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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요일(12일) 특별한 분들을 뵈러 김해에 갔습니다. 방문한 곳은 봉황동, 가야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입니다. 해서 그런지 동네가 한적했습니다. 높은 건물도 적었고 골목이 살아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어르신들만 사셨는데 근래들어 젊은분들도 이사를 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 분들은 '재미난 사람들'이라고 스스로를 칭했습니다. '재미난 사람들'이 모여 '재미난 골목'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 분들을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제가 만난 세 분은 혜련님, 하라님 그리고 김재한 감독님이었습니다.
 
 인터뷰 후 찍은 사진
 인터뷰 후 찍은 사진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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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하라님과 혜련님은 이 동네에 정착한 지 3년정도 되었다고 합니다. 그 전에는 '부뚜막 고양이'라는 갤러리 카페를 운영했으며 추후 '재미난 쌀롱'에서 사람들과 노는 작당을 했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재미난 사람들'입니다. 4년 전, 김해시와 봉황동 주민센터에서 골목길 조성사업 의뢰가 들어왔고 본인들도 한적한 동네가 마음에 들어 대책없이(?) 이사왔다고 합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하라식당 주인장이신 하라님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청년들이 돈을 못 벌면 좋겠어요. 돈을 벌면 욕심이 생겨요. 욕심이 생기면 무리를 하게 되죠. 결국 돈은 벌진 모르겠으나 자신의 삶, 시간, 친구를 잃을 수 있어요. 하라식당은 오픈 후 다양한 실험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손님이 나름 많았습니다. 혜련씨와 둘이서 가게를 운영했는데 5분도 쉴 틈이 없었어요. 일주일 정도 하다보니 의문이 들더군요. 돈은 벌지만 이게 과연 행복한 것인가? 결론은 행복하지 않다 였습니다. 해서 목, 금, 토, 일요일만 식당을 하고 월, 화, 수는 제가 하고 싶은 것, 사람들과 즐길꺼리를 찾게 되었지요."

하라식당은 지역에선 나름 유명합니다. 하라식당을 오픈 한 이유도 재미있었습니다.

"혜련씨와 전 식당 경험이 전혀 없는 초보자들입니다. 식당을 연 이유요? 이 골목에는 식당이 없었습니다. 놀러 오시는 분들이 밥을 먹을 곳이 없었어요. 해서 우리가 만들었지요. 이렇게 반응이 좋을 지 몰랐습니다.(웃음)"

혜련씨는 재미난 골목의 산 증인이었습니다. 사실 그녀의 재미거리 찾기로 인해 모든 것이 이뤄진 것 같았습니다.

"저도 사회생활을 회사로 시작했어요. 1년 일하고 퇴직하고 퇴직금으로 여행다니는 생활을 했었어요. 왜 그랬냐고요? 재미있었으니까요. 그러다가 예술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겁도 없이 '부뚜막 고양이'라는 갤러리 카페를 오픈했어요. 사람들이 많이 놀러오는 거예요. 나름 놀랐습니다. 다음으로 '재미난 쌀롱'을 만들었어요. 공연을 보고 싶었거든요. 많은 분들이 동참해 주셨어요. '재미난 쌀롱'에서 문 닫을 때까지 180회 정도 공연을 했었어요. 오신 분들도 즐거워했고 저도 재밌었어요. 우연히 이 동네를 알게 되었어요. 와 보니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옛날 향수가 물씬 풍기는, 도시지만 도시 같지 않은 곳이었지요. 시간이 멈춘 곳이라는 특별함이 느껴졌어요. 물론 이 곳이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최근 김해시에서 이 곳을 도시재생의 형태로 개발하려는 것 같던데, 이 부분에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현재로는 집터를 밀고 잔디를 깔고 펜스를 치고 있어요. 즉 관광객 유치를 위해 산 사람을 몰아내는 형태예요. 당연한 현상이지만 아쉽습니다. 역사적 가치와 현실이 충돌하는 지점이 있어요. 부디 천천히,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가며 진행했으면 합니다. 저희도 이 동네의 자연스러움이 좋아서 들어왔지 땅값 때문에 들어온 것은 아니거든요. 젠트리피케이션(낙후된 구도심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기존의 저소득층 주민들이 내 몰리는 현상)은 분명 나타납니다."


함께 한 김재한 감독(안녕투이, 오장군의 발톱)도 특별한 인연이 있었습니다. 김감독도 '재미난 살롱'에 드나들며 이 분들과 연을 맺었고 작년 마을공방사업에 봉황예술극장 설립과 최근 영화후반작업시설 구축사업 유치에 많은 노력을 하셨던 분입니다. 왜 김해에, 특히 봉화동에 영화관이 필요한지를 물었습니다. 김감독의 대답입니다.

"인구 50만인 김해에 독립영화관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재미난 사람들'과 봉황동 주민분들도 동네에 영화관이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고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준 김해시의 도움으로 가능한 일입니다. 특히 김해시 관계자분들의 열정에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봉황예술극장 설립이 목표였으나 시설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마침 영화진흥위원회 지역영화후반작업시설 구축 공모건을 알게 되었고 김영진, 김진기 도의원의 협조, 김해시의 의지로 현실이 되었습니다. 아무것도 없던 곳에 큰 변화가 나타나는 겁니다. 이 모든 것이 신기하지 않나요?"
 
 영화관 예정 터
 영화관 예정 터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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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 동안 이 분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대화 내내 웃음소리와 여유로움이 오갔습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왠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졌습니다.

더 많이, 더 빠르게 보다는 좀 천천히, 조금 적게 사는 삶도 실패한 삶 같지는 않습니다. 김재한 감독과 돌아오며 나눈 이야기 중 기억에 남는 말이 있어 소개합니다.

"결국은 사람이에요. 좋은 사람들이 모여 함께 하다 보니 뭔가 이루어 져요. 당장의 이익보다 멀리, 깊이 생각한다면 사람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키워가는 방향으로 가야 해요. 저는 영화장이지만 지역에도 영화인들을 키워야 해요. 서울로 서울로 향하는 삶이 성공적인 삶이 아니라는 것, 우리는 경험으로 알 수 있잖아요. 봉황동이 매력적인 이유는 사람들이 쉼터를 그리워 하기 때문이예요. 빡빡한 도시가 아니라 자연스러움을 찾는 것 같아요. 이젠 개발보다는 보전과 복원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봉황동의 작은 시도가 작지만 넒은 울림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김해시 봉황동의 '재미난 골목'은 이미 다양한 실험들이 진행 중입니다. 어찌 될 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분들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습니다. 이미 성공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고 스스로 행하는 삶을 사시는 분들의 표정에는 당당함과 자랑스러움이 있습니다.

"잘 가요. 다음에 또 놀러 오세요."

인사하는 그 분들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사람사는 세상이 먼저입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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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보다는 협력, 나보다는 우리의 가치를 추구합니다. 책과 사람을 좋아합니다.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내일의 걱정이 아닌 행복한 지금을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