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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을 두고 실패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일반 시민이나 전문가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 중 일부도 그렇게 생각한다. '토지+자유연구소'는 5월 '노무현의 달'을 맞이하여, 4회에 걸쳐 노무현의 부동산 정책을 '제대로' 평가해보고 무엇을 계승·발전해야 하는지 살펴보려 한다. - 기자 주

한국경제는 부동산투기라는 중병에 시달리고 있다. 부동산투기는 생산을 제약하고 분배를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환경까지 파괴한다. 투기가 기승을 부리면 집값·건물값·땅값이 치솟아 신규기업은 시장 진입이 힘든 반면 부동산을 많이 보유한 기존 기업이나 개인은 기술개발과 같은 생산 활동을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보유한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돈을 쉽게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부동산투기는 생산을 제약한다.

그뿐 아니라 집값이 치솟으면 집 없는 서민들의 주거비는 늘고 다주택자들은 더 큰 돈을 벌게 된다. 다시 말해 투기 때문에 집 없는 서민들의 소득수준은 더 나빠지고 다주택자들의 소득수준은 더 올라간다는 것인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다주택자가 벌어들이는 소득의 상당 부분이 집 없는 서민들에게서 이전된 소득이라는 점이다. 어디 그뿐인가. 집값이 폭등하면 덮어놓고 공급확대가 대안이라며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주택을 공급하니 환경까지도 파괴한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부동산투기가 노리는 걸 차단해야 한다. 부동산투기는 불로소득을 노리고 일어나는 비생산적 경제활동, 즉 지대추구행위다. 불로소득이 없으면 집을 몇 채씩 사들이지 않는다. 사용하지도 않을 땅을 보유하지도 않는다. 그러면 불로소득은 무엇인가? 그것은 매매차익(매각가액-매입가액)과 임대소득(보유부동산의 임대가치–매입가액의 이자)의 합이다. 생각해보라. 부동산을 가지고 있어도 매매차익도 별로 안 생기고 은행 이자 수준의 임대소득이 발생한다면 사용 목적 이외에 부동산을 소유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를.

그런데 이런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보유세 강화라는 것이다. 보유세로 부동산투기를 완전히 차단할 순 없지만, 보유세 강화 없이 투기를 제거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보유세를 꾸준히 강화하면 임대소득도 줄어들고 부동산 가격이 하향 안정화 되어 매매차익도 줄어든다. 어떤 이는 양도소득세가 불로소득 차단에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한다고 하지만, 양도소득세는 부동산 소유자로 하여금 보유 부동산의 매각을 꺼리게 만든다. 양도세를 아무리 많이 올려도 그냥 보유하고 있으면 속수무책인 것이다.

최초로 보유세 강화 로드맵 제시한 노무현 정부
 
 2006년 10월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전직 대통령 초청 간담회 자리에 참석하려고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김영삼, 전두환 등 전직 대통령들이 함께 오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2006년 10월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전직 대통령 초청 간담회 자리에 참석하려고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김영삼, 전두환 등 전직 대통령들이 함께 오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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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세 강화가 부동산투기 차단의 핵심수단이라는 것은 일종의 공리와 같기 때문에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제외하고 역대 정부들은 임기 초 보유세 강화를 천명해왔다. 김영삼 정부는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것이 고통이 되도록 하겠다"라고 할 정도로 보유세 강화에 의욕적이었고, 김대중 정부도 집권 초기에 보유세 강화를 천명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는 얼마 안 가서 바로 포기해 버리고 만다.

그러나 노무현은 중간에 굴곡은 있었지만 보유세 강화의 기조를 끝까지 밀고 나간다. 그리고 대한민국 최초로 보유세 강화 로드맵을 제시하는 데까지 이른다. 보유세는 한꺼번에 올릴 수 없기에 점진적이고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하므로 목표와 로드맵 제시가 필수다.

노무현 정부의 보유세 강화 로드맵은 2005년 5월 4일에 처음 나왔다. 당시 0.15%였던 보유세 실효세율을 2017년까지 1%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는 대한민국 부동산정책사에서 획기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일이다.

노무현 정부는 같은 해 8월 31일 이른바 '8.31대책'에서는 주택에 한해서 2017년까지 실효세율을 0.61%로 강화한다는 정책을 발표하고 연말에 이를 입법화 했다. 고가부동산과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종합부동산세는 2009년까지 가파르게 증가하도록 했고, 중산층 이하 서민들이 내는 재산세는 2017년까지 느리게 증가하도록 설계한 것을 법제화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중요한 보유세 강화 대책이 너무 늦게 나왔다. 보유세 강화처럼 중요한 정책은 지지율이 높은 집권 초기에 잘 준비해서 추진해야 했다. 아마 집권 초기, 그러니까 2003년에 철저히 준비해서 2003년 연말이나, 늦어도 2004년 연말에 입법화했다면 노무현 정부 내내 부동산은 안정되었을 것이고, 2005~2006년 폭등 현상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듯이 집권 3년이 지난 2005년 연말에 가서야 입법화 했다. 그것도 지지율이 20%로 안팎이었을 때. 이런 이유로 입법화에 성공했지만, 당시에는 재집권이 난망한 상태였기 때문에, 즉 시장 참가자들은 이명박이나 박근혜가 집권하면 강화된 보유세를 후퇴시킬 것이라고 봤기 때문에 보유세 강화 입법화의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노무현은 대체 어느 정도 보유세를 강화한 것일까? 실효세율 0.61%로는 감이 오지 않기 때문에 주택가격에 따른 보유세액을 통해서 비교해 보자. 아래 [표1]은 노무현 정부가 입법화시킨 보유세 강화가 2017년에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2017년에 부담할 보유세액과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후퇴시킨 보유세액을 비교한 것이다.

