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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 맞댄 손학규-오신환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오신환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왼쪽은 이준석 최고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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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0일 오후 6시 53분]
바로잡습니다 |
애초 보도에는 이준석 최고위원이 회의 중 "아,씨"라고 발언했다고 설명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대해 이준석 최고위원과 독자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
20일 오전 여의도 국회 바른미래당 당대표실에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 손학규 대표와 오신환 원내대표, 김수민·이준석 최고위원 등 회의에 참석한 최고위원들 뒤로는 여전히 '화합·자강·개혁'이라는 단어가 걸려있었으나, 현실은 달랐다. '자강'은 간데없고 또다시 면전에서 공개 설전이 오갔다. 바른정당계 권은희 최고위원과 국민의당계 손 대표의 설전, 국민의당계 문병호 최고위원과 바른정당계 이준석 최고위원의 설전 등이 그것이다. 지켜보던 기자들 사이에서 한숨이 터져 나올 정도였다.
이날 손 대표는 바른정당계 인사들의 공개 반발에도 채이배 전 비서실장을 신임 정책위의장으로, 임재훈 의원과 최도자 의원을 각기 사무총장, 수석대변인으로 임명했다. 모두 국민의당 출신 인사다. 오신환 사무총장과 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 등 바른정당 출신의 인사들이 강하게 반발했지만, 당헌에는 '협의를 거쳐 임명한다'고 돼 있을 뿐 정확한 규정이 없으므로 지명 가능하다는 게 손 대표 측 주장이다.
[# 장면 1] 손 대표 면전서 들이받은 권은희
권은희 최고위원: "지난주 채이배 의원에게 전화가 왔다. 그래서 제가 '이건 통보지 협의가 아니다' 분명히 말했는데, 결국은 이걸 통보했다. (손 대표를 바라보며) 대표님, 협의와 통보에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손학규 대표: "협의했다. (권: 어떻게 협의하신 거죠?) 이따 이야기하겠다."
이날 회의에선 손 대표의 채이배 정책위의장으로 지명 안건에 대한 바른정당 출신 최고위원들의 공개적 반발·항의가 오갔다. 권 최고위원은 손 대표를 향해 "이건 통보지 협의가 아니다"란 지적을 되풀이하며 "대표님, 협의와 통보가 차이가 뭐냐"고 물었다. 손 대표가 "이따 얘기하겠다"라고 답했지만 권 최고위원은 물러서지 않고 "통보식으로 할 거면 대표 혼자 최고위를 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맞섰다.
권 최고위원이 "정확한 유권해석을 위해, 협의 사항을 '과반 동의'라고 하는 등 오늘 최고위에서 관련 당헌을 명확히 할 것을 안건 상정 요청한다"고 했지만, 손 대표는 "당헌에 없는 안건 상정은 안 한다"며 반박했다. 이준석 최고위원이 "그건 당무를 거부하는 것"이라며 권 최고위원을 거들었지만, 국민의당계 문병호 최고위원은 "당헌당규를 좀 읽고 오라. 이렇게 불쑥 말하면 안 된다"라며 이준석·권은희에 맞섰다.
권 최고위원은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을 향해서도 "박 의원이 자극적 말로 우리 당을 분열시키려 했다면 이는 졸렬한 공작정치"라고 비난했다.
[# 장면 2] '유승민 5.18 기념식 불참 유감' 지적에 이준석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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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학규 옆에 앉은 이준석 바른미래당 이준석 최고위원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오른쪽은 손학규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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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호 최고위원: "당의 얼굴인 유승민 전 대표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에 유감이다. 광주에 대한 망언 퍼부은 자유한국당, 시대착오적 색깔론 띄우는 황교안 대표조차 기념식에 참석했다. 이러면 바른미래당이 한국당과 같은 보수정당, 보수대통합 참여하는 것 아니냔 생각을 갖게 할 수도 있다.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기대한다."
이준석 최고위원: (목소리 높이며) "이거는 말이 안 된다. 무슨 정당의 최고위에서 당내 인사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합당 뒤 유 전 대표의 첫 일정이 망월동 묘역참배를 통해 '5·18 정신을 실현하겠다'는 것이었다. 어떤 근거로 유 전 대표가 민주화운동에 대해 다른 태도 가졌다는 건지 유감을 표할 수밖에 없다."
이날 회의에선 유 전 대표의 기념식 불참을 두고도 공개 설전이 오갔다. 국민의당 출신인 문병호 최고위원은 "자유한국당 대표조차 5.18 기념식에 참석했는데 유 전 대표는 왜 참석하지 않았느냐. 이는 바른미래당이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해 평가절하한다는, 개혁에 미온적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하자, 바른정당 출신인 이 최고위원이 언성을 높이며 반박한 것이다.
[# 장면 3] 이준석-당직자들 언성 높이고 설전
평소 당내 갈등에 대해 잘 발언하지 않던 국민의당 출신 김수민 의원도 이날 회의에서는 인상을 찌푸렸다. 김 의원은 이날 공개 발언을 통해 "발언 전에 모든 최고위원들에게 부탁드린다. 품격 있는 공개 발언이 될 수 있도록 좀 주의해주시기 바란다"라고 일침을 놨다.
그러나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가 종료된 뒤에도 싸움은 멈추지 않았다.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이 최고위원과 국민의당계로 추정되는 당직자들이 공개적으로 설전을 벌인 것.
손 대표가 기자들과 만나 브리핑을 하는 모습을 내내 지켜보던 이 최고위원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손 대표가 (일부 최고위원들의) 의견을 무시했다. 이런 식의 인사는 당헌당규 위반이라고 본다. 문 최고위원의 유 전 대표에 대한 발언도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손 대표와 손 대표가 임명한 사람 말고 (대표 주변에) 누가 있나. 집단지도체제인 당에서 혼자가 되었다는 건 대표가 지금 방식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이를 보고 있던 임헌경 전 사무부총장, 노영관 부대변인 등 일부 국민의당 출신 당내 인사가 나섰다. 임 전 사무부총장은 "이 최고위원 좀 그만하시라. 지난 4월 2일에 창원 지원 유세할 때도 술 마시고 유세했는데, 그러니 당 지지율이 나오겠나. 똥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라는 격"이라며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즉각 "전 술 마시고 지원 유세 한 적 없다"고 맞섰고, 상대를 향해 "이제 (더는) 당직자가 아니시니 신경 쓰지 않겠다"라며 반박했다.
손 대표는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여러분들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드려 송구스럽다"며 사과했다. 지난 17일, 최고위 직후에도 "오늘 (기자) 여러분들께 죄송하다"라고 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당내 갈등·비난이 공개적으로 가감 없이 오간 데 대한 사과다. 손 대표는 이날 향후 최고위 운영에 대한 질의에 "앞으론 잘 될 것"이라며 애써 수습했지만, 대표의 인선 강행으로 당 내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