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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6일 오후 4시 42분]

민언련은 2019년 5월부터 5개월간 시범적으로 성평등과 이주민에 대한 허위조작정보나 혐오표현과 관련된 유튜브 게시물을 모니터하고 있습니다. 그 다섯 번째 보고서에서 국제결혼중개업체가 국제결혼을 광고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을 살펴봤습니다.

국제결혼중개업체의 유튜브 채널을 모니터한 계기는 지난 7월 초 남편이 결혼이주여성을 폭행하는 영상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결혼이주여성을 향한 가정폭력 문제에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었기 때문입니다. 가정폭력이 발생하는 여러 원인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국제결혼중개업체의 '성상품화' 광고에 근본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중개업체의 광고가 결혼할 상대를 마치 마트에 전시된 상품처럼 홍보하면서 결혼 상대를 '물건'처럼 보이게 만들고, 이런 인식이 가정폭력의 한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민언련은 국제결혼업체의 성 상품화 광고의 실태를 알기 위해 국제결혼업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모니터했습니다. 모니터 대상은 유튜브에서 '국제결혼' '동남아 여성' '이주여성' 등의 키워드로 검색해서 찾은 국제결혼업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25개입니다. 이곳에 1월 1일부터 7월 10일까지 약 7개월간 올라온 4515개의 영상 중 518개의 영상을 임의 추출해 모니터했습니다.

사람을 상품처럼 나열하는 국제결혼중개업체

한 국제결혼중개업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A'는 결혼이주를 희망하는 여성들을 상품처럼 전시해 놓고 있었습니다. 아래는 해당 업체 유튜브 화면을 갈무리한 것입니다. 이 채널에서 이 같은 영상은 2019년 1월 1일부터 7월 10까지 526개가 올라와 있습니다.
 
 한 국제결혼중개업체가 운영하는 유튜브 A채널 화면 갈무리
 한 국제결혼중개업체가 운영하는 유튜브 A채널 화면 갈무리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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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국제결혼업체는 이렇게 여성을 나열하는 방식으로 국제결혼을 홍보하고 있었습니다. '결혼중개업 관리법'에 1명의 남성이 여러 명의 여성을 동시에 본 뒤 마음에 드는 여성을 '찍는' 방식은 금지되어 있지만, 이 유튜브 채널은 사실상 여성을 '골라서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게 했습니다.

여성을 품평하는 국제결혼중개업체 광고들

유튜브 채널 'A'는 베트남‧필리핀 등에서 결혼 이주를 희망하는 여성을 결혼중개업자(이하 중개업자)가 인터뷰하는 영상이 주로 올라옵니다. 그런데 인터뷰 내용을 살펴보면 결혼이주를 희망하는 여성의 나이‧키‧몸무게를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며 마치 등급을 매기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곳에 올라온 한 영상을 보면, 중개업자는 결혼이주를 희망하는 여성에게 "아가씨가 조금 나이는 있는데 이쁘네요. 94년생. 피부도 괜찮고 화장도 괜찮아요"라고 말했습니다. 같은 채널의 또 다른 영상에서는 중개업자가 여성에게 "약간 OOO씨(베트남 여성의 이름)는 어려 보여요. 99년생. 첫 번째 아가씨보다는 한 살 더 어린 거지"라며 상대 여성을 나이로 평가했습니다. 이전에 인터뷰한 여성과 비교한 겁니다.

또 유튜브 채널 'B'가 올린 영상에선, 중개업자가 국제결혼을 희망하는 한국인 남성에게 "내가 사랑해 줄 수 있는 여자를 택해야 합니다"라며 "사장님(국제결혼을 희망하는 한국남성) 기준에서 몸무게 46kg 이하. 솔직하게"라고 말했습니다. 마치 상품을 고르는 듯한 말이었습니다.

국제결혼업체는 맞선 과정에서 선택지를 줄여준다는 명목으로 결혼 적령기 여성의 나이를 기준 세우고, 현재 맞선 대상과 이전 맞선 대상의 나이를 비교했습니다. 이외에도 여성의 외모, 몸무게, 몸매를 보며 품평을 했습니다. 

