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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방면에 걸친 잡다한 지식들을 많이 알고 있다. '잡학다식하다'의 사전적 풀이입니다. 몰라도 별일없는 지식들이지만, 알면 보이지 않던 1cm가 보이죠. 정치에 숨은 1cm를 보여드립니다.[편집자말]
청와대 앞까지 가두행진 벌인 김문수 김문수 전 지사가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자유한국당 당원과 지지자 1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문재인 정권의 인사 실패와 국정 운영을 규탄하는 장외집회 참석 후 청와대 인근인 효자동 주민센터까지 가두행진을 벌인 뒤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사진은 지난 4월 20일 문재인 정부의 인사 실패와 국정 운영을 규탄하는 장외집회 참석 후 청와대 인근 효자동 주민센터까지 가두행진을 벌이고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는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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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남한 내 수금·송금 전담 재단을 가지고 있다.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이다. (이 단체가) 김정은에게 7억 9000여만 원을 보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펼친 주장입니다. 김 전 지사는 "2004년 열린우리당 국회 통일외교위원 임종석이 종북단체 경문협을 만들어 이사장까지 맡아서 김정은 수금 사원 노릇을 계속하고 있다"라며 "독점적 수금 권한을 북한으로부터 위임받은 경문협이 KBS 등 지상파로부터 매년 수천만 원, 종합편성채널은 수백만 원의 저작권료를 수금해 김정은에게 7억 9000여만 원을 보냈다"라고 말했습니다.

김 전 지사의 이 페이스북 글은 10일 <조선일보> 기사를 읽고 쓰여진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일보>는 '북한 저작권료 지켜주려... 국고 귀속 앞두고 북 청구권 연장'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아래와 같이 보도했습니다.

"국내 방송·출판사들이 북한 영상·저작물 등을 사용하고 북한에 낸 저작권료가 법원의 공탁금 보관 기간 10년 제한 규정으로 한국 정부에 귀속될 상황에 처하자, 북한 저작권 업무를 대행해주는 통일부 등록 민간단체가 법원에서 일단 돈을 찾은 뒤 다시 맡기는 방법까지 동원해 이를 지켜낸 것으로 확인됐다. (중략) 경문협은 자신들이 국내 방송·출판사 등으로부터 받아 법원에 공탁한 북한 저작권료 총 16억여원 가운데 2200만여 원을 지난 4월 회수한 뒤 다시 공탁했다."

김 전 지사는 경문협의 재공탁을 "편법을 통해 북한이 돈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종북행위"라고 평가했습니다. 김 전 지사가 하고 싶었던 말은 '임종석이 만든 경문협이 종북행위 일삼아, 그러므로 임종석도 종북'인 듯합니다. 김 전 지사의 페이스북 글이 올라온 뒤 몇몇 매체가 그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해 보도하곤 했죠. 이번 '정치 잡학다식 1cm'에서는 경문협에 대한 이야기를 보다 자세히 풀어볼까 합니다.

[배경 이해] 경문협이 뭔가요... 이게 왜 논란거리죠?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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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경문협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경문협은 2004년 1월 29일 학계·경제계·문화계 인사 100여 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해 출범됐습니다. 초대 이사장은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였고요. 이 재단의 태동에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관여하기도 했습니다. 임 전 비서실장은 국회의원 신분이었던 2002년 8월, 북한의 김일성사회주의 청년동맹에 남북경제문화교류를 제안했어요(2005년 7월부터는 임 전 비서실장이 2대 이사장을 맡았습니다).

경문협은 개별기업의 대북 경제교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취지로 결성됐는데, 여러 사업을 통해 ▲ 민족경제 경쟁력 제고 등을 통한 민간차원에서의 남북 화해협력 가속화 ▲ 남북간 문화통일 인프라 구축 등의 목적을 설정했습니다.

그러던 2004년 9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17조에 의거해 통일부로부터 비영리 법인 허가를 받습니다. 비영리 사단법인이 된 다음해 3월, 경문협은 금강산에서 북측 저작권사무국 등과 실무협의를 진행합니다. 그리고 이때 저작권 양도에 합의하게 되지요. 당시 벽초 홍명희의 <림꺽정> 홍석중의 <황진이> <고려사> 등 서적 3종과 북한가요 <반갑습니다> <휘파람>에 대한 저작권 관리를 경문협이 위임받았습니다.

이후 경문협은 대한민국에서 사용된 북한 저작권의 대리 및 중개 사업을 펼칩니다. 쉽게 말해 북한에 저작권이 있는 영상·노래·도서 등에 대한 저작권료를 관리했다는 것이죠. 가령 조선중앙TV 영상을 사용하는 지상파 방송사는 저작권료를 경문협에 내게 됐다, 이겁니다.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남북교류 분위기가 조성됐을 때였는데 양국의 지적재산권 분쟁을 막고 문화교류 활성화를 꾀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입니다. 
 
