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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방면에 걸친 잡다한 지식들을 많이 알고 있다. '잡학다식하다'의 사전적 풀이입니다. 몰라도 별일없는 지식들이지만, 알면 보이지 않던 1cm가 보이죠. 정치에 숨은 1cm를 보여드립니다.[편집자말]
7월 29일부터 국회 출입기자 메일함에 비슷한 제목의 보도자료가 차곡차곡 쌓였습니다. 어떤 법안을 발의했다거나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보도자료는 아니었습니다. 국회의원 이름만 가리고 보면 내용이 비슷했습니다. 이날 발표된 '국회의원 헌정대상'(아래 헌정대상) 수상 소식을 자랑하는 것이었습니다.

법률소비자연맹은 매년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의정활동 종합평가를 실시해 헌정대상을 줍니다. 이 단체는 270여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곳인데요. 헌정대상 이외에도 매년 국감이 끝나고 난 뒤 '국정감사 국리민복상'(옛 국감 우수의원상)을 주기도 합니다.(관련기사 : 국감 '우수 의원상'이 뭐기에... 의원실에 전달된 '짝퉁상' 공문 논란)

같은날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헌정대상 시상식이 거행됐습니다. 의원실발 보도자료에는 천편일률적으로 한 손에는 상장과 다른 한 손에는 꽃다발을 들고 웃는 의원 사진이 첨부돼 있었습니다.

법률소비자연맹은 국회의원 300명 중 25%인 75명에 헌정대상을 줍니다. 의원 1/4에게 주는 상인 셈이죠. 정당별 올해 수상자 현황을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 39명(31.97%), 자유한국당 27명(24.55%), 바른미래당 6명(20%), 민주평화당 3명(21.43%)입니다(괄호 안은 정당별 전체 의원 대비 수상자 비율). 정의당은 없습니다.

이 단체는 2018년 5월 30일부터 1년간 국회의원 287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실시해 수상자를 골라냈다고 합니다. 평가에서 제외된 국회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했거나, 국무위원을 겸직하고 있거나, 국회 입성 6개월 미만인 의원, 그리고 국회의장입니다. 이들은 ▲ 본회의 재석률 ▲ 상임위 출석률 ▲ 법안표결 참여 ▲ 통과법안 발의성적 ▲ 국정감사 출석·성적 ▲ 윤리특별위원회 상정여부 등의 12가지 평가기준에 따라 국회의원들을 평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최악의 국회로 기록될까봐 불안하다"고 할 정도였건만
 
'문 정권 인사참사 규탄대회' 연 한국당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국방부장관 해임 촉구 및 문 정권 인사참사 규탄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지난 3월 2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국방부장관 해임 촉구 및 문 정권 인사참사 규탄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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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입니다. 의문점이 생깁니다.

20대 국회는 특히 '빈 손'으로 유명합니다. 그런데도 각종 회의 참석 여부 및 법안 발의 실적, 그리고 법안 통과 등을 평가해 헌정대상을 주는 게 과연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요?

2018년 6월에는 국회의장 선출 시기 등에 대한 여야 이견으로 6월 말까지 국회의장단이 선출되지 않았습니다. 한국당이 단독으로 임시국회를 소집했지만, 지방선거가 맞물리면서 본회의 한 번 열지 못하고 끝났죠. 7월엔 여야간 상임위원장 배분 등 원구성 문제로 다투면서 공회전했습니다.

2018년 8월도 상황은 좋지 않았습니다. 이때는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규제프리존법 등 규제완화 핵심법안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 등 민생 법안들이 제때 처리되지 못했어요. 답답한 흐름은 9월로도 이어졌습니다.

10월엔 의원들의 활약이 돋보였습니다. 왜냐고요? 국정감사 때문이죠. 하지만 반짝임도 잠시. 예산정국으로 돌입하면서 2018년 11월과 12월에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예산심사 시한을 못 지켰습니다. 결국 국회 예결특위 소소위(위원장, 여야 간사 3인, 원내대표 3인으로 구성)가 정부예산에 대한 증액·감액 심사를 진행했지요. 회의록 등 기록이 남지 않아 '깜깜이 심사'라는 비판이 따라왔지요.

공회전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연말연시에 손혜원 의원(현재 무소속) 부동산 투기 의혹, 조해주 중앙선관위 상임위원 내정자 이력 논란 등 갖가지 이슈가 터지면서 한국당이 국회를 보이콧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빈손 국회'는 2월까지 이어졌지요.

