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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중독심리학회와 한국중독상담학회, 한동대 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가 주최한 2019 춘계학술대회
 한국중독심리학회와 한국중독상담학회, 한동대 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가 주최한 2019 춘계학술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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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겸 배우 박유천씨(33)가 지난 17일 기소되어 결국 재판에 넘겨지게 됐다. 버닝썬 사건으로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그 나비효과로 마약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났지만, 가수 승리의 구속에 대한 문제와 사건의 몸통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있다는 비난은 네티즌들 사이에 여전하다.

그런가 하면 해피벌룬(아산화질소 충전 풍선)을 공급하고 흡입한 95명이 무더기로 기소됐다고 검찰이 17일 발표했고, 대형참사로 이어질 뻔했던 대구의 인터불고호텔 방화사건의 용의자는 마약을 흡입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는 기사가 이어진다.

잊을 만하면 마약관련 뉴스를 접할 수 있고 인터넷에서 '상선'(마약 공급책을 의미하는 은어)을 찾은 후 텔레그램을 통해 받은 계좌로 입금만 하면 일명 '던지기 수법'을 통해 쉽게 마약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안타깝지만 2019년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이런 와중에 마침 우리나라에서 내로라 하는 마약중독 전문가들과 중독심리학자 및 상담자들이 모여 중독의 최근 경향과 대책에 대해 논의하는 학술대회가 열려서 기자가 그 현장을 다녀왔다. 한국중독심리학회와 한국중독상담학회, 한동대학교 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이하 상사학부)에서 주최하고 (사)한국심리학회와 강원랜드 중독관리센터에서 후원한 2019 춘계학술대회가 경북 포항에 위치한 한동대에서 17, 18일 양일간 열렸다.

학술대회 현장에는 중독전문가들은 물론 중독에 대한 깊은 연구를 통해 상담현장에 접목시키려는 상담 전문가들과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상담심리를 공부하는 학생들, 그리고 법무부 교정본부 소속 각 지역의 심리치료센터 공무원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마약중독자들을 집중치료하는 공주치료감호소 관계자도 열띤 세미나의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2019 춘계학술대회는 '중독의 최근 경향은 무엇인가?'라는 제하에 다양한 강의와 워크샵을 마련했는데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일명 '고(故) 윤창호법'으로 알려진 음주운전법에 대한 토크 콘서트를 열어 고(故) 윤창호 상병의 절친이었던 학생들을 초청해 음주운전법을 개정하기 위해 노력했던 과정의 어려움과 에피소드에 대해 듣는 시간을 가졌다는 점이다.

학술대회 이틀째인 18일 오전에는 김주은교수(식약청 마약관리과 전문조사관,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전문위원, 한동대 상사학부 외래교수)의 '클럽마약 및 신종마약의 종류와 근거중심 마약중독 상담' 강의와 천영훈 병원장(인천 참사랑병원, 킬리안 정서행동 연구소장)의 '마약중독자 외래 및 입원치료의 실제', 마약중독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있는 박진실 변호사(법무법인 진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자문위원)의 '사법적 관점에서 본 마약중독' 세미나가 이어졌다.

또한 오후 시간에는 '비트코인! 도박인가?'(한은경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광주센터), '청소년 도박 이대로 괜찮은가?'(권성중 침례신학대학교 교수), '중독현장 이야기'(강선군 강원랜드 중독관리센터 전문위원) 등의 세션도 준비됐다.
 
왼쪽부터 마약중독에 대한 강의를 맡은 김주은 교수와 박진실 변호사, 그리고 천영훈 병원장의 모습
 왼쪽부터 마약중독에 대한 강의를 맡은 김주은 교수와 박진실 변호사, 그리고 천영훈 병원장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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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은 교수는 강의를 통해 마약중독자들이 보통 주말에 엑시터시를 복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약효가 떨어지는 시기인 화요일에 Bad trip(기분이 극한대로 좋아졌다가 추락하는 것을 의미함)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는 사건이 많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또한 마약중독자들이 회복할 수 있도록 긍정적으로 돕는 활동 바우처(음식, 주유쿠폰, 영화티켓 등)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체 320베드 중 약 200여 베드가 알콜중독이나 마약중독자들로 채워져 있어서 마약중독 전문병원으로 알려져 있는 인천 참사랑병원 천영훈 병원장은 마약중독자들에게 가석방제도를 적절하게 활용해 처벌과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작년부터 의료용 대마초에 한해 합법적으로 사용할 있는 길이 열렸고 의사들은 그것이 안전하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마약을 복용한 사람의 뇌를 MRI로 촬영했을 때는 일반인의 뇌와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지만, DTI(Diffusion Tensor Imaging: 확산 텐서 영상, 뇌 안에서 서로 다른 부위를 연결하는 신경섬유들을 볼 수 있음) 검사를 하게 되면 신경다발이 많이 망가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마약중독의 심각성에 대해 경고했다.