30억 원 주택이 부담해야 할 보유세액 2,500만원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보유세액 비교
 [표1]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보유세액 비교
ⓒ 고정미
  
[표1]에서 보듯이 노무현 정부가 만든 보유세 강화 정책이 2017년까지 지속되었다면 시가 15억 원 주택의 경우엔 799만 원의 보유세를 부담해야 했다. 그런데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후퇴시켰기 때문에 실제로는 213만 원만 부담했다. 거의 1/4토막이 난 것이다. 시가 20억 원, 25억 원, 30억 원 주택도 마찬가지다.

노무현 정부가 만든 정책과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후퇴시킨 정책을 비교하면 3~4배 차이가 난다. 노무현 정부가 만든 보유세 강화 정책이 계속되었다면 시가 30억 원의 주택의 경우 2,124만 원(부가세까지 합치면 2,500만 원이 넘는다)을 부담해야 했는데, 이런 상태에서 투기목적으로 30억 원의 주택을 매입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노무현의 주거복지정책

한편 주거복지에서도 노무현은 우뚝하다. 주거복지는 시장에서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가구에 정부가 제공하는 것인데 보통 여기에는 두 가지 목표가 있다. 하나는 장기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여 저소득층(소득분위 1~4분위)의 주거안정성을 높이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중소득층 이상에게 자가 소유를 지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노무현의 주거복지는 후자보다 전자, 즉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에 집중했다.
 역대 정부의 저소득층 주거안정성을 위한 장기 공공임대주택공급 실적
 [표2] 역대 정부의 저소득층 주거안정성을 위한 장기 공공임대주택공급 실적
ⓒ 고정미
 
[표2]를 보면 역대 정부 중 노무현 정부는 공공임대주택을 가장 많이 공급했다. 노무현 정부가 공급한 공공임대주택 중 저소득층을 위한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비율은 무려 85.9%에 달해 역대 정부 중 최고였다.

이런 주거복지 정책은 비주택거주가구, 즉 쪽방, 고시원, 비닐하우스 등에 거주하는 가구 수가 줄어드는 결과를 낳았다. 아래 [표3]을 보면 63,312이었던 2000년 비주택거주가구의 수가 2005년에는 57,066가구로 줄어들다가 2010년(126,058가구) → 2015년(393,792가구) → 2017년(429,730가구)로 폭증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물론 저소득층에게 얼마나 많은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했느냐가 비주택거주가구 수에 영향을 미치는 유일한 요인은 아니지만, 중요한 원인 중에 하나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만약 노무현 정부처럼 이명박, 박근혜 정부도 주거복지정책을 추진했다면 비주택거주가구는 크게 줄어들었을 것이다.
 비주택가구 가구수 비율 추이
 [표3] 비주택가구 가구수 비율 추이
ⓒ 고정미
 
게다가 노무현 정부는 비주택주거 종식을 위한 로드맵까지 제시했다. 2007년 5월 노무현 정부는 고시원·쪽방·비닐하우스 거주자들을 2009년까지 종식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쪽방·비닐하우스 거주가구 주거지원 업무처리지침'으로 제도화한다. 다시 말해 노무현 정부는 주거복지 영역에서도 가시적 목표를 세우고 정책을 수립·추진했다는 것이다.

부동산, 특히 주택정책에서 정부가 추진해야 할 중요한 목표는 두 가지다. 하나는 투기차단대책을 확실하게 세우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다주택자들의 투기가 줄어들고 투기목적으로 보유하는 주택들이 시장에 재등장하여 중소득층 이상의 자가보유율이 높아질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주거복지수요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시장을 통해서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성 제고에 주거복지의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노무현 정부는 정책추진 타이밍 등에서 아쉬운 면을 보였지만, 문재인 정부와 차기 정부가 본받아야 할 모범을 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노무현은부동산을 알았다 2부
ⓒ 토지+자유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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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부동산을 알았다]
이명박은 노무현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http://omn.kr/1j8ny

덧붙이는 글 | <토지+자유연구소>는 토지공개념이라는 철학 하에 부동산 문제로 고통당하고 있는 우리사회를 정의롭고 효율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이론과 구체적이고 치밀한 정책설계도를 연구하는 민간 연구소로, 이 취지에 동의하는 시민들의 개인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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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자유연구소(landliberty.or.kr) 소장. 토지정의와 기본소득, 그리고 통일을 염두에 둔 대안 국가모델에 관심을 갖고 연구와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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