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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오후 국회에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기자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국회에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기자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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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림이 없었다. 체력 하난 인정해줘야 한다는 반응도 여럿이었다. 가족과 딸과 관련된 사안 일부를 제외하곤 정중동의 자세였다. 나설 때와 물러설 때를 알고 있었다. 국민 정서와 관련해서는 거듭 "죄송하다"는 사과가 나왔지만, 그 외 대부분의 해명에선 일관성이 도드라졌다. 2일 열린 이른바 '무제한' 기자간담회에서 1대 다(多)로 기자들을 상대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그렇게 국민들 앞에 섰다.

무려 11시간 1박 2일간 진행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기자간담회를 대부분 지켜봤다. 고성도, 삿대질도 없었다. 의도적인 망신 주기도 없었다. 물론 여당 의원들의 지원사격도 없었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법 절차를 통해 이뤄진 국회 청문회가 아니었다.

3시간여 만에 급작스럽게 준비되어서였을까. 끊임없이 반복되는 기존 의혹 관련 질문과 그 속에서 무한 반복되는 엇비슷한 해명의 연쇄가 이어졌다. 그 안에서 확인되는 것은 조 후보자가 보여준 '태도의 정치학', '해명의 일관성', '소신의 투명성'이었다고 할까. 그 11시간 동안 조 후보자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은 아마도 이것일 것이다.

"제가 아까 말씀드렸습니다마는…."

11시간, 1박 2일의 유례 없는 장관 후보자 기자간담회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새벽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마친 후 나서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새벽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마친 후 나서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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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부에 걸쳐 간담회가 새벽까지 이어지자 "10번 이상 답을 드린 것 같다"는 답도 나왔다. 그럼에도 후보자의 폐부를 찌르는 질문은 찾기 힘들었다. 일관된 후보자의 태도와 달리, 다양한 질문을 난사한 기자들의 질문 수준과 자세, 이어진 언론의 보도 행태는 일각에서 조 후보자가 본의 아니게 '언론검증'부터 하게 했다는 관전평을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기자간담회의 결론부터 꺼내보자. 첫째, 자유한국당이 왜 그리 청문회 개최를 미뤘는지를 국민들이 직접 확인하게 됐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수많은 의혹을 제기하고 언론에 자료를 제공하며 단독 의혹 보도를 제공한 한국당이 그 진위를, 해당 증거를 국민들 앞에 소상히 펼쳐내지 않는지를 거꾸로 유추케 했다. 청문회 불발의 책임 공방은 둘째 치더라도 말이다.

둘째, 조 후보자가 백면서생임을 증명하는 자리기도 했다. 그가 "잘 모르겠다"며 사과에 나선 것은 대부분 자식 교육 문제를 포함해 가족의 일이었고, 펀드투자나 재산문제, 웅동학원 관련 의혹을 포함해 경제적인 문제였다. 자신의 전공인 법과 사법개혁과 관련된 주제는 기자들 앞에서 일장 강의를 선보였지만, 그 외 문제에 있어서는 "후보자 지명 전까지 몰랐다"는 해명이 일관되게 이어졌다.

셋째, 한국 언론의 맨 얼굴, 현주소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후보자 지명 이후 대한민국 언론은 받아쓰기 기사를 포함, 몇 주간 수십만 건의 기사를 쏟아냈다. 군소매체 포함 3시간여 만에 이뤄진 기자회견인 건 맞지만, 언론은 조 후보자에게 기존 제기된 의혹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3일까지 '한국기자질문수준', '근조한국언론근조'이란 검색어가 포털을 장식한 이유다.

물론 유의미한 순간도 적지 않았다. 조 후보자에게 쏟아진 전무후무한 언론 보도, 의혹 보도만큼이나 고위공직자가 자처한 11시간 무제한 기자간담회 자체가 전례 없는 사건 아니었던가. 그중 주목할 만한 몇 장면은 이랬다. 그 장면들은 물론 앞서 열거한 세 가지 존재 이유를 증명하고 있었다.

