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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7일은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제3회 '임금차별타파의 날'이었다. '임금차별타파의 날'은 남성 정규직 임금 대비 여성비정규직 임금을 1년으로 계산하여 그 날 이후부터 12월 말일까지 여성은 무급으로 일하고 있음을 알리는 날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이중의 차별을 당하고 있는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드러내고 해법을 찾기 위해 만들어졌다. 2019년 '임금차별타파의 날'을 맞아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은 '가장'으로 상징되는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에 문제를 제기한다. 이를 위해 '남성생계부양자모델'이 한국 사회를 어떻게 왜곡하고 있는지 현장의 사례를 하나씩 짚어보고자 '생계에 성별은 없다' 기획을 통해 총 9개의 글을 오마이뉴스에 기고한다. 다섯 번째 글은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박미영이 썼다.[편집자말]
B씨는 강사 파견업체에 고용되어 방과후 강사로 일하고 있는 여성노동자다. B씨는 4년제 대학을 졸업했고 한 번도 정규직으로 일 해 본 적이 없다. 몇 군데 아르바이트나 계약직으로 일을 했는데, 주로 저녁 때 하는 일들이 많아 주변 사람들과 생활 패턴이 맞지 않아서 그만 두었다. 낮에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채용광고를 보고 지금 일을 시작하게 됐다. 돈으로 따지면 할 만한 일이 아니지만 아이들과 하는 수업은 재미있다.

일한 만큼 못 받아요

방과후 강사는 파견업체에서 정해준 학교에서, 정해준 시간대로 일을 하고, 정해준 출판사 교재로 수업을 한다. 이전 학교에 있을 때는 계약서를 썼는데, 주 내용은 '그만두기 얼마 전에 이야기해야 되고, 여기 있었던 일은 외부에 발설하면 안 되고' 등이다. 새로운 내용이 없어서인지 이번 학교에 와서는 계약서를 쓰지 않았다.

"회사에서 정해준 수업시간이 있어요. 그런데 딱 그 시간에 끝나는 게 아니라 일이 남으면 하고 가야 되는 거라서, 힘들어요. 점심밥은 본인이 행정실에 말해서 신청해야 하고, 월급에서 공제해요."

 
 수업 후 행정서류 처리, 휴일 발생 시 학부모들의 질문과 항의 응대, 아이들을 다독이며 수업을 이끌어 나가다 보면 원래 퇴근시간을 훌쩍 넘긴다.
 수업 후 행정서류 처리, 휴일 발생 시 학부모들의 질문과 항의 응대, 아이들을 다독이며 수업을 이끌어 나가다 보면 원래 퇴근시간을 훌쩍 넘긴다.
ⓒ 한국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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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수업 준비와 진행뿐만 아니라 학교에 제출할 출석부, 결석사유 등 행정서류도 작성한다. 그리고 수업 내 생기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 혹여 수업시간에 아이들이 싸우기라도 하면 아이들을 타이르고 다독거려서 수업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하고, 학교 재량 휴교일이 생기면 수업일수와 비용 관련해서 학부모들의 질문과 항의를 고스란히 받아서 해결해야 한다.

이런 노동에 비하면 급여가 참 적다. 학교 총매출에 비례해서 받기 때문에 매월 다르기도 하다. 그달에 수강하는 학생이 많으면 많이 벌어가고, 적으면 적게 벌어간다. 많이 받는 강사는 200~300만원도 벌어가지만 드문 경우이다. 학교에서는 싼 수강료에 좋은 교육을 원하니까 총매출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강사에게는 최저 금액은 지켜주겠다고 하지만 그마저도 3.3%를 공제하고 받는다. 100만 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다.

"최저임금 개념은 없죠. 최저임금이라 하면 일한 시간만큼 받아야 하는데 그렇게 못 받아요. 방학 준비하는 시즌은 남아서 만들기를 한다든지 이렇게 많아서 6시에 갈 때고 있고, 7시에 갈 때도 있는데 그거를 다 쳐주지 않거든요."

적은 월급 때문에 투잡도 고민해봤지만, 정해진 시간에 퇴근할 수 없기 때문에 고정적으로 하는 다른 일을 구한다는 건 생각도 할 수 없다.

노동자인 듯 아닌 듯

"저희는 연차나 월차가 없어요. 혼자 일하니까 제가 빠져버리면 그날 수업이 안 돼요. 아파도 나와서 아파야 해요. 학기 초를 비롯해서 여러 가지 서류나 자료를 준비하는 때에도 빠질 수가 없고. 한 학기에 3일 정도 쉬는 게 다예요."

"퇴직금도 없어서 돈을 모을 수가 없어요,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거 같아요. '4대 보험을 안 떼고 월급을 많이 받는 게 더 좋은 거 아니냐'는 말을 들었다는 강사도 있어요."
 

