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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당 노회찬 국회의원은 5일 저녁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앞에서 열린 전국금속노동조합 STX조선지회 집회에 참석해 발언하기도 했다.
 정의당 노회찬 국회의원은 5일 저녁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앞에서 열린 전국금속노동조합 STX조선지회 집회에 참석해 발언하기도 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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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의원이 2018년 7월 23일 투신자살했다는 속보를 보고 충격받은 사람은 나만이 아닐 것이었다.

현대사의 격동을 겪으면서 하도 많은 사건ㆍ사태를 지켜보아선지 어지간한 일에는 놀라거나 충격받지 않았는데도,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투신에 이어 노 의원의 사망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왜 한국 사회는 정직하고 양심적인 사람들의 생명을 빼앗는가.

수백억, 수천억 원을 꿀꺽하고도 전두환ㆍ노태우 그리고 이명박ㆍ박근혜는 멀쩡한데, 노무현과 노회찬은 몸을 던져 생명을 스스로 버리는가.

독재자와 그 부역자들은 천문학적인 치부를 하고, 재산과 권력을 세습하는데, 양심적인 민주인사들은 죽음의 벼랑으로 내몰려야 하는가.

어떤 세력은 남의 황소를 훔쳐도 괜찮고, 다른 측은 병아리 한 마리 훔쳐도 도덕성이 지탄되는, 한국사회의 이중적 잣대는 정당한 것인가, 그리고 가치관의 기준은 무엇인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그레셤 법칙이 가장 심한 곳이 정치판이고 국회이다. 우리나라 국가기관 중 가장 신뢰성이 떨어진 기관이 국회라는 여론조사도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곳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차고도 넘친다.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다는 국가기관, 자신들의 급료를 스스로 정하고, 낮에 싸울 때는 상종을 하지 않을 것처럼 하다가도 밤이면 술잔을 맞부딪히고, 급료 인상에는 여야 만장일치를 이루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고 할 것이다. 변할 듯하면서도 변하지 않고, 변할수록 옛 모습을 닮아가는 국가기관.
  
'서울 확 바꾸겠다' 총출동한 정의당 후보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와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정의당 서울시당 6.13 지방선거 후보 출정식을 열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서울 확 바꾸겠다" 총출동한 정의당 후보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와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정의당 서울시당 6.13 지방선거 후보 출정식을 열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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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성이 착하고 영혼이 맑은 사람들에게는 적응하기 어려운 '선량'들의 집합소, 어느 해든가 사석에서 노회찬 의원에게 물었다.

"노 의원의 품성으로 보아 적응이 쉽지 않을 터인데, 어떠신가요?"

그가 정색을 하며 한 답변의 요지는 이랬다.

"밖에서는 아무리 떠들어도 반응도, 메아리도 없는데, 그래도 국회에서 말하면 일정한 반응이 있다"는 거였다.

국회의원은 개인이 헌법기관이고 절차에 따라 발언을 하면 어디선가는 반응이 따른다. 그런 맛에 국회의원을 하는 재미가 있다고도 한다.

하지만 4년 임기 동안 법률안 하나도 제안하지 못하는 의원이 있고, 그게 언론에 노출될까 겁내어 남의 것을 짜깁기 하거나, 오래 전에 폐기된 것을 복제한 의원도 많다고 한다.
  
 지난 26일 화재로 사망한 뇌성마비 중증장애인 김주영씨의 노제가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가운데 노회찬 진보정의당 대표가 추모사를 하고 있다.
 지난 26일 화재로 사망한 뇌성마비 중증장애인 김주영씨의 노제가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가운데 노회찬 진보정의당 대표가 추모사를 하고 있다.
ⓒ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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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의 사망 소식을 듣고 지인이 말했다.

"노회찬과 같은 의원이 10명만 있어도 우리 국회의 모습이 달라질 것인데, 그마져 가고 말았다"고. 소돔과 고모라성은 의인 10명이 없어서 멸망했다고 한다. 그래도 우리 국회가 건재한 것은 의인 의원이 많아서일까.

노회찬은 3선의원이지만 임기를 다 채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만큼 시련이 많았다. 하지만 의정활동 7년 동안 127건의 법안 및 결의안을 대표 발의하고, 이 가운데 34건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만큼 의정활동에도 충실한 선량이었다. 