돋보였던 일관성
 
참여연대 "국가기관 대선개입 해도해도 너무한다" 참여연대 회원들이 국가기관 대선개입을 규탄하며 9일 오후 서울 을지로5가 훈련원공원에 집결해 범국민촛불대회가 열리는 서울광장까지 '민주주의 되찾기 거리행진'을 준비하고 있다. 조국 교수가 거리행진에 앞서 미니강연을 하고 있다.
 조국 후보자는 박근혜 정권 당시 국가기관 대선개입을 규탄하며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2013년 11월 9일 을지로 5가 훈련원 공원에 집결한 시민들 앞에서 미니강연을 하고 있는 장면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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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청년에게 할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어진 조 후보자의 답은 이랬다.

"금수저면 항상 보수로 살아야 됩니까? 강남에 살면 항상 보수여야 합니까?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금수저이고 강남에 살아도 우리 사회와 제도가 좀 더 좋게 바뀌었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가 보다 공평했으면 좋겠다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금수저라고 하더라도 제도를 좋게 바꾸고 우리 후손 다음 세대에는 어떤 사회가 됐으면 좋겠고 이런 생각도 할 수 있고 그런 꿈도 꿀 수 있고 저는 그렇게 해왔습니다."

"세상에서 저를 강남좌파라 부르는 것도 맞습니다"라고 전제한 것, "김용균씨"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면서 "비난 받아 마땅하다"며 그들의 고통을 "10분의 1도 모를 것"이라고 자책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어 공평한 사회를 열망하는 소신과 고민을 펼쳐냈는데, 같은 맥락에서 국민 정서와 관련돼 자신에게 쏟아진 비판과 그로 인한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이렇게 답했다.

"제가 평생을 거의 이 자리에 오기 전까지 평생을 공적인 인간으로서 해왔던 그것을 마무리는 해야겠구나라는 생각 때문에 와 있는 것입니다. 돈을 더 벌겠다, 자리를 더 탐하겠다는 생각이라면 여기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 점을 이해해 주시라. 물론 부족할 것입니다.

제가 장관이 될지 안 될지 모르겠습니다마는 장관이 되어서 잘 안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겠습니다. 제가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데까지는 다 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힘이 부치면 조용히 물러나겠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거취 표명을 얘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11시간 동안 늘 당당할 수만은 없었다. 지속적으로 사과와 사죄가 이어졌고, "잘 모르겠다", "확인해 보겠다", "송구하다"는 발언도 계속됐다. 주로 펀드 관련 의혹이나 웅동학원의 채권 등 재산이나 투자 관련 답변에서 특히 그랬다. 이를 반영하듯, <경향신문>은 이날 1면 톱으로 <"없었다", "몰랐다" …조국의 '해명회'>란 헤드라인을 뽑았다.

하지만 개별 언론사들이 다채롭게 쏟아낸 질문에도 불구하고, 조 후보자의 이날 해명은 기존에 내놓은 반박이나 해명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일부 기자들은 증인을 신청하거나 증거를 확보할 수 없는 간담회의 성격 자체를 성토하고 나섰지만, 그럼에도 새롭게 불법이나 위법의 정황이 제시된 것은 없었다.

시각에 따라 '해명회'라고 비판할 여지도 충분했다. 그래서 더 두드러지는 것은 후보자의 일관성이었다. "성실의무 위반"을 거론한 웅동학원 이사회 참석 여부나 IMF 이후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는 동생의 재산 관계 인식 여부, 펀드 투자 관여 여부 역시 동일한 수준의 해명이 이어졌다.

투자나 재산 관련해서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거나 대부분 아내가 관여했다는 해명도 마찬가지였다. 대신 금융 거래 기록이나 회의록 등 관련 증거가 명확한 부분에서는 "확인해 보면 아실 것", "검찰 수사로 밝혀질 것"이라며 비교적 당당하게 대응했다. 2부 이후 차별금지법과 같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직무 관련 질문에 있어서는 원론적인 수준을 반복하기도 했지만 대체로 차분하고 세세하게 답을 이어갔다.

