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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비정규직들이 각종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며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사상 처음으로 오는 7월 3~5일 사이 총파업을 벌인다.

학교비정규직의 직종은 무려 80여 가지에 이른다. 급식소 종사자부터 돌봄교실, 방과후교실, 스포츠강사, 과학실험실보조원, 치료사 등 다양하다.

총파업을 앞두고,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가 27일 낸 <학교비정규직 산업재해·갑질 피해 사례>를 보면 피해 사례 역시 다양하다.

학교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에 비해 60% 수준이다. 정혜경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경남지부 정치국장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으로 가기에는 아직도 멀다"고 했다.

정 국장은 "비정규직으로서 겪는 갑질이 많다. 관리자들로부터 '너희들은 수업도 없는데 하루 종일 무엇을 하느냐'는 말을 듣기도 한다"며 "졸업앨범이나 교과과정 설명회시 교직원 인사에 비정규직이 포함되지 않는 직종이 많다. 이럴 때마다 교직원에서 열외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명숙 특수교육실무원은 "돌봄교실에 장애학생들도 있는데, 그들 가운데는 대소변 가리기가 안 되는 아이들도 있다. 두 명이 한꺼번에 대소변 처리를 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며 "옆 교실의 특수교사한테 도움을 요청했더니, 다음 날부터는 알리지 말고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이었다"고 했다.

"운동해서 몸매가 죽여준다" 성희롱도 

한 초등학교 스포츠강사는 "학교 회식이 있으면 여성 강사들은 신체접촉이나 성희롱 발언, 누군가의 옆자리에 앉히기, 심지어 '운동해서 몸매가 죽여준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고 했다.

급식소 종사자들은 산업재해를 많이 당한다. 12년간 일해온 한 조리실무사는 "조리실무사 1명이 책임지는 급식인원은 100명에서 200명 정도다. 급식 특성상 일정한 시간 안에 많은 음식을 만들다보니 노동강도가 너무 높다. 몇 년만 근무하고 나면 골병이 든다"고 했다.

그는 "급식소 종사자들은 종합병원이다. 다 아프다"며 "퇴근하면 한의원이나 정형외관병원에 다니기 바쁘고, 방학이 되면 수술을 하거나 치료를 받으러 다닌다. 그것도 사비를 들여서 하고 있다. 방학 때는 월급도 없는데 병원까지 다니니 너무 힘들다"고 했다.

16년 경력의 조리실무사는 "그만둘까 고민을 자주 한다. 그래도 형편 때문에 참고 일한다. 5~7년 정도 되니까 몸에 이상신호가 오기 시작했고, 13년차 되니까 관절에 이상이 왔다"며 "그동안 가보지 않은 병원이 없을 정도인데, 통증의학과와 한의원, 내과, 외과를 자비로 다닌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어깨가 좋지 않아 수술을 했고, 어렵게 해서 산재 승인이 났다. 1년 반 동안 두 번의 수술을 했다. 그 기간 동안 마음 속으로는 정규직 관리자들의 병문안은 바라지 않았지만 안부 문자메시지는 오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다. 그런데 부끄럽게도 한 통도 없었다. 아픈 사람이라 서러움은 배가 되어 마음 속에 꽂혔다"고 했다.
  
"병가 좀 쓰려면 관리자들이 면박"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 간부들이 '총파업'을 앞둔 6월 27일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 간부들이 "총파업"을 앞둔 6월 27일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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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조리실무사는 "아파도 학교에 말을 못하고 혼자 해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동료들도 이구동성으로 학교에 말하지 말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학교 관리자들은 비정규직들의 문제가 생기면 아주 귀찮고 골치 아파 한다고 했다"며 "열심히 일하다 다친 사람이 왜 죄인처럼 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12년 경력의 조리실무사는 "학교에서는 아픔 사람 보고 대체인력 인건비가 없으니 병가를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할 때가 있다. 어떻게든 병가를 안 쓰도록 만들기 위해 관리자들은 짜증을 내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며 면박을 주는 사례도 있다"며 "'그렇게 많이 하프냐', '나도 아픈데 출근한다', '대체 인건비가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말을 듣는다"고 했다.