 2005년 3월, 경문협이 북한 저작권사무국 등과 실무협의를 마친 뒤 국내 언론에 이를 발표할 당시 모습. 사진 가운데 있는 이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당시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2005년 3월, 경문협이 북한 저작권사무국 등과 실무협의를 마친 뒤 국내 언론에 이를 발표할 당시 모습. 사진 가운데 있는 이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당시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 YTN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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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08년 7월, 금강산에서 박왕자씨 피격사건이 발생한 뒤 대한민국 정부의 대북제재로 인해 저작권료를 북한에 전달하는 것도 중지됐습니다. 대북제재가 장기화되는 가운데서도 대한민국 내 북한 관련 보도는 계속 이어져 왔으니 저작권료도 쌓였겠죠? 북한 저작권료를 관리하는 경문협은 저작권료를 법원에 공탁했습니다. 북한이 받아갈 수 없는 상황이니까요.

그러던 와중에 <조선일보>가 논란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습니다. 지난 10일 보도한 '북한 저작권료 지켜주려... 국고 귀속 앞두고 북 청구권 연장' 기사가 바로 그것입니다. 공탁법에 따르면 공탁금에 대한 시효는 10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조선일보>는 '경문협이 2009년부터 보내지 못한 저작권료를 시효 만료 직전에 다시 회수했다가 공탁했는데, 북한의 저작권료를 지켜주려고 한 것 아니냐'면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죠.

[사실 확인] 통일부 관리 아래 있는 경문협이 '종북단체'라고?

경문협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지난 5월,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임종석 전 비서실장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면서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북한을 위해 (저작권료) 수금원 노릇을 한 게 문제'라고 언급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2017년 지만원씨 역시 같은 맥락의 주장을 매체 기고글을 통해 한 적이 있습니다.

김문수 전 지사의 주장처럼 경문협은 '김정은 위원장의 손아귀에 있는 재단'일까요? 몇몇 사실을 확인해봤습니다.

▲ '종북행위'인가 : 먼저, 경문협의 대북 관련 사업은 현행법에 따라 통일부의 승인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다시 말해 통일부의 관리 아래 있다는 것이죠. 김 전 지사의 말처럼 '종북행위'를 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르면 통일부장관은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는 경우' 협력사업의 정지를 명하거나, 승인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경문협이 노무현 정부부터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쳐 문재인 정부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국가보안법을 위반하는 등의 사업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날 제2기 제7차 군인가족예술소조경연에서 당선된 군부대들의 군인가족예술소조경연을 관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2019.6.3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은 지난 3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사진. 6월 2일 제2기 제7차 군인가족예술소조경연에서 당선된 군부대들의 군인가족예술소조경연을 관람하는 모습.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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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에게 7억 9000만 원? : 실제로 북한에 저작권료가 송금되는 절차를 보면 매 건마다 통일부 보고 및 승인이 필요합니다. 통일부가 설명한 송금 과정은 이렇습니다.
 
1. 경문협이 북한 저작물 사용 희망자(대한민국)와 계약 체결 2. 경문협이 북한 저작권자 동의서와 북한 저작권 사무국 확인서를 통일부에 제출 3. 저작권료 반출 승인 신청 4. 통일부 승인 이후 저작권료 송금

김 전 지사는 "김정은에게 7억 9000여만 원을 보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김정은 위원장에게 간 것은 아니지만, '북한 저작권사무국'으로 7억 9000만 원가량이 보내진 것은 맞습니다.

통일부 대변인실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북한에 지급된 저작권료는 7억 9200만 원입니다. 그런데 이때는 김정은 위원장이 정치 전면에 등장하기 전이지요. 앞서 설명드렸듯이 2009년부터 현재까지는 대북제재로 인해 저작권료가 북한에 송금된 건 없습니다.

▲ 미국-일본-영국도 북한 저작권료 지급 : 현재를 기준으로 법원에 공탁돼 있는 북한 저작권료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요? 통일부 관계자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총 18억 6000만 원(2019년 6월 11일 기준)이라고 합니다. 다만 경문협이 저작권을 위임받은 콘텐츠 현황, 지상파 방송·종합편성채널·통신사 등이 매년 내는 저작권료 현황은 알 수 없었습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경문협에 의하면, 계약과 관련한 일체의 내용은 제3자에게 알리지 못한다는 게 계약 내용에 포함돼 있어 알려줄 수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대략적인 금액을 가늠해볼 수는 있습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해 "지상파 방송사들은 연 3000만 원 안팎, 종편 등은 수백만 원 선으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만 북한에 저작권료를 지불하는 것 역시 아닙니다. 지난 2018년 6월 통일부는 <노컷뉴스>에 "미국의 경우 대북제재 상황에서도 저작권료는 예외로 인정하여 북한에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한 일본 TBS나 TV아사히, 미국 CNN, 영국 BBC 등 매체도 북한과 계약을 맺고 저작권료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재공탁은 편법인가 : 마지막으로 '회수 후 재공탁이라는 편법으로 북한이 돈을 가져갈 수 있도록 종북행위를 계속하고 있다'는 김 전 지사의 말을 짚어보죠.

통일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경문협이 2009년 공탁금 2200만 원을 회수해 재공탁했다고 통일부에 보고했다"라면서 "공탁법과 민법 등에 근거해 절차를 진행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민법 489조에 따르면 공탁자는 채권자가 공탁을 승인하거나 공탁소에 대하여 공탁물을 받기를 통고하거나 공탁유효의 판결이 확정되기까지는 변제자는 공탁물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위법은 없었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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