과연 청문회였다면 어땠을까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장면들이었다. 의원들이 증거를 들이대고 증인까지 나섰다면, 사정이 많이 달라졌을까. 한국당 등 보수야당이 제기한 폭로성 의혹을 단독으로 보도한 언론도 다수였다. 서로 '감정'이 증폭될 순 있었겠지만, 조 후보자의 해명이 크게 달랐을지는 의문이다.

그래서였을까. 소셜 미디어와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이례적으로 장관 후보자에게 자유롭게 질문한 일선 기자들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됐다. 이날 아마도 가장 많은 카메라 플래시 사진이 터진 장면 역시 조 후보자가 언론을 향해 "그래야만 하는가"라고 반문하고 읍소할 때였다.

언론을 향한 호소
 
울먹이는 조국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녀 관련 답변도중 울먹이고 있다.
▲ 울먹이는 조국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녀 관련 답변도중 울먹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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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비난해 주십시오. 그리고 지금 제가 어느 언론사인지 모르겠습니다마는 제  집 앞은 괜찮습니다. 그런데 딸아이 혼자 사는 집 앞에 야밤에는 가주지 말아주십시오. 밤에 입장 바꿔놓고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어떤지. 저희 아이가 벌벌 떨면서 안에 있습니다. 그렇게 생활해야 되는 것이 맞습니까? 부탁드립니다. 제가 언론인 여러분께 정말 이건 부탁드립니다. 저를 비난해 주십시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장면 중 하나가 조 후보자의 언론을 향한 읍소였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상징적일 수밖에 없었다. 조 후보자는 이날 딸과 가족에 대한 과도한 취재를 거둬달라고 호소하는 와중에 밤늦게 딸의 집 앞까지 찾아가 취재를 종용했다는 언론사 기자 이야기를 꺼냈다. 즉각 '인권침해', '폭력'이란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그간 조 후보자 가족을 향한 신상털기에 매진한 한국당과 일부 언론을 향한 직접적인 토로였다.

물론 이 한 장면이 전부는 아니었다. 이날 일부 기자들은 기존 의혹과 관련해 타 기자의 질문과 중복되더라도 자기 질문만 끝까지 밀어붙이는 '기자정신'(?)을 자랑했다. 이미 해명이 끝났거나 의혹이 해소된 사안에 대한 질문도 여럿이었고, 부실한 팩트에 의거하거나 본인 스스로도 확인이 안 된 사실을 무리하게 묻는 기자도 부지기수였다. 대놓고 조는 기자도 포착되는 등 다소 무례한 태도가 고스란히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기존 의혹을 반복하거나 자기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한 기자들에 대한 지적도 적지 않았다. 그 지난달 8일 후보자 지명 이후 전무후무한 수십만 건의 보도를 쏟아낸 언론사들은 조 후보자를 곤혹스럽게 할 '카운터 펀치'를 날리지 못했다. 

도리어 이날 SBS <8뉴스>는 <추가 질문 어렵고 답변 무제한…조국만 유리한 형식>이란 기사를 통해 기자간담회 자체와 형식을 비판했다. 이날 지상파 3사와 종편 역시 비판적인 기조를 유지했고, 대다수 일간지들의 사설은 '조국 성토'에 매진했다. 조 후보자의 요청으로 이뤄진 급작스런 기자간담회가 불러온 예견된 논조라고 할까. 

그리하여 이날 기자간담회는 역설적으로 국회 청문회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증명하는 자리가 됐다. 일부 기자들의 토로대로, 법의 테두리에서 야당의 '증거'를 근거로 한 공세와 의혹 제기, 그에 대응하는 조 후보자와 여당의 제대로 된 반격을 국민들이 생중계로 확인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비록 사모펀드나 웅동학원 채권 관련해서는 검찰 수사로 공은 넘어간 상태다. 하지만 그러한 공세에 대응하는 조 후보자의 '태도'에서 후보자로서의 '자격'을 판단할 국민들도 적지 않을 테다. 그것이야말로 청문회를 요구하는, 청문회를 필요로하는 진짜 '국민정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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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