라는 선한 논리로 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게 검찰 개혁의 목표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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