그러다가 4월 말, 선거제 개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검경수사권 조정 등에 대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상정을 두고 국회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 버렸습니다. 국회는 멈췄고, 가장 격렬하게 반발했던 한국당은 84일 동안 장외투쟁을 하며 국회에 돌아오지 않았죠.

"20대 국회가 최악의 국회가 될까봐 불안하다"는 문희상 국회의장의 말(6월 10일 국회의장-원내대표 회동 당시)이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5.18 망언' 의원들도 받은 헌정대상
 
 지난 29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거행된 '국회의원 헌정대상' 시상식.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이 상을 받은 뒤 기념촬영하는 모습.
 지난 29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거행된 "국회의원 헌정대상" 시상식.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이 상을 받은 뒤 기념촬영하는 모습.
ⓒ 김순례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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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점은 또 있습니다. 수상자 면면을 살펴보니 사회적인 논란을 일으킨 의원들도 더러 있더군요. 그런 이들 역시 헌정대상을 받았습니다.

먼저 김순례 한국당 의원(비례)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올해 초 터진 '5.18 망언' 논란의 당사자입니다. 김 의원은 지난 2월 초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에서 "종북좌파들이 판을 치면서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을 만들어내 우리의 세금을 축내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5.18 망언 논란 이후 그는 당 징계위에 회부됐을 뿐만 아니라 국회윤리특위 징계안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2월, 김 의원이 한국당 전당대회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상태라 전당대회 전 징계가 보류됐다가 뒤늦게 '당원권 정지 3개월' 처분이 내려졌지요. '솜방망이 징계' 논란이 일었습니다. 또한 국회윤리특위에는 170명이 넘는 국회의원이 동의한 '징계안'이 올라갔더랬죠(6월엔 국회운영위에 제명 촉구 결의안도 발의됐습니다). 그러다가 당에서 받은 징계가 끝나자 최고위원으로 복귀했습니다.

그랬던 김 의원은 헌정대상을 받으면서 "제20대 국회 끝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서민과 약자를 위한 의정활동하라는 의미로 알고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소감을 내놨습니다.

김순례·김진태 의원과 더불어 '5.18 망언 3인방'인 이종명 한국당 의원(비례)도 헌정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의원 역시 지난 2월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에 등장해 "논리적으로 5.18은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라는 것을 밝혀내야 한다"라고 말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그 발언의 여파로 한국당 윤리위에서 '제명' 결정이 내려졌죠. 그도 김 의원과 함께 2월엔 징계안(국회윤리특위), 6월엔 제명 촉구안(국회운영위)의 대상자가 됐습니다. 이 의원은 2월 한국당 윤리위로부터 '제명' 처분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제명이 실행되진 않았습니다. '이종명 제명' 안건이 의원총회에 상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의원은 따로 '헌정대상 수상' 보도자료를 배포하진 않았지만,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수상 소감을 올렸습니다. 그는 "헌정대상은 12개의 객관적 지표를 계량화하고 종합평가해 (수상자를) 선정한 만큼 국회의원들이 권위를 인정해 주는 상"이라면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수상하는 영광을 주셨다"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29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거행된 '국회의원 헌정대상' 시상식.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이 상을 받은 뒤 기념촬영하는 모습.
 지난 29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거행된 "국회의원 헌정대상" 시상식.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이 상을 받은 뒤 기념촬영하는 모습.
ⓒ 이종명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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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부터 한국당 대변인으로 국회 기자회견장을 자주 찾는 민경욱 의원. 그 역시 헌정대상 수상자입니다. '대여 투쟁의 선봉'에 선 민 의원은 잇따른 막말로 구설에 오르고 있습니다. 비록 헌정대상 평가 기간 내의 발언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대통령 친일파' '이 미친 또XX 일본X들아' 등을 SNS에 쏟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1년간 8건의 대표발의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인천 지역 국회의원 가운데 1위를 기록하는 등 의정활동에 최선을 다한 것을 인정받았다"라고 자평했습니다.

헌정대상 평가에는 공청회 등 외부활동에서의 발언, 정론관 기자회견 내용, 페이스북 포스팅 내용 등은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발언에 대한 정성평가가 있긴 한데, 상임위 등 회의록 발언을 기준으로 합니다.) 언론을 통해 유권자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내용인데 말이죠.  

