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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호국 영웅들이 목숨을 바쳐 막으려 했던 그 공산주의 침략세력의 요직 인물을, 수많은 전사자 영혼들 앞에서 추켜세웠습니다. (중략) 국가 행사마저도 북한 정권 눈치 보기, 북한 정권 비위 맞추기를 위해 동원해야 했습니까."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지난 6일 문재인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사에서 한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광복군에 편입됐다'는 발언을 '북한 정권 비위 맞추기'라고 몰아세운 겁니다.

'김원봉 발언'이 북한 정권 비위 맞추기라는 나경원

물론 정당과 정치인이 정치 공세를 펼칠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현충일 행사란 특수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기에 더 그렇습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전희경 대변인 등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공세를 펼쳤습니다. 

"6.25 전쟁 희생자들을 기리는 (현충일 추념식) 자리에서 언급하지 말아야 할 것을 언급한 것이다" (7일, 황교안 대표)

"국가 정체성, 대한민국의 역사를 감안하면 현충일 추념사에서 보편타당한 말을 했어야 하는데, 급진적인 말을 했다. (중략) 이 시점에서 가장 급진적인 좌파 이념을 사회에 끌어들이려는 것이 누군지를 봐야 할 것이다." (8일, 전희경 대변인)


나경원, 황교안, 전희경의 공통점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교과서에 찬성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황 대표와 전 대변인은 우익인사들이 '복면집필'을 벌여 논란이 된 국정 역사교과서 작업을 정부 안팎에서 이끈 이들이었죠.
 
 2015년 11월 2일, '국정교과서 고시 확정'을 발표하는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
 2015년 11월 2일, "국정교과서 고시 확정"을 발표하는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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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국무총리였던 황 대표는 2015년 11월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전 대변인은 자유경제원에서 일하며 '국정교과서 만들기'에 앞장 선 공로 등으로 한국당(당시 새누리당)에 영입된 인물이죠. 한국당은 그를 표절 의혹 속에서도 비례대표로 앞장세웠습니다.

김원봉 다룬 '박근혜 국정교과서'

그런데 말입니다. 이렇게 한국당 인사들이 일제히 국정교과서에 찬성한 것이 결과적으로 '김원봉 찬양' 교과서를 찬성한 꼴이 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한 이 국정교과서는 최종 결재본까지 만들었지만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사라졌습니다. <오마이뉴스>가 지난 7일 이 국정교과서 결재본(고교 <한국사>)을 입수해 살펴봤더니, 일제 강점기 서술 부분에서 김원봉을 김구보다 앞장세웠습니다. (관련기사 : 김원봉 찬양한 박근혜 국정교과서, 한국당 뿌리도 빨갱이?) 김원봉 이름만 12번이 나옵니다.(김구 25번, 신채호 10번, 김규식 12번, 이승만 43번 언급).
 
 국정교과서 234쪽.
 국정교과서 234쪽.
ⓒ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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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가 김구와 함께 빨간색 동그라미를 친 사진이 1장, 김원봉만 동그라미 친 사진이 1장 더 나옵니다. 이를 포함해 김원봉 사진은 모두 3장이 실려 있더군요. 교과서에서는 매우 드문 일입니다.

분량 또한 4페이지에 걸쳐 자세하게 실려 있습니다. 의열단 투쟁, 그리고 김원봉의 광복군 결합 등에 대해서도 다 나옵니다. 재미있는 것은 한국당이 문제 삼은 문재인 대통령 발언 대부분이 국정교과서에 그대로 실려 있다는 겁니다. 다음은 그 내용입니다.
 
"김원봉 등은 중국 국민당의 협력을 얻어 조선 의용대를 창립하였다. (중략) 독립운동 세력이 임시 정부로 결집한 것처럼 중국 관내의 무장세력도 한국광복군으로 결집하였다. 한국청년 지공작대가 합류한 데 이어, 조선 의용대 본부 병력이 한국 광복군에 합류하였고 김원봉은 부사령에 임명되었다." (234쪽)
 
다시 황교안 대표가 국무총리였던 2015년 11월 3일로 돌아가보죠. 국정교과서 제작을 확정한 이날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은 겨울인데도 땀이 났습니다. 수백 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가득 찼기 때문이죠.

황 총리가 '역사교육의 정상화, 우리 세대의 사명입니다'란 글귀가 적힌 연단 앞으로 개선장군처럼 걸어 나옵니다. 당시 SBS에서 보도한 영상을 보면 첫 발언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저는 역사교육 정상화를 위한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편향된 교과서로 역사교육을 받고 있는 지금의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마저 듭니다."

그러더니 "편향된 역사교과서를 바로잡아야 학생들이 우리나라와 미래 역사에 대한 확실한 정체성과 올바른 역사관을 가질 수 있다"면서 "객관적인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고 헌법가치에 충실한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어야 하겠다.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한 정부의 진정성을 믿어주시기 바란다"고 말하더군요.

황교안도 '북한 비위 맞추기'인가

이 당시 국정교과서를 만들기 위해 황 대표와 전 대변인 등이 내세운 논리가 바로 '색깔론'이었습니다. "편향된 교과서를 바로 잡아 학생들에게 헌법 가치에 충실한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이런 원리에 충실하며, 박근혜 정권의 '입맛'을 아는 이들을 데려와 '복면집필'한 것이 바로 국정 역사교과서입니다. 이런 국정교과서에 대해 황 총리와 전 대변인은 박수를 보내며 힘을 실은 것이고요.

그런데 문 대통령이 국정교과서에 나온 '김원봉 부분'을 거의 비슷하게 발언했다고 한국당은 다시 색깔론을 들고나오고 있습니다. 국정교과서에 박수를 보낸 그 손을 씻지도 않은 채 말입니다.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나경원 대표를 생각하며, 저도 다음과 같은 글을 페이스북에 올릴까 생각 중입니다.

"'박근혜 국정교과서'는 우리 호국 영웅들이 목숨을 바쳐 막으려 했던 그 공산주의 침략세력의 요직 인물을, 수백만 어린 학생들 앞에다가 추켜세우려고 했습니다. (중략) 국정교과서마저도 북한 정권 눈치 보기, 북한 정권 비위 맞추기를 위해 동원해야 했습니까."

나 원내대표 논리대로라면 '박근혜 국정교과서'에 나오는 '김원봉 찬양' 내용도 북한 정권 비위 맞추기입니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색깔론은 어디에나 다 걸려듭니다.

태그:#김원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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