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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 반기는 언론들(2014/9/1)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을 반기는 언론들(2014/9/1). 이런 보도에는 반드시 "부동산 전문가"들이 등장한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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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상황은 편안하고 안전하기 때문에 자연히 나태하게 되며, 따라서 그들은 어떤 국가 정책의 결과를 예견 이해하는 데 필요한 통찰력을 가질 수 없을 뿐 아니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고전파 시장경제이론의 창시자였던 애덤 스미스가 쓴 <국부론>의 한 구절입니다. 여기에서 지칭하는 '그들'이란 지주 계급을 뜻합니다. 자유시장 경제를 옹호했던 그도 '불로소득'을 챙기는 지주 계급이 곱게 보이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지주 계급은 지대만 받아 챙기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나태해지고, 통찰력도 흐려진다'고 한 대목은 애덤 스미스의 이런 시각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사실상 국가 정책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이들의 말을 듣지 않아도 된다는 뜻으로도 이해됩니다. 300여 년 전 애덤 스미스가 했던 말은 2019년 대한민국에도 유효한 말 같습니다.

"정부가 규제하면 집값 급등한다"... 정말 그럴까?

요즘 국토교통부가 분양가상한제를 한다고 하니 부동산 전문가들의 심기가 불편해보입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합니다. "정부가 지나친 규제를 하게 되면 아파트 공급이 위축되고, 결국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겁니다. 언론에서 인용되는 전문가들 수는 많지만, 그들이 하는 이야기는 이거 하나입니다.

전형적인 수요-공급 이론에 의한 일반적인 얘기이고, 굳이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어도 할 수 있는 말입니다. 수요-공급 이론은 완전경쟁 시장이 전제돼야 성립될 수 있는데, 지금의 부동산 시장이 완전경쟁 시장이라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게다가 이 논리는 예측에 예측을 얹고 있습니다. 공급이 위축돼야 하는 전제 조건이 성립해야, 가격 급등도 이뤄집니다. 게다가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금리와 국내외 경기 등의 변수는 전혀 감안하지 않은 논리이기도 합니다. 명확한 근거가 있는 '분석'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대학교 리포트도 이렇게는 안 씁니다.

과거 사례를 들춰보면 이들 전문가들의 말은 더욱 신뢰도가 떨어집니다. 지난 1970년대 이후 분양가상한제 실시 기간 동안 집값은 급등하기는 커녕, 오히려 안정세를 보여 왔습니다. (관련기사 : 분양가 잡으면 집값 폭등? 이미 증명된 '거짓말')

지난 29일에는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이 부동산전문가들의 예측과는 정반대되는 연구 결과를 냈습니다.

국토연구원이 '이중차분법'을 이용해 분양가상한제 확대 도입에 따른 영향을 분석한 결과, 연간 기준 주택 매매가격이 1.1%포인트 하락한다는 예측 결과가 나왔습니다. 여러 조건을 무시한 채 단순히 규제를 하면 집값이 급등한다는 전문가들의 생각보다 훨씬 신뢰할 수 있는 연구입니다.

사실 부동산전문가라며 언론에 나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부동산업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해 9월 14일부터 21일까지 8일간 7개 방송사 보도를 분석한 결과, 부동산 전문가들의 말은 총 154회 인용됐습니다. 부동산업계와 이해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는 직군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총 154회 가운데 126회나 등장했습니다. 비율로 치면 81.82%의 높은 비율입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해 9월 13일~20일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저녁종합뉴스에 나온 부동산 전문가 성향을 분석한 결과, 대다수가 부동산업계와 관련이 있는 사람들로 조사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해 9월 13일~20일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저녁종합뉴스에 나온 부동산 전문가 성향을 분석한 결과, 대다수가 부동산업계와 관련이 있는 사람들로 조사됐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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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말은 '분석'이 아니라 '업계의 입장'일 뿐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부동산전문가로 인용되는 빈도가 높은) 상위 9명의 취재원 중 7명은 부동산 투자와 관련된 책을 저술하거나 강연을 하거나 관련 직군의 종사자"라며 "취재원들이 부동산을 '사는 집'이 아니라 '투자'의 대상으로 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부동산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정부가 규제를 마음껏 풀어서 뛰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가장 좋습니다. 분양가상한제도 부동산업계 입장에서는 안하는 게 좋죠. 이렇게 보면 최근 부동산 전문가들의 코멘트는 '분석'이라기보다 '업계의 입장'이라고 말하는 게 적절합니다.

사실 부동산전문가들의 호들갑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종합부동산세를 인상할 때도, 공시가격을 인상할 때도, 부동산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이 망할 것'처럼 이야기해왔습니다. 실제로 그랬나요?

매년초가 되면 경제신문들을 중심으로 '부동산 대예측'을 합니다. 여지없이 부동산 전문가들이 코멘트를 합니다. "올해 집값이 상승할 것", "하락할 것" 이런 예측을 하는데, 제대로 맞았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틀린 예측에 대해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전문가들도 없었고요. 애덤 스미스의 말처럼, 지주 집단에 속하는 부동산 전문가들이 상황이 편안하고 안전하기 때문에 국가 정책 결과를 예견하는데 필요한 통찰력을 상실한 것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100명 부동산 전문가들의 말보다, 국토연구원이 낸 깔끔한 보고서 한 편을 더 신뢰합니다. 책임지지 않는 '지주'들의 말에 국가 정책이 휘둘려서는 안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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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소속입니다. 주로 땅을 보러 다니고, 세종에도 종종 내려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