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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에서 임진각까지 608km를 완주한 참가자와 지도자들
 창원에서 임진각까지 608km를 완주한 참가자와 지도자들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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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에서 임진각까지 7박 8일간 한국YMCA 청소년 통일자전거 국토순례 연재를 마무리하면서 전국에서 참가한 150명 중 남다른 사연이 있는 참가자들을 소개합니다. 2005년부터 시작된 한국YMCA 청소년 통일 자전거 국토순례는 매년 40~70여 명의 실무자와 자원지도자들의 참여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15회의 국토순례 중에 9년 이상 지원팀으로 참가한 실무자들이 있고, 참가자를 거쳐서 자원지도자로 8번째 참가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모두 국토순례에 중독된 참가자들이지요. 올해만 해도 17명의 청소년이 국토순례 다섯 번 완주를 기념하는 그랜드슬램 기념패와 기념 저지를 받았습니다.

실무자와 지도자 중에서도 다섯 번 이상 국토순례에 참가해 그랜드슬램 기념패와 기념저지를 6명이 받았습니다. 실무자, 지도자, 참가 청소년 포함해 모두 23명이 올해로 다섯 번 이상 국토순례를 완주 한 것입니다. 매년 국토순례 참가자 중에는 그랜드슬램을 목표로 하는 청소년들이 많이 있습니다. 두 번, 세 번 참가하는 청소년들은 대부분 다섯 번 완주하여 그랜드슬램을 하고 싶어 합니다.

처음 참가하는 청소년들은 1년 후 두 그룹으로 나뉩니다. 한 그룹은 한 번 완주하고 나서 "두 번 다시 이런 고생은 안 한다"는 그룹입니다. 다른 한 그룹은 "내년에도 꼭 참가한다"는 그룹입니다. 이쪽 그룹은 대체로 그랜드슬램을 목표로 여러 번 참가하게 됩니다. 
  
 다섯 번 참가, 다섯 번 완주로 올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17명의 참가자들
 다섯 번 참가, 다섯 번 완주로 올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17명의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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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도 꼭 참가할래요", 왜?

그랜드슬램 참가자들은 국토순례 마지막 날에 '그랜드슬램'이 선명하게 새겨진 하얀색 기념 저지를 입고 '보무도 당당하게' 라이딩을 하게 됩니다. 응원하는 사람들도 감동이지만 당사자가 느끼는 감동이 제일 클 것입니다. 15회를 맞이한 올해에는 참가자로 그랜드슬램을 마치고 자원지도자로 참가한 친구들이 유난히 많았습니다. 로드가이드로 참가자들과 같이 자전거를 탄 친구들도 있고 진행팀, 홍보팀, 프로그램팀, 총무팀 등에서 봉사한 자원지도자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뭐니뭐니해도 7박 8일 일정 동안에 가장 눈에 띈 참가자는 '부자가 함께' 참가한 경우였습니다. 원칙적으로 한국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에는 청소년들만 참가할 수 있습니다. 가끔 어른들이 참가자로 참여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들이나 딸과 함께 참가하는 어른에게만 예외적으로 허용됩니다. 올해도 아빠와 아들이 함께 참여한 두 가족이 있었습니다. 
 
 임진각까지 완주에 성공한 서정욱, 서현준 부자
 임진각까지 완주에 성공한 서정욱, 서현준 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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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엔 제주도로... 내년엔 삼부자가 같이 달릴 겁니다"

한 가족은 마산에서 참가한 서정욱(47), 서현준(11) 부자입니다. 서정욱씨는 몇 년 전부터 YMCA국토순례에 아들과 함께 참여하려고 벼르고 있다가 올해 드디어 아들과 함께 참가하였다고 합니다. YMCA 자전거 국토순례에 부자가 함께 참여하는 가족들을 보면서 나중에 아이와 같이 가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랐고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해' 여름 휴가를 국토순례로 보내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내에게 아들과 자전거 국토순례에 가겠다고 했을 때 처음엔 설마설마했어요. 참가 신청하고 참가비도 보냈다고 하니 한의원에 보약을 지으러 가자고 하더라고요. 덕분에 국토순례 오기 전에 보약도 먹고 아들과 함께 연습도 많이 하고 참가했습니다." - 서정욱

"엄마가 저는 걱정 안 한다고 했어요. 아빠가 걱정이라고 하면서 아빠 잘 챙겨주라고 했어요." - 서현준


실제로 몸이 가벼운 현준이는 한 번도 버스 찬스를 쓰지 않고 국토순례 전 구간을 완주하였습니다. 아빠 서정욱씨는 딱 한 번 '버스 탑승 찬스'를 쓰고 국토순례 전 구간을 완주하였습니다. 통풍을 앓고 있는 그는 발가락이 찌릿찌릿한 느낌이 있어 한 구간을 쉬었다고 했습니다. 서씨는 "아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어 기쁘고 의미 있다"며 소회를 밝혔습니다. 

겨울엔 작은아들과 함께 제주도 일주에 도전할 생각이라고 하였습니다. 내년에는 두 아들과 함께 삼부자가 16회 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에 참여하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었습니다.  
   