김순례 의원처럼 공개된 자리에서 5.18 유공자를 '괴물'로 지칭하고, 이종명 의원처럼 '5.18은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라고 말해도, 평가 기준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실제 의정활동을 반영하는 데 한계 있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회의사당 본관 전경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회의사당 본관 전경.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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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헌정대상에 대해 국회에서 일하는 보좌진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요? 민주당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너무 표피적인 평가"라면서 "실제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초·재선 의원 수상자 수가 전체 75명 중 69명으로 압도적이고, 비례대표 수상자가 많은데 그럴 수밖에 없다"라며, 그 이유로 "초·재선 의원(비례대표 포함)들은 3선 이상 다선 의원들보다 일정이 없기 때문에 상임위 등에 출석률이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게다가 "법안 발의 건수 같은 것도 정량적인 평가 요소에 불과하다"라면서 "법안을 많이 발의한다고 해서 의정활동을 잘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요약하면 수치화된 평가요소만 있다 보니 평가 결과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상을 받으면 좋긴 좋다네요. "지역구에 의정활동 보고할 때 한 줄 더 추가할 수 있으니까"라고요.

어쨌든 평가는 이뤄졌고, 상은 뿌려졌습니다. 올해 헌정대상을 받은 75명 의원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들이 정말 제대로 의원 역할을 하는지 내년 총선 전까지 한 번 지켜보시지요.

<20대 국회 3차년도 국회의원 헌정대상 수상의원>(정당별 다선-가나다순)

▲ 더불어민주당(39) = 오제세(4선, 충북 청주시서원구) 김상희(3선, 경기 부천시소사구) 백재현(3선, 경기 광명시갑) 심재권(3선, 서울 강동구을) 정성호(3선, 경기 양주시)

남인순(재선, 서울 송파구병) 민홍철(재선, 경남 김해시갑) 박광온(재선, 경기 수원시정) 박완주(재선, 충남 천안시을) 박홍근(재선, 서울 중랑구을)

신경민(재선, 서울 영등포구을) 윤관석(재선, 인천 남동구을) 윤후덕(재선, 경기 파주시갑) 이원욱(재선 경기 화성시을) 인재근(재선, 서울 도봉구갑)

한정애(재선, 서울 강서구병) 홍익표(재선, 서울 중구성동구갑) 강병원(초선, 서울 은평구을) 고용진(초선, 서울 노원구갑) 권미혁(초선, 비례대표)

권칠승(초선, 경기 화성시병) 기동민(초선, 서울 성북구을) 김병욱(초선, 경기 성남시분당구을) 김성수(초선, 비례대표) 김현권(초선, 비례대표)

박경미(초선, 비례대표) 박정(초선, 경기 파주시을) 백혜련(초선, 경기 수원시을) 손혜원(초선, 마포구을, *보도자료상 민주당 소속으로 표기, 현재 무소속) 송기헌(초선, 강원 원주시을)

송옥주(초선, 비례대표) 신창현(초선, 경기 의왕시과천시) 안호영(초선, 전북 완주진안무주장수) 위성곤(초선, 제주 서귀포시) 유동수(초선, 인천 계양구갑)

전재수(초선, 인천 부평구갑) 정춘숙(초선, 비례대표) 조승래(초선, 대전 유성구갑) 표창원(초선, 경기 용인시정)

▲ 자유한국당(26) = 이명수(3선, 충남 아산시갑) 경대수(재선, 충북 증평진천음성) 김도읍(재선, 부산 북구강서구을) 김명연(재선, 경기 안산단원구갑) 김상훈(재선, 대구 서구)

김선동(재선, 서울 도봉구을) 김한표(재선, 경남 거제시) 박인숙(재선, 서울 송파구갑) 함진규(재선, 경기 시흥시갑) 곽대훈(초선, 대구 달서구갑)

김규환(초선, 비례대표) 김성원(초선, 경기 동두천시연천군) 김순례(초선, 비례대표) 김승희(초선, 비례대표) 김정재(초선, 경북 포항시북구)

김종석(초선, 비례대표) 민경욱(초선, 인천 연수구을) 성일종(초선, 충남 서산시태안군) 송희경(초선, 비례대표) 엄용수(초선,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이만희(초선, 경북 영천시청도군) 이종명(초선, 비례대표) 임이자(초선, 비례대표) 정유섭(초선, 인천 부평구갑) 최연혜(초선, 비례대표) 추경호(초선, 대구 달성군)

▲ 바른미래당(6) = 박선숙(재선, 비례대표), 하태경(재선, 부산 해운대구갑) 김삼화(초선, 비례대표) 이동섭(초선, 비례대표) 장정숙(초선, 비례대표, * 실제 활동은 민주평화당에서 하고 있다) 최도자(초선, 비례대표)

▲ 민주평화당(3) = 황주홍(재선,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 김종회(초선, 전북 김제시부안군) 정인화(초선, 전남 광양곡성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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