4대보험 안되면 안 좋은 직장이라고 언론에서도 때리는데, 이런 이야기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회자되고 있다니, 할 말이 없었다.

연차휴가와 퇴직금 없음, 4대보험 미가입 등은 방과후 강사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B씨와 같은 업체 파견 강사들은 지정된 근무시간 및 근무 장소, 비 자율적인 교재선택, 약정된 금액 존재, 대체근무 불가 등의 내용으로 볼 때 방과후 강사가 노동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다. 부당한 현실을 교육부도 방관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전국 방과후 강사는 13만명 정도라고 추측만 할 뿐 정확한 통계자료가 없다. 한 지역 교육청에 문의를 하니, "해당 학교와의 계약관계이기 때문에 업체에서 파견된 방과후 강사 인원, 처우 등의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방과후 수업이 학교의 수업 일부라면, 방과후 강사도 당연히 학교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노동환경과 권리에 대해서 연대책임자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학교에서 근무하지만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독립 생존을 하고 싶지만 형편없는 임금,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 때문에 고민이 많다.
 학교에서 근무하지만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독립 생존을 하고 싶지만 형편없는 임금,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 때문에 고민이 많다.
ⓒ 한국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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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좋은 개살구

사람들은 학교에서 일한다 하면, '어, 학교에서 일해?' 하고 괜찮은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빛 좋은 개살구이다. 방과후 강사는 시간은 시간대로 묶여있고, 돈은 적고, 복지도 너무 부족하다. 학교 안에서 수업을 하지만, 학교 구성원이 아닌 학교 밖 사람일 뿐이다. 학교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학교 구성원의 자세(?)는 갖추어야 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여러 시선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것도 보여지는 직업이라고 하나? 애들 앞에도 나서고, 다른 선생님도 저를 보니까, 품위유지비라고 해야 되나? 아무렇게나 편한 옷으로 다닐 수가 없어요. 그걸 사는 비용이 또 들죠. 아이들조차도 누구 선생님이 예쁜데, 못생겼는데 이런 게 말해요. 남자 선생님한테는 안 그러죠. '야' 이렇게만 이야기해도 무서워하고, 남자 선생님들은 화장을 하는 것도 아니고. 화장 안하고 가면 선생님은 물론이고 애들조차도 어디 아프냐고 물어봐요"

학교 안에서 서로 맡은 일들을 하는 것뿐인데, 똑같은 선생님으로 대해주는 선생님도 있고, 약간 '니가 뭔데' 라고 대하는 선생님도 있어 하대 받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결혼해서 독립? 독립생존 하고 싶은 나는?

B 씨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 정기적인 금액은 아니지만 적게나마 저축을 한다. 독립은 꿈도 꿀 수 없다. 핸드폰 요금이라든지 여자니까 생리대 비용, 생활용품, 강사로서의 의류, 화장품 등 품위유지비까지 포함해서 기본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이 있는데, 그것만 나가도 빠듯하다. 그래서 결혼해서 독립해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병원에 가도 아직도 의료보험이 아빠 이름으로 되어 있어 싫다고 했더니, '결혼하면 되잖아, 남자 밑으로 들어가' 이런 답변이 돌아와요. 이 정도만 벌어도 남편이 땡큐 할 거라고 해요."

B씨가 원하는 것은 경제적 독립이다. B씨도 당연히 결혼할 거라는 인식이 싫다. 경제적 독립을 못하는 것은 내 탓이니, 결혼을 선택하라고 한다. 그러면 어차피 생계비는 남편이 버니까 애들 학원비만 벌어도 된다는 식이다. 결혼할지 안 할지도 모르고, 부모님이 편찮으시거나 내가 아프면 큰돈이 드는데 어떻게 그걸 감당할 수 있을지 벌써 걱정이 된다. 직업이 안 좋으면 대출도 안 된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 알게 되었는데, 그 순간 자존감이 다시 바닥을 쳤다.

통계청 <여성가구주 구성비>를 보면 비혼, 유배우 및 이혼은 증가 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2015년 이후 1인 가구 주된 가구형태가 되었고, 여성 1인 가구는 284만 3천 가구로 49.5%를 차지하고 있다. B씨는 위 통계에 포함되어 있지는 않지만, '독립생존'하는 1인 가구를 꿈꾸고 있다. '독립생존'이 가능하도록 방과후 강사를 오롯한 노동자로 인정하고, 동일가치노동의 관점으로 그에 맞는 온전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우리는 의존하지 않는 삶, 불안하지 않는 삶, 평등한 삶을 꾸려나가고 싶다.

[생계에 성별은 없다]
① 
여성은 '반찬값' 정도 임금이면 족하다? 나도 생계부양자다
② 비혼 여성 간호조무사의 '안정적 삶'은 가능할까
③ "노동 존중 사회 실현한다"더니... 고용부 전화상담원의 호소
④ "남자 혼자 있는데 자신 있냐"... 가스 점검원의 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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