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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사진 맥주 사진
▲ 맥주 사진 맥주 사진
ⓒ 픽사베이 무료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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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술 시장의 '뜨거운 감자' 였던 주류세가 고쳐진다. 1967년이후 지난 50년동안 묶여있던 주세법이 바뀌는 것이다. 현행 주세법에 따르면 정부는 그동안 술 가격(과세표준)에 따라 세금을 매겨왔다(종가세). 이번에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술 가격이 아닌 술 양에따라 세금을 매기는 방식(종량세)이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등에 따르면 주류세 개편안이 빠르면 다음달 중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기획재정위원회 한 의원은 27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개편안에 대해) 이미 다각도로 검토돼 왔으며, 빠르면 다음달 중에 발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류업계 등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조율하는 과정에서 당초 예상보다 시간이 걸렸을뿐"이라며 "어느정도 합의에 이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현재 추진 중인 주류세 개정안은 우선 맥주만 종량세로 전환하는 '단계적 추진'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세계일보>는 '기획재정부가 여당과 협의를 거쳐 '맥주 종량세' 개편안을 확정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곧장 "여당과 협의를 한 사실이 없으며, '맥주 종량세'안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에선 '소주와 맥주, 막걸리 등 모든 주류에 대해 일괄적으로 종량세를 적용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데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기재위의 또 다른 의원도 "주류세 개정안은 이미 지난해부터 꾸준히 논의해온 사안"이라며 "주류 업계마다 이해관계가 다르지만, 종량제로 가야한다는 취지에 대해선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도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술과 관련된 주류세 개편은 국민 식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작업"이라며 "50년간 유지돼 온 종가세 체계를 개편하는 것이며, 소비자 후생과 주류산업의 경쟁력, 통상문제 등 여러가지를 봐야한다"고 말했다.

50년 묵은 '주류세' 개편안...'맥주'만 우선 종량세로 바꾼다 

 
 국산 맥주와 수입맥주의 과세표준
 국산 맥주와 수입맥주의 과세표준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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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실장의 말대로 주류세는 지난 50년동안 한번도 제대로 손대지 못했다. 그의 말대로 국민 식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종량세로 세제가 바뀌면 서민 술로 대표되는 '소주'의 경우 가격이 오를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최근 몇년새 떠오르는 전통주를 비롯해 수제맥주 등은 세금이 줄어들어, 가격 경쟁에서 유리해질 수 있다.

현행 주류세는 1960년대 '보릿고개'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기도에서 전통주를 제조하는 김아무개씨는 "우리나라 술의 이미지는 종류가 별로 없고, 값이 싸다는 것"이라며 "60년대 보릿고개시절에 미국에서 밀가루 등을 수입해오다가, 미국도 흉작으로 수입이 여의치 않자 곡물가격이 연일 폭등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1965년 정부가 양곡관리법을 통해 쌀과 보리 등으로 소주 등을 만들수 없도록 했다. 결국 수입원료 등으로 막걸리나 소주 등을 만들면서, 국산 술 제품은 차별성을 잃었고, 경쟁력도 떨어졌다는 것. 정부는 1967년부터 종가세를 도입해, 가격에 세금을 매기면서 세금확보에도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김씨는 "종가세가 시행되면서 업계는 비용을 줄이는 등 원가 낮추기에만 급급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류세가 종량세로 개편되는 것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이어 "당장 소주까지 적용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현재 정부도 소주는 빼고 맥주에만 우선 '종량세' 적용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기재위 관계자는 "정부 연구기관의 용역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공청회도 가질 예정"이라며 "맥주만 종량세를 적용하는 것도 여러가지 개편안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그동안 맥주업계는 수입맥주 등과의 불평등한 과세 구조로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입장이었다. 현행 종가세로 따지면 수입산 맥주는 수입 신고가를 기준으로 세금이 매겨진다. 대신 국산 맥주는 원가에 유통비, 판매관리비 등 포함돼 세금이 높아질수 밖에 없었다.

맥주 종량세 전환...수입맥주 과세 역차별 해소될까

게다가 수입업체들이 수입신고가를 낮게 하면, 과세표준 자체가 낮아지면서 국산 맥주보다 가격이 낮아진다. 또 미국과 유럽산 맥주는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아예 관세도 없다. 수입업체 입장에선 그만큼 국내 맥주시장에서 값싼 가격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일수 있었던 것.

실제로 수입맥주는 지난 2012년 출고량 기준으로 시장 점유율이 3.9%에 불과했지만, 2018년에는 22.6%까지 치솟았다. 업계에서는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내년까지 수입맥주 시장점유율은 30%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 점유율 추이(4.5 실출고량 기준)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 점유율 추이(4.5 실출고량 기준)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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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 국산 맥주와 업계는 그만큼 타격이 심각하다. 2018년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국내 맥주 출고량은 지난 2012년 180만 5574킬로리터 였던 것이 2017년에는 162만1244킬로리터로 크게 줄었다. 맥주 출고량이 줄어들면서, 오비(OB)맥주를 비롯한 국내 맥주 3사의 평균 공장 가동률 수준도 44.3%(2017년말 기준)에 불과했다.

국내에 3개 공장을 운영중인 하이트진로는 마산공장 매각을 추진하다가 결국 소주 생산으로 방향을 틀었다. 롯데는 지난 2015년에 충주공장을 짓고도, 아예 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맥주업계 한 관계자는 "현행 불균형한 주세로 인해 국내 맥주산업 자체가 붕괴될 위기에 놓일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세제가 개편된다면, 국내 맥주 수입사들도 수입물량을 국내 제조사에 위탁제조, 판매하는 경향도 생겨날것"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해외에서 생산된지 몇개월이 지난 맥주 대신, 국내에서 동일한 레시피로 만든 신선한 제품을 접할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소규모 수제맥주도 더욱 활성화 될수 있다. 국내 하우스맥주 등이 가입돼 있는 한국수제맥주협회도 정부의 종량세 개편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정부의 주류세 개편안 발표 연기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6개월 사이에 정부가 개편을 세번이나 연기했다"면서 "많은 맥주 업체들이 생존을 위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번달 안으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주세 개편관련 연구 용역이 나온후, 공청회 등을 거쳐 빠르면 다음달 안으로 주류세 최종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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