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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강원도교육청이 공개한 '2020학년도 평준화 일반고 배정, 선지원 후추첨 실시' 보도자료
 지난 2일 강원도교육청이 공개한 "2020학년도 평준화 일반고 배정, 선지원 후추첨 실시" 보도자료
ⓒ 강원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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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강원도교육청이 2020학년도 강원도 평준화 지역 일반고 학생 배정방식을 현행 '원거리 배제 무작위 추첨'에서 '선지원 후추첨'으로 전환했다. 이것은 학교 간 서열을 없애고 다양한 학생들이 서로 어울리게 하겠다는 평준화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정책 방향의 전환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공청회 한 번 거치지 않았다.

평준화 정책은 단순히 학생 배정방식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고등학교 교육을 어떻게 규정할 것이냐, 공교육의 본질을 어떻게 볼 것인가와 밀접하게 닿아 있다. 평준화는 공교육의 본질인 기회균등, 평등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이다. 그야말로 '모두를 위한 교육'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강원도는 2011년 도민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70.3%의 찬성에 힘입어 평준화 제도를 시행하게 되었다. 2013년 춘천, 원주, 강릉 지역 고등학교 신입생부터 도입했다. 지금까지 평준화 제도는 비교적 잘 운용됐다. 학교 간 서열이 크게 완화되었으며, 무엇보다 학생들을 비롯한 학부모, 교사들의 학교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이러한 평준화 효과는 '원거리 배제 무작위 추첨'을 유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강원도는 '선지원 후추첨'제를 시행하고 있는 다른 시·도와 달리 '원거리 배제 무작위 추첨'을 채택했다. 인구 규모와 역사적 배경이 독특하기 때문이며, 늦게 시작하는 만큼 교육적 고려도 충분히 담았기 때문이다.

강원도 평준화 실시 지역인 강릉, 원주, 춘천은 타 시·도 평준화 도시보다 인구 규모가 작다. 또한, 매우 오랫동안 비평준화를 시행했기 때문에 학교에 대한 선호도 차이가 강하게 남아 있다. 특히 강릉은 이전까지 한 번도 평준화를 실시해 본 적이 없었다. 평준화 효과를 최대로 높일 수 있는 교육적 방안을 고민한 결과였다.

결과도 정반대이고 진행 과정도 전혀 다르지만, 2020학년도 신입생 배정방식을 정하는 지금 상황은 2019학년도 신입생 배정방식을 정하던 2017년 상황과 매우 비슷하다. 일부에서 학생들의 선택권 확대를 이유로 고등학교 배정방식 전환을 요구했다.

강원도교육청은 산하 연구기관인 강원도교육연구원을 통해 '강원도 고교평준화 지역 학생 배정방식 타당성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진행 과정에서 학부모, 교사, 학교운영위원 등이 참여하는 공청회도 춘천, 원주, 강릉에서 실시했다. 1년이라는 기간 동안 연구와 공청회 등 여론 수렴 과정이 이어졌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2018년에 배정방식을 확정했다.

"진일보한 정책"이라고 자화자찬하는 강원도교육청

그런데 2020학년도 신입생 배정방식을 정하는 과정은 지나치게 신속하고 조용히 이루어졌다. 2019년 9월에 발표해야 하는 배정방식에 대한 연구용역을 4월에 발주했다. 연구용역 과제 이름도 '배정방식 타당성 검토'가 아닌 '선지원 후추첨 배정방법 개발'이었다. 이후 지역 공청회나 토론회를 한 번도 거치지 않았다. 누가 봐도 갈 길을 정해놓고 졸속으로 진행하는 정책 추진이다. 기간도 훨씬 짧아졌고 과정도 생략했다.

갑자기 2019년 3월에 담당 부서에서 '선지원 후추첨'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과정도 석연치 않다. 2018년까지 공식적으로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다. 배정방식은 2018년 교육감 선거 과정에서도 전혀 쟁점이 되지 않았다. 선거가 끝나고 공약을 갈무리하여 11월에 발표한 '3기 교육감 공약 추진 계획'에도 평준화 지역 고등학교 신입생 배정방식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2019 주요 업무 추진 계획'에도 '선지원'이나 '배정'이라는 단어조차 언급되어 있지 않다. 전혀 계획에 없던 정책이 갑자기 툭 튀어나왔다. 정상적이고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강원도교육청은 2일 보도자료에서 기존 배정방식은 "비평준화 시절보다 특정학교 선호도 및 학교 간 교육격차를 줄이는데 크게 기여했지만, 통학 불편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있었다"고 배정방식 전환 배경을 밝혔다. 교육격차 해소는 평준화의 주요 목표이다. 통학불편 해소는 배정방식과 상관없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바로 강원도교육청이 2017년 용역을 맡겼던 연구보고서 결론에는 타 시·도 배정방식과 비교했을 때 강원도의 배정방식인 '원거리 배제 무작위 추첨'이 평준화의 본래 취지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제도라고 했다.

무엇보다 '선지원 후추첨' 배정방식이나 근거리 배정, 성적균등 방식으로 배정방식을 바꾸는 것은 논란이 일고 있는 원거리 통학, 학생 선택권 보장을 해결하지 못한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리고 '선지원 후추첨'을 도입할 경우 특정 학교에 대한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원도교육청은 1년 전 결정, 2년 전 자신들이 '원거리 배제 무작위 추첨' 유지의 근거로 활용했던 연구보고서 내용을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완전히 무시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사이 어떤 중대한 상황 변화가 있었는지, 왜 논리가 바뀌었는지 전혀 설명하지 않고 있다.

다만 '선지원 후추첨'이라는 방향을 정해서 맡긴 연구용역 결과 일부만을 제시하고 있다. 심지어 보도자료에서 "진일보한 정책"이라고 자화자찬하는 후안무치를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강원도 교육청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진보의 핵심 가치는 민주주의이다. 민주주의 수준은 구성원들의 의견을 어느 정도 잘 반영하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강원도교육청의 이번 평준화 일반고 배정방식 변경은 구성원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비민주적이고 독선적 결정이다. 그리고 교육적이지도 않다. 수많은 도민들이 피땀을 모아 만들어 놓은 평등교육의 씨앗을 내팽개치는 결정이다.

도 교육청 보도자료에서 담당 과장은 "일선 학교에서 혼란이 없도록 다각적인 홍보활동을 펼치고 9월 중 지역별로 학부모 설명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순서가 한참 잘못됐다. 오만한 관료들이 보이는 전형적인 행태다. 4대강을 추진하던 이명박 정부에서 그랬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던 박근혜 정부에서도 그랬다. 결정하기 전에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는 것이 먼저다.

도 교육청에 묻는다. 많은 학교 구성원들이 통학여건을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학교 민주주의를 확대해 학교 문화를 혁신하라고 주문했다. 그런데 그동안 도 교육청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그 모든 책임을 배정방식에 떠넘긴다고 도 교육청의 책임이 없어지지 않는다. 이제라도 잘못된 결정을 사과하고 되돌려야 한다.

한 가지 더 우려스러운 것은 강원도교육청의 평준화 일반고 배정방식 전환 주요 논리에 교육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평등한 교육기회가 선택에 밀리고 있다. 평준화를 반대하는 세력의 주된 논리적 근거도 선택권 강화였다. 실제로는 많은 사람들, 특히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들의 선택권을 보장하지 못하면서도 선택권을 강화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이 '신자유주의 통치성'의 특징이라는 점도 아이러니하다.

덧붙이는 글 | ‘선지원 후추첨’ 제도가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지는 다음 글에서 검토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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