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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7일 새벽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서 40대가 거주지에 불을 내고 주민들한테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4월 17일 새벽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서 40대가 거주지에 불을 내고 주민들한테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 경남매일 이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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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일어난 진주 아파트 방화·살해 사건은 모든 사람에게 충격과 분노를 주었지만, 시각장애인인 나에게는 더욱 남다르게 다가왔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우리 사회에 약자라고 볼 수 있는 여성, 노인, 장애인이었다. 특히 살해 피해자 중에는 시각장애인인 18살 최아무개양이 포함되어 있었다. 시각장애인은 외부의 위협에 취약하다. 나 역시 외출을 할 때는 물론 집 안에서도 항상 신경이 곤두서있다.

방화사건이 일어나고 아파트는 혼란 그 자체였을 것이다. 최양에게 나를 대입해 보았을 때 큰어머니의 도움이 있었다고 해도 평소에 인지하고 있던 통로와 출구가 어느 방향인지를 파악하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살해 피의자를 마주쳤다하더라도 그의 존재 자체도 인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무방비한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이 특이하고 예외적인 상황이라 하더라도, 앞으로 불이 났다는 방송이나 외침을 듣는다면 다른 걱정도 생길 듯 하다. 당시 상황에서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은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여러 언론들이 해결책으로 가해자가 사건을 일으키기 전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기사를 쏟아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해자는 조현병을 앓았던 이력이 있었고 한차례 진료를 받은 후 지속적인 치료는 없었다고 한다. 관할기관과 의료기관의 지속적인 추적이 필요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피해자의 신고에도 불구하고 대응책 마련은 지지부진했다. 관할 경찰서가 좀 더 적극적으로 이번 일에 개입했다면 어제와 같은 비극적인 사건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또 시각장애인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비상시에 관할 소방서, 파출서에 연락이 될 수 있는 벨을 설치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범죄, 재난, 사고는 항상 예기치 못한 순간에 생긴다. 따라서 항시적이고 지속적인 대응체계가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시각장애인 활동지원제도 중에는 야간 순회라는 서비스가 있다. 야간 순회는 시각장애인이 안전한지를 저녁 10시와 아침 6시에 방문해서 확인하고 간단한 서비스를 해주는 것이다. 이 서비스의 확대 역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모든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애도의 뜻을 표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 및 기관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태그:#진주방화살인사건, #시각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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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둠 속에서도 색채있는 삶을 살아온 시각장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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