급식소 세제와 관련해 한 조리사는 "많은 양의 급식을 하다보니 기름끼가 많은 음식을 할 때나 오븐기 음식을 할 때는 잘 씻겨지지 않는다. 독한 세제를 많이 쓴다"며 "그런 세제를 쓰다보면 눈이나 팔로 세제가 들어가기도 해서 화상을 입거나 눈에 상처를 입기도 해서 병원 치료를 받는다"고 했다.

그는 "세제가 얼마나 독한지, 어떤 물질로 이루어져 있는지에 대해 아무도 알려주지 않더라. 전문업체와 계약을 해서 청소를 하도록 했으면 한다"며 "그런데 대부분 관련 예산이 없다고 한다. 적절한 보호장구 없이 고무장갑만 끼고 화상을 입어가면서 청소하는 형편이다"라고 했다.

학교비정규직들은 "기계도 고장이 나면 고쳐주는데 하물며 사람인데 왜 안되느냐"거나 "비정규직은 안전장치도 없이 매달려 유리창 청소를 해야 하느냐", "교장을 비롯한 관리자들은 비정규직을 머슴처럼 생각한다"고 했다.

이런 학교비정규직들이 투쟁에 나선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오는 7월 3일 오후 1시 광화문에서 '총파업 대회'를 연다. 경남을 비롯해 지역 곳곳에서 이날 수백 내지 수천명씩 상경한다.

7월 4일은 지역별 대회다. 경남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이날 오후 2시 경남도교육청 앞에서 "학교비정규직 사전대회"를 열고,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4시 30분 경남도청 앞에서 '경남비정규직노동자대회'를 연다.

또 5일 오전 1시 경남도교육청 앞에서는 학교비정규직 파업대회가 열린다. 학교비정규직노조 경남지부는 이번 파업에 2000여 명이 참여한다고 밝혔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기본급 6.24% 인상, 근속수당 상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경남교육청 "교육과정 운영 차질 최소화"
  
경상남도교육청은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의 총파업에 대비해 27일 도교육청에서 대책회의를 열었다.
 경상남도교육청은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의 총파업에 대비해 27일 도교육청에서 대책회의를 열었다.
ⓒ 경남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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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교육청(교육감 박종훈)은 총파업에 대비해 27일 시․군 교육지원청 교육장과 함께 대책회의를 갖고 파업으로 인한 학교업무 공백과 교육과정 운영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경남교육청은 상황실을 운영하고 비상대기 체제를 갖추는 등 파업 대응에 만반의 준비를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경남교육청의 대응 계획에는 파업 단계별 대응지침, 직종별 대응방안, 부당노동행위 예방을 위한 노동관계법 준수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파업이 예상되는 학교는 자체 추진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하고, 학부모들에게 가정통신문과 문자메시지를 통해 파업과 관련한 내용과 협조사항 등을 안내하도록 했다.

파업 시 우선 학교 급식에 차질이 예상됨에 따라, 학교운영위원회 회의를 거쳐 학사일정 조정 여부를 검토하고, 교육과정 정상 운영 시 가정도시락 지참이나, 빵과 우유 등의 대체급식을 검토하도록 했다.

특히, 식중독 사고 예방 등 위생 및 안전관리에 주의를 기울여 줄 것과 가정도시락 지참 시에도 빵, 우유, 과일 등 보조식을 제공하여 영양부실을 사전에 예방하고 도시락을 지참하지 않는 학생이나 저소득가정 학생에 대한 지원과 배려에도 각별히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또 돌봄 운영의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학교별로 대처토록 했으며, 내부인력이 돌봄교실 운영을 지원하고, 기타 직종의 경우에도 내부인력의 지원을 통해 학사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할 예정이다.

경남교육청은 파업기간 동안 상황실을 설치해 각급 학교의 급식, 돌봄교실 운영 및 관련법 준수 여부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교육활동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경남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교육활동에 차질이 없도록 대비하여 학생과 학부모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와 성실하게 교섭해 원만한 합의점을 찾아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태그:#학교비정규직, #경남도교육청, #경남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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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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