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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상사(큰아이)는 퇴근을 모른다. 잠자리에 누워 물 달라, 노래 불러 달라, 화장실 가겠다 등 온갖 이유를 들어가며 잠을 늦춘다. 유난히 아이의 잠투정이 긴 날이 있었다. 수면권을 뺏겨버린 나는 부아가 치밀었다. 벼락 같은 화를 잠재우지 못하고 결국 어서 자라고 호되게 야단쳤다. 아이는 풀이 죽어 잠들었다. 

잠든 아이를 보자 그새 미안해졌다. 잠 안 드는 아이 잘못이 아니라 욱하는 내 잘못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숙한 아동에게 돌덩이 같은 말 한마디, 눈빛, 손짓 하나가 두렵다. 끝없는 자책과 후회, 그리고 자기 검열의 날들을 이어가는 게 부모 마음이다. 

아이를 소중히 여기는 건 부모만이 아니다. 아이가 유치원에서 꽃놀이하러 갔다가 친구 다리에 걸려 무릎을 다친 적이 있었다. 놀다 보면 으레 있는 일이건만, 선생님은 죄송해하셨다. 아이 아끼는 선생님의 마음을 알기에 부모인 우리 부부는 더 고개를 숙였다.

양육자와 교육자들에게는 아이한테 닿는 꽃마저 조심스럽다. 이건 어디까지나 아이 돌보는, '보통' 어른들의 이야기다. 지금부터는 8일 구속된 아동 학대 혐의를 받는 '유별난' 피의자를 살펴보려 한다.
 
 아이가 밥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뺨을 때리는 아동학대 혐의 피의자. 부모가 설치한 CCTV 영상 중.
 아이가 밥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뺨을 때리는 아동학대 혐의 피의자. 부모가 설치한 CCTV 영상 중.
ⓒ Youtube "FISHING C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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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김아무개씨는 범죄 혐의자로만 존재해야 한다

서울특별시 금천구에서 하는 정부 지원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이용하던 맞벌이 부부는 4월 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정부 아이돌봄서비스 아이돌보미 영유아 폭행 강력 처벌 및 재발방지방안 수립을 부탁합니다" (14개월 아기가 아이돌보미에게 폭행을 당했습니다)

50대의 아이돌보미는 14개월 아이를 때리고 꼬집었다. 머리채를 잡고 발로 찼으며, 폭언도 일삼았다. CCTV 확인 결과 보름간 총 34차례 학대를 했고, 많게는 하루 10번 이상 학대한 날도 있었다. 

피의자는 경찰 조사에서 '학대인 줄 몰랐다' '아이와 부모를 위해 훈육 차원에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그녀가 50대라서 훈육과 학대를 구분 못 했던 걸까? 아니다. 나와 비슷한 세대들은 밀린 학습지 때문에 부모에게 엉덩이나 손바닥을 맞곤 했다. 그렇다고 자다가 이유 없이 머리채 잡히진 않았다.

피의자는 자는 아이를 갑자기 끌어당겨 뒤통수를 가격했다. 잘 잡히지도 않는 얇은 머리채를 바싹 끌어당기며 머리를 뒤흔들었다. 자는 데도 행동 교정이 필요했던 걸까. 그녀의 학대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피의자 김아무개씨는 아이돌보미 다수를 대표하지 않는다. 기성세대 육아 방식의 표본 또한 아니다. 그녀는 아동 학대, 범죄 혐의자로만 존재해야 한다. 그런데 피의자가 '범죄 혐의자 한 개체'가 아닌 '사회 보육' 문제의 표본이 됨으로써, 문제가 생겼다.

문제는 '엄마'가 아니다
 
 금천구 아동 학대 사건의 본질은 개인의 '폭력'이다.
 금천구 아동 학대 사건의 본질은 개인의 "폭력"이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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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키웠으면 이런 일 없었을 것이다."
"가정에서 보육할 수 있도록, 돌보미 비용을 부모에게 지급하라." 


금천구 아이돌보미 아동 학대 사건 기사마다 빠지지 않는 댓글들이다. 이런 태도는 지금 이 시각에도 잠 못 드는 아이를 안고, 업으며 어르고 달래는 다수의 선량한 어린이집 교사들과 아이돌보미를 잠재적 범죄자로 몰고 가는 일이다. 또한 맞벌이 부부, 특히 여성들에게 양육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얹어 또 하나의 2차 가해를 낳고 있다. 

6년간 일한 직장을 잃었다며, 훈육 차원이었다며 피의자는 억울해했다. 반면 아이에게 미안해하는 건 엄마들이었다. 학대 동영상 속 아이가 마치 내 아이인 양 죄스러웠다. 엄마들은 단지 '맞벌이'를 한다는 이유로, '맞춤형 보육'을 이용한다는 이유로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 

육아는 장기전이다.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일터로 나가든, 육아에서 지쳐 너덜너덜해지기 전에 잠시 어린이집에 보내든, 제도를 이용하는 선택이 도덕적 비난의 잣대가 될 수 없다. 그런데도 아이를 돌보미에게 혹은 어린이집에 맡기고 일을 하거나, 집에서 잠시 숨 돌리면 엄마들은 마치 직무유기를 한 냥 고개를 떨군다.
 
 제도의 힘을 빌려 양육의 부담을 더는 것이 도덕적 비난의 잣대가 될 수 없다.
 제도의 힘을 빌려 양육의 부담을 더는 것이 도덕적 비난의 잣대가 될 수 없다.
ⓒ 최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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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 중 안전사고가 일어난 적이 있다고 해서, 전국의 수학여행을 중단할 수 없는 노릇이다. 수학여행 덕에 얻을 수 있는 교육적 득(得)이 크기 때문이다. 대신 수학여행 사전 안전 점검을 철저히 하고, 음주운전 같은 안전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게 맞다. 

금천구 아이돌보미 아동 학대 사건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사회 보육을 통해 얻는 이익이 많다. 특히 맞벌이를 통해 여성 인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100세 시대>의 저자이자 런던 경영대학원의 교수인 린다 그랜튼은 저출산 고령화 국가일수록 여성 자원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고 했다.
"그 나라들 (핀란드, 덴마크,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에서는 거의 모든 여성이 일합니다. 방식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덴마크의 경우 일찍부터 자녀를 사회에서 돌보는 제도가 정비되어 있기 때문에 여성이 일하기 좋은 사회가 이미 만들어져 있습니다."
- <초예측> 중. 유발 하라리, 린다 그래튼 외 지음. 오노 가즈모토 엮음.
우리가 집중해야 할 문제는 사회 보육 시스템을 원천 무효화해서 육아를 가정의 몫으로만 남기는 과거로의 회기가 아니다. 한 명의 범죄자가 나왔다고 해서, 제도를 없애는 건, 빈대 잡겠다며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피해 아동의 부모가 청원글에서 언급한 '제도적 불임'이란 단어가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피해 아동 부모의 말처럼 우리에게 필요한 건, 가정 보육 지원금도, 엄마 혼자 아이를 돌보는 사회도 아니다. 마음 놓고 육아와 삶을 양립할 수 있는 제도다. 

정부의 발 빠른 대처와 허술했던 아이돌보미 고용제도의 개선을 기대한다. 또한 아동 학대 사건이 한 번씩 터질 때마다 유독 돌봄 제도를 이용하는 엄마들에게 가해지는 도덕적 비난이 사라지길 바란다.

[관련 기사]
금천구 아동 학대 사건, 13년차 아이돌보미의 편지 ☞ http://omn.kr/1ig4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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