 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에 참가한 오성진, 오도헌 부자
 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에 참가한 오성진, 오도헌 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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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던 요즘 청소년 세계를 제대로 체험해봅니다 

다른 한 가족은 의정부 YMCA 소속으로 참가한 오성진(50세), 오도헌(14세) 부자입니다. 중학생 아들과 함께 참가한 오성진씨는 "아내의 추천으로 아들과 함께 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에 참가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매일 매일 자전거 타는 게 힘들지 않으냐고 묻자 "원래 자전거를 탔었기 때문에 자전거 타는 건 많이 힘들지 않은데 숙소에서 청소년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힘들었다"고 하더군요.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불편한 잠자리 때문에 힘든 것이라고 짐작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아이들 말이 참 거칠어요. 라이딩을 마치고 아이들과 지내면서 아이들이 사용하는 거친 말을 계속 듣는 것이 힘드네요. 제가 몰랐던 요즘 청소들 세계를 정말 제대로 체험하는 것 같습니다."

아들 도헌이는 아빠 걱정을 먼저 했습니다. "나는 자전거 타는 게 힘들지 않고 충분히 완주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빠는 힘들어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국토순례에 참가하는 청소년들 대부분은 평소에도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하고 즐기는 아이들입니다. 더군다나 회복력까지 빠르니 함께 온 아빠들이 아이들을 쫓아가기가 쉽지 않은 것이지요. 
 
 2년째 직장에 휴가내고 국토순례 자원지도자로 참가한 이창성씨 (왼쪽)
 2년째 직장에 휴가내고 국토순례 자원지도자로 참가한 이창성씨 (왼쪽)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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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에서 휴가내고 온 자원지도자

사연을 들어보면 놀라운 참가자들이 많이 있습니다만 직장에 휴가를 내고 지도자로 참가한 두 사람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마산YMCA 소속으로 참가한 이창성(26)씨는 직장 생활 3년차입니다. 이창성씨는 대학 시절 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에 처음 지도자로 참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국토순례 지도자 활동도 못하게 될 거라고 예상하였지만, 직장생활 2년차였던 지난해에도 휴가를 내고 국토순례에 지도자로 참가하였습니다. 직장 생활 3년차인 올해도 회사 일 때문에 하루를 빠졌지만 이씨는 나머지 기간을 모두 지도자로 참여하였습니다. 지난 2년 동안 그의 여름 휴가는 오롯이 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 봉사로 채워졌습니다. 

이씨는 올해 다섯 번째 참가와 완주로 그랜드슬램 인증서와 기념 저지를 받았습니다. '그랜드슬램 저지를 입었으니 내년에는 안 오겠네'하고 물었더니 그는 "내년에도 휴가만 맞으면 참가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무엇이 너를 국토순례로 끌어당기냐'고 재차 묻자 "사서 고생하러 오는 아이들이 좋아서"라고 하더군요. 이어 "먹는 것 자는 것 아무 신경 안 쓰고 아이들과 자전거만 타면 되는 일주일이 진짜 고생스럽기도 하지만 행복하기도 하다"더군요. 

직장에 휴가를 내고 참가한 지도자가 또 한 명 있습니다. 권병수씨는 직장이 라오스에 있습니다. 한국에서 관광학을 공부한 권병수씨는 지난해 가을부터 라오스에서 현지 가이드로 일하고 있습니다. 라오스로 떠나기 전 3년 동안 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를 함께 했던 지도자였지만 올해는 참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7월 초에 연락을 했더니 YMCA 국토순례 시작 며칠 전에 한국으로 휴가를 나온다고 하더군요. 라오스 관광은 겨울이 성수기이기 때문에 여름에 한국으로 휴가를 나온다고 하였습니다. 설마 휴가와서 참가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일정을 맞춰보겠다고 하더군요. 
 
 라오스에서 관광 가이드 일을 접고 국토순례에 참가한 권병수씨(맨 오른쪽)
 라오스에서 관광 가이드 일을 접고 국토순례에 참가한 권병수씨(맨 오른쪽)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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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중순에 국내로 들어온 권병수(26)씨도 이번 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에 지도자로 참가하였습니다. 1년 동안 자전거를 안 타서 걱정이라고 했지만 막상 국토순례 현장에서는 자전거를 안 탔다는 것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완벽하게 참가 청소년들을 지원하였습니다. 

이들을 자원지도자라고 부르는 것은 돈 받고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자원해서 봉사자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직장을 가진 청년들이 휴가를 내고 '고생하는 청소년'들을 돕기 위해 매년 여름마다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지요. 

권병수씨는 올해 4번째로 자전거 국토순례에 참가하였습니다. 내년에도 와서 그랜드슬램 해야지 하고 물었더니 "아직 알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그랜드슬램은 하고 싶지만 내가 하는 일이 우선이니까 지금은 뭐라고 말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다만 시간만 맞는다면 내년에도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고 그랜드슬램도 달성하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무엇 때문에 이들은 자전거 국토순례에 중독자가 되어가고 있을까요? 대부분 비슷한 대답을 합니다. "우선 자전거 타는 것이 좋아서 그리고 같이 고생하면서 힘들게 자전거를 타거나 지원팀을 맡아서 고생한 사람들이 좋아서"라고 말합니다. 당연히 보람도 있었겠지요.

무엇보다도 7박 8일 동안 자전거 국토순례에서 함께 고생하고 나면 '의리' 같은 것이 생기는데, 그 '의리' 때문에 배신하지 못해서 고생할 줄 알면서도 다시 오게 된다는 것입니다. 내년 여름에도 '의리' 때문에 배신하지 못하는 그들과 다시 함께하였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제 개인 블로그에도 포스팅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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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에서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