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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책을 읽지?' 요즘 계속 내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며 나를 괴롭히는 질문이다. 책을 왜 읽느냐고 묻는다면, 그야 물론 재미있어서 읽는다. 나에게는 유튜브나 영화보다 책이 익숙하고 재미있으니까.

생각해보면,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나는 항상 무언가를 읽고 있었다. 꽤 오랫동안 끊임없이 책을 읽어왔는데도, 꼭 한 번씩은 갑자기 길을 잃은 것처럼 막막해지곤 한다. '이런 식으로 읽는 게 맞는 걸까?' 왠지 한 발짝도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하고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만 같다. 

이런 건 누구에게 물어보기도 애매하고, 설령 물어본다고 해도 돌아오는 답도 시원찮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럴 때는 남들은 어떻게 책을 읽고 있나, 뒤적뒤적 독서법에 관한 책들을 찾아보곤 한다. 생각보다 독서법에 관한 책들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는 걸 보면서, 이런 고민을 나만 하는 건 아닌가 보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책은 꼭 끝까지 읽어야 하나요?>, 변대원 지음, 북바이북(2019)
 <책은 꼭 끝까지 읽어야 하나요?>, 변대원 지음, 북바이북(2019)
ⓒ 박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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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와중에 <책은 꼭 끝까지 읽어야 하나요?>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묻고 싶은 게 그것이다. 이 책의 저자 변대원은 현재, 기획회사 인사이트브릿지와 <세상에서 가장 작은 서점, 사이책방>을 동시에 운영하며 독서법, 기업가를 위한 독서, 인생학교, 창업 컨설팅 등 다양한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모든 책을 꼭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하는 걸까? 나는 책에 대한 어떤 강박이 있어서 책이 적혀 있는 모든 글자를 다 읽어야만 직성이 풀린다. 그렇지 않으면 뭔가 찝찝한 마음에 사로잡혀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허둥대기 일쑤다. 기어이 다시 책을 펼쳐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다 읽어내야 마음이 편해진다. 재미없거나 나에게 별 유익하지 않은 내용이라도 억지로 꾸역꾸역 읽는다. 도대체 왜?

"한 번에 제대로 읽고, 다시는 안 보려고."

<책은 꼭 끝까지 읽어야 하나요?> 속에서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머리통을 한 대 세게 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정답이다. 한 번 읽고 다시는 안 읽으려고. 다시 읽을 생각은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한 번 읽을 때 억지로라도 꼼꼼하게 읽으려고 했던 것이다. 세상에 재미있고 유익한 책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마당에, 이 무슨 시간 낭비, 기력 낭비란 말인가.
 
많은 분이 '정독'이라는 한 가지 독서 방법밖에 모르다 보니 독서하면 모두 그 방법만 떠올립니다. 속독이나 간독, 발췌독 등을 '그건 제대로 된 독서가 아니야'라고 오해하게 되는 거죠. 당연히 모든 책을 속독으로만 읽거나 발췌해서만 읽으면 제대로 된 독서가 아니겠죠.

그와 마찬가지로 모든 책을 정독으로만 읽은 것 역시 제대로 된 독서가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책을 빨리 읽고 싶다고 말할 때 그 마음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금 읽고 있는 책을 정독 모드로 빨리 읽고 싶다'일 거예요. 책에 따라 상황에 따라 독서 모드는 달라져야 합니다. (80쪽)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은 이렇다. 처음에 책을 탐색할 때는 빠르게 속독 하고, 그러다가 괜찮다 싶으면 목차를 보고 끌리는 부분을 골라 그 부분만 읽어본다. 그런 식으로 여러 분야의 책을 빠르게 읽을 수 있다. 그중 관심이 가고 더 알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그 분야의 책을 여러 권 갖다 놓고 깊이 읽어나간다. 이런 독서법을 'T자형 독서'라고 한다. 한마디로 '넓고 깊게' 읽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서점과 도서관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법도 살짝 알려준다.
 