진보의 갈 길은 멀고 할 일이 많은데 그는 너무 일찍 갔다. 우리 정치에서 그의 죽음은 큰 손실이다. 진보진영뿐 아니라 정계 전체의 손실이다. 그만한 진보적이고 서민적이고 품격 있는 정치인을 만나기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쟁이 무기를 갖고 하는 싸움이라면 정치는 말(언어)로 하는 싸움이다. 어떤 말을 어느 장소에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가려진다. 논리와 여론은 뒷전이고 입만 열면 상대를 '용공 좌파'라고 떠드는 족속들은 논리 부재ㆍ철학 부재의 중세시대 주술가에 속한다. 민심과 여론을 수렴하여 논리적으로 토론하지 않고 매사를 이념과 색깔로 떠드는 정상배들이 있다.

노회찬의 언어는 서민적이고 상스럽지 않고 들으면 명쾌하다. 이명박 정부 시절의  발언이다.

과거 군사정권은 조직폭력단이었어. 힘으로 눌렀지. 그런데 이명박은 금융사기단이야. 돈으로 누른다. 밥줄 끊고 소송해서 생활을 망가뜨려. 밥줄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힘으로 때리면 약한 놈은 피해야 해. 그건 부끄러운 게 아니야. 피하고 뒤에서 씨바 거리면 돼. 그런데 밥줄 때문에 입을 다물면 스스로 자괴감이 들어. 우울해져. 자존이 낮아져. 위축돼. 외면하고 싶어. 그러니까 지금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건, 위로야. 쫄지 마! 떠들어도 돼, 씨바. 그런 자세는 그 자체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된다.

해보자.
쫄지 말자.
가능, 하다. (주석 1)


노회찬은 학생운동을 할 때부터 노동운동ㆍ진보운동ㆍ정치활동에 이르기까지 대단히 우수한 기량을 보여주었다. 술수나 술책이 아니라 설득과 절차를 소중히 여겼다. 그 과정에서 말(언어)이 유일한 무기였다. 그의 말은 달변이 아니라 어눌하지만 진정성이 담겼다. 상대를 공감시키는 진정성은 유모와 위트로 포장되었다.

그의 침대에는 언제부터인지 두꺼운 국어사전이 놓여 있었다. 국어학자도, 국어연구가도 아닌 사람의 잠자리에 왠 국어사전? 그는 틈만 나면 국어사전을 펴놓고 우리 말, 어휘를 찾고 공부하였다. 하여 그의 말에는 품격이 담기고 정확했으며, 사용하는 어휘의 양이 많았다. 적재적소의 속담과 촌철살인의 '말 대포'는 그렇게 하여 생산된 것이다.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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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6일 제19대 총선을 앞두고 야권연대에 대해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의 한 의원이 험하게 비난하는 말을 했다.

"우리 나라랑 일본이랑 사이가 안 좋아도 외계인이 침공하면 힘을 합해야 하지 않겠는가?"

한마디로 그들을 '외계인'으로 만든 것이다.

2019년 4월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 사법개혁에 나서자 한국당이 민주평화당ㆍ정의당 등을 더불어민주당의 제2중대, 제3중대라고 폄하 발언을 쏟아낼 때 7년 전 노회찬 의원의 '외계인' 발언이 떠올랐다.
  
 노회찬 공동대표, 정진후·김제남 의원 등 진보정의당 대표단이 26일 최강서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조직차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대책위 관계자들과 면담하고 있다.
 노회찬 공동대표, 정진후·김제남 의원 등 진보정의당 대표단이 26일 최강서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조직차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대책위 관계자들과 면담하고 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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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노회찬이 언어의 마술사는 아니었다. 그는 노동운동을 독립운동하는 심경으로 성심성의를 다하고, 정치인이 되어서는 해마다 세계여성의 날이면 여성 노동자들에게 여성의 권리 확대와 성 평등 실현을 다짐하는 의미로 장미꽃을 선물하였다. 언론 보도를 위한 이벤트가 아닌 진심 어린 행동이었다.

주석
1> 앞의 책, 뒷표지.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진보의 아이콘' 노회찬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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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