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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가 세월호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2015년 4월 15일 오전 청와대 부근 청운효자주민센터앞에서 '진실을 밝힐 때까지 끝까지 행동하겠다'는 교사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전교조가 세월호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2015년 4월 15일 오전 청와대 부근 청운효자주민센터앞에서 "진실을 밝힐 때까지 끝까지 행동하겠다"는 교사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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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중립을 내세워 공무원과 교원의 정치적 표현과 정당 가입, 선거 운동의 자유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인권위 결정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29일 "현행 국가공무원법 등 관련 법규에서 공무원·교원의 정치적 표현, 정당 가입, 선거 운동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은 헌법, 국제규약 및 해외사례, 그리고 과잉금지 등 기본권 제한에 관한 법리에 비춰 인권침해"라면서 국회의장과 정부에 관련 법규 개정을 권고했다.

"영국, 독일 등 교육공무원 정당가입-선거운동 허용" 

인권위는 이날 국회의장에게 "공무원·교원이 그 직무와 관련하여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시민으로서의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국가공무원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하고, 인사혁신처장, 행정안전부 장관, 교육부 장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등에게도 관련 법률 조항과 하위 법령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이는 지난해 4월 12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세월호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사법처리 중단 및 교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등 정치적 기본권의 보장을 위한 관련 법률의 개정을 요구"하는 집단 진정을 한 것에 따른 것이다. 인권위는 해당 진정이 국회 입법에 관한 것이라며 각하했지만, 현행 법률이 공무원ㆍ교원의 정치적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는지 정책적으로 검토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김정훈 전 전교조 위원장을 비롯한 전교조 교사들은 지난 2014년 청와대 게시판과 신문 광고에 세월호 참사 교사 시국선언을 통해 진상규명과 정권 퇴진을 촉구한 뒤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1심과 2심 재판부는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지난 3월 5일 세월호 시국선언 참여 교사들에 대한 고발을 모두 취하했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2006년을 시작으로 2016년까지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 권고'를 통해 공무원과 교원의 정치 활동 확대를 꾸준히 권고해 왔다. 또 지난 2011년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공무원과 교원의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 보장을 권고한 데 이어 국제노동기구(ILO)도 2015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초중등 교사가 정치적 표현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도록 권고했지만 우리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권위는 20대 국회 들어 윤소하 의원 등 국회의원들이 공무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보장과 정당가입, 선거운동 등을 허용하는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공직선거법' 등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지만 큰 진전이 없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공무원·교원이 공직수행의 담당자이면서 동시에 시민으로서의 지위를 갖기 때문에 기본권 주체가 됨은 헌법 및 국제규약, 판례 등에 비추어 의문의 여지가 없다"면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매우 강한 정도의 명확성을 요구받으며 과잉금지원칙의 적용에 있어서도 보다 엄격한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일본을 제외한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등 주요 OECD 국가들은 공무원과 교원들의 정치 활동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독일, 영국 등은 교육공무원의 정당 가입과 선거운동, 공직후보 출마 등을 허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무원 정당가입-선거운동 허용은 반대" 소수의견도

인권위는 "현행 법률이 공무원·교원이 개인적으로든 집단적으로든 공무원으로서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한 것인지 아니면, 시민의 지위로 개인적·사회적 생활영역에서 정치적 기본권을 행사한 것인지 면밀하게 구분하지 않고 있다"라면서 "단지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추상적 우려를 이유로 정치적 표현행위, 정당가입 및 선거운동의 자유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 명확성의 원칙, 과잉금지원칙상의 최소 침해, 수단의 적합성, 법익균형의 원리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선진 민주국가의 '기능적 권력통제'로의 기능 변화와 맹목적인 정책 집행 담당자가 아닌 내부감시자로서의 공무원의 역할 변화를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공무원·교원이 그 직무와 관련해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정치적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다수 의견에는 동의하면서도, 공무원과 교원의 정당 가입과 공무원의 선거운동 허용은 반대한다는 소수의견도 있었다.

조현욱 인권위원은 "직업공무원제도의 보장과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교육의 정치적 중립과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공무원·교원의 정당가입을 금지하는 것이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필요한 범위를 벗어난 과도한 제한이라고 보이지 않"으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해 공무원의 선거운동 금지가 불가피한 조치인 이상 공무원의 선거운동 금지 규정이 입법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과도한 것이라고 볼 수 없어 과잉금지원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이날 인권위 권고를 환영했다. 전교조는 이날 오후 논평에서 "인권위의 법령 개정 권고는 공무원·교원이 공직수행의 담당자이면서 동시에 시민으로서의 지위를 갖는다는 점을 밝힘으로써, 모든 시민의 헌법적 권리인 정치기본권의 주체가 됨을 분명히 하고 있다"라면서 "인권위의 권고를 계기로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오해와 왜곡을 바로잡고, 관련 법령의 조속한 개정을 통하여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태그:#인권위, #공무원정치활동,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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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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