"내가 고를 수 있다"고 홍보하기도

국제결혼중개업체는 국제결혼을 하려는 한국 남성에게 돈을 내기만 하면 자신이 원하는 여성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는 영상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유튜브 채널 'B'에 올라온 유튜브 영상은 국제결혼을 한 한국인 남성의 후기를 전해줬습니다. 영상에 등장한 이 남성은 "(결혼대상을) 한국에서는 내가 고를 수 있습니까? 여기서는 고를 수 있잖아요. 자신의 스타일을"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같은 채널의 다른 영상에서 결혼중개업자는 국제결혼을 하려는 한국인 남성에게 "첫 번째 골라낸 사람이 이혼한 집 아가씨, 너무 가난한 아가씨. 마침 딱 돈을 요구했잖아요? 세 번째 문신 있는 아가씨, 웬만하면 문신 있는 아가씨는 못 하게 해요. 이렇게 다 잡아내니까 최고로 좋은 신부가 나왔죠"라고 했습니다. 중개업자가 결혼대상 여성을 골라 마치 최고의 상품을 내놓았다고 자랑하는 거 같습니다.

같은 영상에서 결혼중개업자는 남성에게 "오늘도 한 스무 명 넘게 봤죠? 아침에 5명, 나갈 때 6명, 이쪽에 갈 때 15명. 지금 백 명째 봤어요. 만족합니까?"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국제결혼을 하려는 남성이 결혼 대상 여성 약 100명을 면접 보듯 봤다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부여되는 '선택권'이라는 권력은 남성을 권위적인 존재로 만듭니다. 여성을 '돈을 주고 사 온 상품'으로 이미지하며 '나의 선택에 의해 한국으로 들어오게 된 여성'으로 위치시킵니다. 오늘 한국의 결혼중개업체는 이러한 구조를 재생산하고 있습니다.

순종적인 여성 이미지를 내세우는 광고

국제결혼중개업체들은 유튜브를 통해 결혼이주를 희망하는 여성에게 순종적인 이미지를 씌우기도 했습니다. 중개업자가 여성을 인터뷰하며 그의 외모나 인상에 대해 "온순하다"고 평가하는 내용, 국제결혼에 성공한 남성이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며 아내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 등에는 국제결혼 여성에 대한 왜곡된 기대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유튜브 채널 'C'는 주로 태국 여성과 한국 남성의 맞선 과정을 영상에 담아 올려 왔습니다. 이 채널에 올라온 한 영상에서 태국 여성과 결혼한 한 남성은 자신의 결혼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국남성: "제 양말까지 신겨줘요. (중략) 솔직히 한국 여자 결혼했을 때, 제 친구들이나 이렇게 봤을 때, 제 동생도 여동생 있고 한데 솔직히 그 이상으로 과분하게 내조를 잘해요."

중개업자: "요리도 잘해요?"

한국남성: "요리? 된장찌개 잘해요. (중략) 요즘에 결혼하신 한국 여자들도 단언컨대 70~80%는 밥도 잘할 줄 모릅니다. 정말입니다. 요리할 줄도 못하는데 사 먹고 하니까, 시켜 먹고, 신랑 밥 안 하는 여자들 많아요. 근데 (아내를 향해 손짓하며) 일단 잘하든 못하든 이건 내가 해야 될 일이다, 그렇게 인식을 하고 있으니까 남편이 늦게 들어와도 밥을 안 먹고 기다려요. 밥 먹으라 해도, 같이 먹으려고."

중개업자: "어우 착하네."

'(남편의) 양말까지 신겨준다', '내조를 잘 한다' '요리를 잘 한다'는 등의 칭찬은 여성이 남편을 보조하고 살림을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내용의 전통적인 여성관과 일치합니다. 영상 속 남성은 아내의 좋은 점들을 늘어놓은 뒤 "저 결혼 잘한 것 같지 않습니까?"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 영상에는 부러움을 표하며 '나도 태국 국제결혼 도전해 보겠다'는 내용의 댓글도 달렸습니다.

유튜브 채널 'D'는 이보다 더 노골적으로 결혼이주 여성의 순종적인 면을 장점으로 부각했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의 불같이 못된 성격을 알고 억울해도 그 자리에서 맞받아치지도 않고, 못 마땅한 점을 보고도 잔소리도 하지 않고, 내가 일을 끝내면 항상 수고했다는 말을 건네고, 남편과 시어머니의 건강과 식사를 항상 챙기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내는 아내를 보면서 나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오늘도 정성껏 차린 밥상을 보며 또 한 번 나에게 와준 아내에게 감사합니다."

이는 국제결혼을 희망하는 남성들에게 '베트남 여성은 순종적이다'라는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 유튜브 채널 'D'의 대표 이아무개씨는 "지금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며 "이주여성도 한국에서 행복하게 사는 경우도 많다"고 했습니다. 이어 "나쁜 국제결혼 중개업자를 걸러내서 건강한 결혼이주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고 답했습니다.

