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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잘 만들어진 미래 SF 영화를 책으로 읽은 느낌이다. 다만 영화는 재미있었지만, 다소 암울한 미래를 보여줬다는 것이 이 책 <수축사회>의 문제라면 문제일 수 있겠다.

'수축사회'란 용어는 참 생소하다. 책을 읽기 전 '지방소멸'은 들어봤지만, 수축사회는 금시초문이다. 이 책의 저자인 홍성국 작가는 책 표지에서 수축사회를 이렇게 이야기한다.
 
수축사회란, 저성장 기조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정치, 경제, 환경을 비롯한 사회 모든 영역의 기초 골격이 바뀌고 인간의 행동 규범, 사고방식까지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

미국의 유명 소설가 윌리엄 깁슨은 "미래는 이미 당도해 있다. 다만 아직 고르게 퍼지지 않았을 뿐이다"라고 이야기한다. 수축사회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윌리엄 깁슨의 말처럼 이미 우리 주변을 감싸오고 있지만, 아직 감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세계가 이미 수축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정황도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저자는 작년부터 세계를 떠들썩 하게 하는 G2, 미중 무역분쟁도 수축사회의 일부라고 이야기한다.

세상은 왜 수축하기 시작한 것일까? 저자는 2가지 요인으로 설명한다. 인구감소와 생산성의 획기적 증대로 공급과잉이 상시화되었고, 역사상 최고 수준의 부채와 양극화로 더 이상 성장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수축사회가 우리 앞에 본격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는 시기를 5년 뒤로 예측한다. 생각하기에 따라 짧게도 길게도 느껴질 수 있는 시간이다. 그리고 그 사회는 최소 30년 이상 지속되면서 우리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짧은 기간 동안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하지만, 경제성장만 강조한 나머지 사회간접자본 기반을 확충하는 데는 소홀히 했기 때문에 수축사회의 위험에 많은 부분이 노출되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수축사회를 지연시킬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바로 우리나라가 빈약한 사회간접자본이다. 글로벌 경기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미국이나 독일이 잘 버티는 것도 두 나라는 사회간접자본을 잘 구성해 놓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수축사회의 특징으로 5가지로 제시한다. 그리고 이 5가지를 돌파하는 것이 수축사회가 다가오는 시점을 지연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안타깝게도 다가오는 수축사회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1. 이기주의 만연, 원칙 무시
2. 모두가 전투 중, 학연, 지연 등에 더 집착
3. 눈 앞의 이익에만 집중, 미래 실종
4. 집중화 현상 심각, 지방 소멸
5. 사람들의 정서 불안 심화

5가지 내용을 가만히 살펴보면, 문제의 근본은 결국 사람이다. 아무리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해도 세상의 중심, 미래의 중심은 역시 사람이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인구는 줄어들고 있다. 인구감소는 수축사회를 앞당기는 촉진제와도 같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가오는 수축사회를 아무런 대책없이 그저 기다리기만 해야되는 것일까? 홍성국 작가는 '이타적인 마음'이란 약을 처방해준다. 사람들이 이타적으로 변해야만 수축사회를 잘 이겨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여러 분야에서 양극화가 매우 심하다. 책 속의 다양한 수치를 보면서 유독 다른 나라보다 심한 우리나라가 안쓰러울 지경이다. 부의 양극화, 세대갈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 도시와 지방의 격차 등 여러 분야에서 심각한 양극화 현상이 만연화되어 있다.

비록 철학서는 아니지만, 읽으면서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중소기업, 자영업이 안정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사회적, 법적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까? 서울, 강남에 집중된 부동산의 부를 해소할 수 있을까? 대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어느 정도가 적절할까? 영업이익을 어느 선까지만 취하고 나머지는 협력업체나 사회와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작년에 회사 CEO의 신문사 인터뷰 내용이 사내에 큰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기업의 영업이익률을 조금 낮추더라도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협력업체들과 동반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 인터뷰의 요지였다. 회사 직원들과 노동조합은 크게 반발했다.

당시에는 나 역시 그랬다. 기업의 목적을 단순히 이윤 추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의 목적은 이윤 추구뿐만이 아니다. 물론 이윤 추구 없이는 기업이 생존할 수 없다.

기업의 존재 이유는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 고객은 우리 제품을 구매하는 대상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우리와 함께 일하는 협력업체, 우리와 함께 생활하는 지역사회도 다 고객이다. 홍성국 작가가 이야기한 대로 이타적인 마음을 가지고 함께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협력업체, 중소기업 없이 대기업만 성장할 수는 없다. 이타적인 마음을 가지고 양극화를 극복해야 한다.

미국의 사상가 랄프 왈도 에머슨은 우리 사회를 불치병 환자들이 모인 병원으로 정의했다. 이타적인 마음이 넘치는 사회에 일조하기 위해서라도 이기적인 마음이란 불치병을 치료할 방법을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고민해보자. 우리에겐 아직 5년이란 시간이 남아있다.

수축사회 - 성장 신화를 버려야 미래가 보인다

홍성국 지음, 메디치미디어(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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