<대마 이야기>의 저자로 알려진 마약중독 전문 변호사인 박진실 변호사는 "일반적으로는 수요가 공급을 창출하기 마련인데, 마약의 경우에는 쉽게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 때문에 공급이 넘치다 보니 이에 따라 수요가 따라가는 형국이다. 이것은 중독된 사람들이 마약을 계속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초보 입문자들이 마약에 쉽게 접근하는 문제와 연결돼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한 마약에 빠져서 수감될 경우 처음 1~2번은 가족들이 영치금을 넣어주는 등 지원을 해주지만 그 이상 반복될 경우 가족들은 면회조차 오지 않고, 결국 마약을 다루는 관련자들과 계속 연결고리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애초에 마약을 접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약중독 관련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사후관리 시스템이 전무하다는 의견을 피력했으며, 마약중독 사범들이 미결수인 상태로 한 장소에 모여있다 보니 마약 관련 노하우를 상호 전달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마약공급책들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장이 되기도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한편, 학술대회에 참여한 김수완 학생(한동대 상사학부, 13학번)은 천영훈 원장의 강의를 들으면서 의학적 모델로 마약중독자들을 바라보는 것에 대한 시각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는 말과 함께 중독자 관련 지역연계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상담심리사 및 활동가로 일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안지은 학생(한동대 상담대학원, 19학번)은 "중독자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와 마약복용 문제가 점점 우리 생활 속으로 깊이 들어오는 것을 감안할 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가족상담 분야에도 마약중독 관련 지식이 꼭 필요할 것 같아서 이번 학술대회에 참여하게 됐다"면서, 마약중독자들이 처벌받은 후 적절하게 치료받지 못하고 그래서 그들이 지역사회에 적응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소회를 밝혔다.

기자는 이틀간의 학술대회를 통해 마약중독자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에 다다르게 됐다. 다른 질병과 달리 '재발이 아닌 재범으로' 처벌받아야 하는 마약중독자들, 그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들이 왜 마약에 빠질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우리 사회가 다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어느 누구도 의지할 수 없는 깊은 고립감과 허무함이 누군가를 마약으로 이끌었다면, 그들의 심리적 문제를 해결해 줄 시스템적 대처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것을 위해 정부부처와 관련 전문가들이 중지를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졸피뎀, 스틸록스, 프로포폴 등 약물의 진화는 계속되고 있으며 심지어 합성마약의 경우는 시약기(試藥器)에 잡히지도 않는다고 한다. 해외유학파 학생이 급증하고 해외여행이 빈번해지다 보니 예전과 달리 일반인들도 점점 더 쉽게 마약에 접근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또한 수요가 지속되는 이상 마약공급시장은 더 확대될 수밖에 없고 처벌 위주의 정책만으로는 우리나라에 번지고 있는 마약 에피데믹(유행병)을 뿌리뽑을 수 없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학술대회를 주최한 한국중독심리학회 학회장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중독전문가인 신성만 교수(한동대 상사학부, 한동대 학사처장)와 김주은 교수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의 중독 실태와 그 원인은 무엇인지, 그리고 근본적인 대책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어지는 관련기사로 더 자세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인터뷰 ①] 마약중독 전문가 김주은 교수 
[인터뷰 ②] 한국중독심리학회장 신성만 교수

태그:##마약중독, ##2019 학술대회, ##중독, ##클럽마약, ##버닝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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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고 대자연을 누리며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서울에서 평생 살다 제주에서 1년 반,포항에서 3년 반 동안 자연과 더불어 지내며 대자연 속에서 깊은 치유의 경험을 했습니다. 인생 후반부에 소명으로 받은 '상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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