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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TV조선 애청자다. TV조선 뉴스의 시각이 무엇인가 관심을 갖고 시청한다.

어제(9일) 뉴스를 보니 '문재인 대통령 운전기사 고위직 3급 임용'을 마치 특종인 양 보도하는 기사를 봤다. 분노가 치밀었다. 운전기사 출신은 3급 되면 안 될 이유가 있나? 명문대 나와 펜대 굴리고, 고시 출신이어야 고위직 자격이 있다는 말인가?

운전기사라 하지 말고 수행 보좌역이라고 해야 한다. 수행 보좌역은 단순히 운전만 하는 게 아니다. 상당한 정보량을 습득해야 한다. 교통 정보 뿐만 아니라 행사 정보, 사람 정보에 능해야 한다.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한 정보도 알고 있어야 하고 자기 판단도 있어야 한다. 소위 모시는 사람이 이동하는 차 안에서 묻고 의견을 묻는 경우가 많다. 심기도 잘 보살펴야 한다. 좁은 차량 공간에서 상관이 심기가 언짢은 경우를 생각해 보라. 이런 고역도 없다.

수행 보좌는 상관의 공사 영역을 모두 접하며 의도치 않게 많은 공사 정보를 접하게 된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비밀을 아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수행 보좌하는 사람이 종종 내부 고발자가 되기도 한다. 이 비밀을 발설하지 않는 게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고도의 균형 감각과 정무 판단 능력이 요구된다.

'고작 운전기사가 3급이라고?' 따위의 사고는 뭘 모르고 하는 얘기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으로 임명됐다가 사흘 만에 사퇴한 전병민이라는 사람이 있다. 이 양반이 낙마한 이유가 장인 문제도 있었지만 가장 논란이 됐던 건 고졸 학력이었다. 고졸 학력인 사람이 어떻게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을 할 수 있느냐는 거다.

2002년에는 <먼나라 이웃나라> 만화책으로 유명한 이원복 교수라는 자가 서울대 동창회보에 상고 출신 대통령(김대중, 노무현)을 아래로 보는 만평을 그려 파문이 일었었다.

이 두 사건 그리고 이번 TV조선 기사는 우리 사회의 자칭 엘리트군들의 사고가 얼마나 폐쇄적이고 꼰대스러운지를 고스란히 보여준 거라 생각한다. 이들이 단지 핏줄이라는 이유로 재벌 2, 3세들이 검증 과정 없이 기업의 임원 자리를 꿰차는 세태를 비판한 것을 본 적이 없다. 초등학교 5학년인 TV조선 대표 딸이 '운전기사'에게 막말한 것이 이슈가 됐을 때 그들이 어떤 태도를 취했던가?

학력, 특히 명문대 졸업장은 개인의 역량 평가에 있어 상대적으로 유리할 조건일 뿐이다. 절대적일 수 없다. 학력이 사람을 판단하는 데 선입견이 되고, 판단을 가르는 기준이 되는 사회는 참 답답한 사회다. 학력이 좀 떨어져도 인재는 얼마든지 있다. 이런 사람들이 학력의 벽에 막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우리 사회에 기여할 기회를 잃는다면 이는 그 사회에 불행한 일이다.

덧붙이는 글 | 홍웅표 기자는 신동근 의원실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운전기사,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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