원하는 건 "온순하고 착한" 여성일 뿐

결혼 이주를 희망하는 여성을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중개업체 측이 여성의 외모나 성품의 특정한 면을 강조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들도 있었습니다. 유튜브 채널 '한베국제결혼'이 올린 한 영상을 보면, 중개업자가 국제결혼을 희망하는 여성을 앞에 앉혀 두고 "성격도 온순하고 착한 것 같"다며 "굉장히 좀 다소곳하고, 인상도 상당히 괜찮고 성격도 좀 붙임성도 좀 있을 거 같고" "그래서 여러분들이 한번 잘 판단 하셔가지고 뭐 혹시라도 좀 마음에 있으신 분들은 와서 보시는 게 좀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유튜브 채널 'E'가 올린 영상을 보면, 중개업자가 "한국에 가면 무엇을 하고 싶어요?"라는 질문에 여성이 '일하면서 신랑을 돕고 싶다'고 답하자 "와우! 착하다~"라는 문구를 띄우며 배경에 박수소리를 삽입하기도 했습니다. 모두 노골적으로 전통적 성역할에 부응하는 여성상을 권장하는 홍보물입니다.

결국 국제결혼을 하려는 남성들이 원하는 여성은 집에서 살림을 도맡아 하고, 남편의 요구를 모두 따르면서도 불만을 가지지 않으며 때로는 자신의 성적 욕구까지 충족시켜줄 젊은 여성일 뿐이었습니다. 국제결혼 업체들이 제작하는 유튜브 영상을 보면 이러한 요구는 충실히 반영되고 있습니다. '신랑을 돕고 싶다'는 여성의 말이나 밥을 꼬박꼬박 잘 차려준다는 특성을 부각하는 영상은 여성들의 단면만을 보여주며 국제결혼에 대한 환상을 심어줬습니다. 이러한 영상들을 보고 국제결혼을 고려하게 된 남성들은 자신의 아내에게 무엇을 기대하게 될까요?

결혼이주여성 가정 폭력 문제 심각… 국제결혼업체의 성 상품화 광고 근절돼야
 
  <이주여성들의 #Me Too 사례 발표회>에서 각국나라 언어로 기재된 메시지를 들면 구호를 왜치는 참여자들
  <이주여성들의 #Me Too 사례 발표회>에서 각국나라 언어로 기재된 메시지를 들면 구호를 외치는 참여자들
ⓒ 야마다다까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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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주여성은 가정폭력에 자주 노출됩니다. 지난해 6월 국가인권위원회가 국내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혼이주민의 안정적 체류 보장을 위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결혼이주여성 920명 중 387명(42.1%)이 가정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이중 314명(81.1%)은 욕설을 들었다고 답했고, 263명(67.9%)는 성행위 강요를 당했다고 답했습니다. 폭행을 당하다 죽음에 이르기도 합니다.

지난해 12월에는 경남 양산에서 필리핀 출신 이주여성이 남편에게 살해당했습니다. 이주여성이 생계를 위해 직장에 나가는 것을 남편이 싫어해 생긴 갈등 때문이었습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 따르면, 2007년부터 최근까지 남편이나 그 가족에 의해 살해된 이주 여성은 언론에 보도된 것만 21명이었습니다.

앞서 살펴봤듯, 국제결혼중개업체들은 결혼이주를 희망하는 여성들의 얼굴‧나이‧키‧몸무게 등 신체조건을 공개하고 품평하며 등급을 매기고 있었습니다. 또 결혼이주를 희망하는 여러 명의 여성을 상품처럼 진열해 놓기도 했습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국제결혼을 하려는 한국 남성은 결혼이주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나 인생의 반려자로 생각하기보다는 '내가 돈 주고 사온 사람'으로 여기게 됩니다. 이러한 인식은 결혼이주여성도 꿈이 있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존재라는 점을 지워버립니다. 국제결혼중개업체의 이런 광고들은 이주여성을 상품화하며 인권을 침해하고 있었고 이는 가정폭력을 야기하는 데 일조했습니다.

그리고 이 같은 업체들의 광고는 현행법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 제 12조에 따르면, "결혼중개업자는 거짓·과장되거나 국가·인종·성별·연령·직업 등을 이유로 차별하거나 편견을 조장할 우려가 있는 내용 또는 인신매매나 인권 침해의 우려가 있는 내용의 표시·광고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업체 등록 취소, 1년 이내 영업정지나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됩니다. 결혼중개업체가 운영하는 유튜브를 모니터하는 등 적극적으로 단속해 권고, 영업정지, 폐쇄조치 등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해당 동영상의 제작 및 유통을 차단하기 위한 포털과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 업체의 자체 노력도 필요해 보입니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유튜브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이러한 광고를 방치했다가는 결혼이주여성의 인권은 제대로 보장받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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