서점이 '뉴 페이스'들을 만나는 공간이라면, 내가 몰랐던 역대급 만남을 가질 수 있는 곳은 바로 도서관입니다. 낯선 책과 '썸'을 타는 공간으로는 서점이, 익숙한 책과 밀애를 즐기는 공간으로는 도서관이 제격이에요. 서점에는 덜 마른 잉크 냄새 같은 새 책 고유의 향이 있죠. 반면 도서관에는 손때 묻은 책들 위로 쌓인 먼지를 몇 번이고 털어낸 것만 같은 세월의 냄새가 납니다. (146쪽)

나는 여태껏 '정독' 밖에 모르는 사람처럼, 모든 책을 정독하고 있었다. 그러니 책 읽는 속도도 더디고, 읽을 건 많은데 속도가 안 나니 마음이 초조해지고, 그러다 보니 집중이 안 되고, 그러니 속도가 더디고… 이런 악순환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부담 없이 편한 마음으로 대충 훑어 읽기도 하고, 내 맘대로 골라 읽기도 하고, 천천히 읽기도 하고, 좋은 문장은 따라 써보기도 하면서, 자유롭게 장난감 갖고 놀듯이 책을 읽어보자. 읽다가 재미없으면 과감히 덮어 버리고, 다른 책을 읽어도 좋다. 세상에 재미있는 책은 많고, 언젠가는 대충 읽었던 그 책을 다시 읽고 싶어지는 날도 있을 테니.

그런데 잠깐,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책 말고도 유튜브, 모바일 게임, 영화, 재미있는 것들이 넘쳐나는데 말이다. 확실히 책은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재미를 느끼고, 익숙해지기까지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진입장벽을 넘는 순간부터 책은 대체 불가의 놀이가 된다. 그때부터는 읽지 말라고 해도 저절로 읽게 되는 것이다.

나는 유튜브나 영화를 보는 게 오히려 힘들다. 영화를 본다고 치면, 두 시간 내내 가만히 앉아서 영상을 쳐다보고 있는 행위 자체가 힘들다. 영상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장면들이 흘러가기 때문에 잠시 멈춰서 골똘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기가 어렵다. 영상을 보다가 번뜩, 어떤 생각이 든다고 해도 대게는 그냥 흘려보내기 일쑤다.

하지만 책은 그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게다가 밑줄이나 메모처럼 표시도 할 수 있으니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잡아채서 깊이 생각해보기가 가능해진다.

앞 장면 다시 보기도 마찬가지다. 영상을 보다가 다시 되감아 앞 장면을 보는 건 아무래도 번거롭다. 하지만 책을 읽을 때는 다르다. 힘들이지 않고 마음에 드는 부분은 몇 번이든 원하는 만큼 다시 읽을 수 있다. 버튼을 이것저것 누를 필요도 없이 그저 눈동자만 살짝 움직이거나, 손가락으로 책장을 휘릭, 한번 넘기기만 하면 된다.  

그런 점에서 독서는 능동적인 행위이다. 다시 읽고, 때로는 멈춰서 생각하기도 하면서 사유의 깊이가 생기고, 나의 생각이 형성된다. 대화하듯 작가와 나 사이에 '핑퐁 게임'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소설의 경우에도 내 마음대로 주인공들을 캐스팅할 수 있고, 머릿속에서 원하는 모습으로 연출할 수 있다. 감독이 상상하고 연출한 결과를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다.
 
책은 결코 답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내가 답이라고 생각한 것을 깨트리는 경우가 더 많죠. 나아가 작가가 말하는 답이 나에게는 답이 아닐 가능성도 높아요. 그와 내가 살아온 인생이 전혀 다르게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삶이 달라지는 준비 역시 독서를 통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작은 지식들은 작은 생각의 변화를 낳고, 그 작은 생각들은 작은 행동의 변화를 낳으니까요. 그런 생각과 행동의 변화들이 축적되어 임계점을 넘을 때 우리는 어느 순간 극적인 변화를 체험합니다. (98쪽)

그렇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수시로 얻어맞고, 내가 옳다고 믿었던 것들이 단번에 와장창 깨지는 경험을 한다. 그 과정에서 나는 조금씩 성숙해진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나의 생각을 계속 무너뜨리고 다시 세우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책을 통해 다양성을 학습하고 세상을 보는 넓은 시야를 형성해나가는 것이다.

변대원의 <책은 꼭 끝까지 읽어야 하나요?>를 읽고 나니 오래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듯 기분이 상쾌해진다.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나의 독서 습관을 점검해 볼 수 있었다. 이제 한동안 책을 읽으며 막막해지는 일은 없을 듯하다. 아, 이제야 속이 후련하다.
 

책은 꼭 끝까지 읽어야 하나요? - 내 맘대로 읽어도 술술 읽히는 독서의 비밀

변대원 (지은이), 북바이북(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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