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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마음

농사꾼은 흉년이 들어도, 곡가폭락으로 생산비를 건지지 못해도, 이듬해 봄에 또 씨앗을 뿌린다. 그게 '농심(農心)'으로, 곧 농부의 마음이다. 문인들의 마음도 대부분 이와 같을 것이다. 

이즈음 대한민국 대부분의 문인들은 흉년을 맞은, 곡가폭락을 당한 농사꾼과 흡사하다. 아니, 그런 농사꾼보다 더 못하다. 왜냐하면 농사꾼은 이듬해 다시 자기 땅에다가 씨앗을 뿌릴 수 있지만, 대다수 문인들은 애써 쓴 작품을 발표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즈음 출판계가 워낙 불황이라 순수문학은 발표할 지면도, 책을 내줄 출판사도 없다. 그래서 대부분 문인들은 개점휴업 상태이거나, 생계를 위해 아예 다른 일을 하고 있는 현실이다.

기차나 버스, 지하철을 타면 이전에는 책을 읽거나 신문을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즈음에는 그런 광경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대부분 승객들은 휴대폰을 들여다보거나 문자판을 두들기고 있다.

어느 날 밤, 한 출판인과 통화 중 그는 분노에 찬 말을 쏟았다.

"이 세상의 모든 휴대폰을 죄다 수거해서 불살라 버리고 싶다."

아무튼 이즈음 대한민국에서 문인이나 출판인들은 살아가기 어려운 시대인 것만큼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

그 근원적인 이유는 사람들이 책을 점차 멀리한 탓도 있지만, 한국어권 인구가 상대적으로 매우 적기 때문이기도 하다. 영어권은 8억, 중국어권은 14억, 힌디어권은 10억, 스페인어권은 3억, 불어권은 2억, 이웃 일본어권도 1억 3천 내외이지만, 한국어권을 남북 합쳐도 8천만 정도다. 그나마 분단선인 철책으로 서로 교류가 없기에 고작 5천만 내외다. 그래서 한국의 문인들은 불행하고 더욱 불쌍하다.

게다가 한국의 SNS 발달은 세계 최첨단이기에 기존의 종이책 출판 산업은 현재 추세라면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화 선진국일수록 그 명성에 비례하여 1인당 독서량이 많을 뿐더러, 출판산업도 날로 발전한다고 한다. 

한 출판 전문가의 말을 빌리면, 최근 문화 선진국은 SNS나 전자책에서 종이책 출판으로 회귀하는 현상이라고 한다. 이는 영상으로 쉽게 얻는 지식은 그만큼 머리속에서 쉬이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올 상반기에 여러 권의 책을 내다
 
 올 상반기에 펴낸 책들.
 올 상반기에 펴낸 책들.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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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구멍에 볕들 듯이 나는 정말 운 좋게 올 상반기에 여러 권의 책을 냈다. 이전에 남들이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의병사나 독립운동사 분야에 기웃거린 탓인가 보다.

신간으로 지난 3월에 어린이용 <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 4월에 어린이용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에 이어, 지난 5월 하순에는 산문집 <마지막 수업> 펴냈다. 또 3월에는 <영웅 안중근> <허형식 장군>의 증쇄판과 개정판을 낸 바도 있다.

이 불황의 터널 속에서 산문집 신간을 내는 게 출판사에 폐를 끼치는 것 같아 이번 <마지막 수업> 출판은 보류하고자 출판사에 요청했다. 하지만 고지식한 출판인은 흉년에도 씨앗을 뿌리는 농사꾼처럼 '이번에는 괜찮을 테지'의 심정으로 책을 펴내줬다. 이는 어떤 불황에도 양서를 내겠다는 한 출판인의 사명감이었을 것이다.

일부 독자는 나에게 뭔 책을 한꺼번에 여러 권 냈느냐고 힐난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의 원고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왔던 것으로, 다만 출판 시기가 겹쳤을 뿐이다.
 
 기자가 서울 종로2가 '문화공간' 온에서 제자들이 정성을 다해 베풀어준 허형식 장군 출판기념회에서 <마지막 수업>을 하고 있다(2017. 2.).
 기자가 서울 종로2가 "문화공간" 온에서 제자들이 정성을 다해 베풀어준 허형식 장군 출판기념회에서 <마지막 수업>을 하고 있다(2017. 2.).
ⓒ 김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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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가장 아름답다

<마지막 수업>의 내용은 내가 학생으로 그동안 학교 안팎에서 만났던 여러 스승님의 고매한 인품과 교사로서 33년 동안 만났던 제자들의 아름답고 청순한 모습을 스케치해 보았다.

책 속의 주인공들은 내가 가장 존경하는 스승님이고, 사랑하는 제자들의 실존 모습들이다. 그러기에 한 꼭지 한 꼭지마다 한 치 어긋남이 없도록 마치 프로야구 9회에 등판한 마무리 투수처럼 혼신을 다해 썼다. 또한 출판사에서도 최선을 다해 고급 양장본으로 만들었다.

나는 중학교 1학년 때 알퐁스 도테의 <마지막 수업>을 배운 바 있다. 그때 그 작품의 주인공 프란츠 학생과 아멜 선생님에게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감히 그 작품 제목을 차용했다.

이 책에 실린 한 편 한 편의 글은 독자에게 옛 훈장의 '마지막 수업'과 같은 느꺼움을 주었으면 좋겠다. 이 책 마무리 글, 맨 끝 문단 말로 나의 발간 인사를 갈무리한다.
 
사람이 가장 아름답다. 아름다운 사람을 보는 기쁨은 이 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이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참 아름답다.
 

마지막 수업

박도 (지은이), 푸른사상(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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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교사생활 후 원주에서 지내고 있다. 장편소설 <허형식 장군> <약속> <용서>, 역사다큐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사진집<지울수 없는 이미지> <한국전쟁 Ⅱ> <일제강점기> <개화기와 대한제국> <미군정 3년사>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