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직업능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아 삶을 영위한다. 우리의 경우 직업훈련 관련 지출 규모는 OECD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GDP 대비 0.3%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일부 복지국가는 직업훈련에 많은 예산(1%)을 사용하여 불평등한 사회 계층 문제를 일자리 정책으로 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직업능력을 함양하는 책임이 개인에게 있다. 인식이 높다 보니, 민간 부분의 영역 비율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고 국가의 직업훈련 정책을 톺아보아야 한다.

국가는 직업훈련을 위해 대상에 따라 다양한 사업을 한다. 재학생을 대상으로 산업 현장 중심의 직업훈련을 제공하는 '일·학습병행제도'는 직업능력 향상하기 위한 국가정책의 어디에 놓여 있는가. 과연 이 정책이 직업능력 향상에 유의미한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재학생은 산업 현장에서 일하고 있으니 '재직자' 같기도 하고, 미래의 직업을 구하고자 하니 '구직자' 같기도 하다. 재직자로서 직업 선택과 구직자로서 학습권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어 쉽게 답을 할 수 없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일·학습병행제 법률안은 기업을 학습공간으로 규정지어 모두 만족시켰다고 자기 합리화했다.

일학습병행제는 산업체특별학급을 변경한 것과 불과해

2013년 박근혜 정부는 학벌∙스펙이 아닌 능력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을 국정운영의 기조로 삼았다. 고용노동부는 학업을 이어가고 싶어 하는 기업의 재직자들에게 일하면서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제도 장치 '일·학습병행제'를 마련하려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2015년 4월에 들어서야 '재학생 일·학습병행제 확산 방안'을 논의하게 된다. 이것이 교육부의 '산학일체형 도제학교'의 탄생 비화이다. 이후 2015년에 9개 학교 503명을 시작으로 2019년 3월 기준 누적된 참여 기업 수는 1만4360개와 학생 수는 8만1998명(194개교)에 달한다. 

도제학교는 청년층의 조기 취업을 통해 청년 고용률을 개선하기 위함이며, 부수적으로 중소기업의 구인난 해소와 단순 기술인력 확보하여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있다. 그러나 현실은 지금까지 3학년 1년 이내로 제한되었던 현장실습과 다르게 2년간 현장실습 하는 제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정부가 기획한 도제학교는 일하면서 고등학교 학위를 인정받는 것으로 직업계고에서 운영하는 기업 중심 직업교육 과정으로서 현장실습으로 표현되나, 질 낮은 기업에 '조기 취업'과 다름없다. 보편적 중등교육이 실현되지 못했던 시절에 가정형편을 이유로 배움의 기회를 빼앗겼던 사람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부여하고자 했던 산업체 부속 학교나 특별학급과 거의 다르지 않다. 어린 나이에 학교 밖 직무를 수행하는 그 본질은 매한가지다.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무엇이 다른가

청소년 노동자들을 저임금 비숙련노동에 내모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박근혜 정부는 "제조업 등 중소기업의 생태계를 튼튼하게 해줄 인재를 키운다"고 했고, 문재인 정부는 "과도한 입시교육을 완화하여 교육개혁의 성공적인 돌파구를 마련한다"고 했다.

교사로서 나는 정부의 이런 정책이 크게 걱정스럽다. 직장에서 일을 잘 처리하려면 상당한 동료성과 지식이 필요하다. 또한 현장에서 동료, 특히 선배로부터 일을 배우며 경험을 쌓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외주화와 간접고용으로 점철된 현재 우리 일터는 이직률이 높아 배움이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현장 동료들의 일머리와 손재주를 어깨너머로 배우는 체계적이지 못한 사내훈련을 하는 경우가 많다. 도제학교는 기업 내에 훈련 교사와 훈련생이라는 개별구조를 만들어 별도 공간을 마련해 훈련하는 체계가 아니다. 결국 우리 현실에는 적합하지 않은 '비현실적'인 설정이다.

또한 학교에서 도제학교를 운영하는데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확인되고 있다. 학교 현장이 가지는 구조적 특성이 정부 관료 책상에서 나오는 정책으로 왜곡, 변형된다. 2017년 강원도의 한 학교 선생님이 생을 마감한 사건은 도제학교 운영으로 학교 현장이 왜곡된 현실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결국 교사뿐 아니라 학생도 학습에 집중할 시기를 놓치고 방과 후 야간에 정식교육과정을 받는다. 수업에 집중할 수 없는 구조다. 도제학교 정책은 도제교육을 실현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학교 교육의 기능을 강화하는 정책도 아니다. 그저 청년노동자의 값싼 비용에 기대 낮은 생산성의 기업들의 생명을 연장해주는 제도에 불과하다. 이런 제도를 법까지 만들어서 운영해야 하는지 정부에 묻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경엽 님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직업교육위원회 위원장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모든 노동자의 건강하게 일할 권리와 안녕한 삶을 쟁취하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