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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직영이나 완성차 제조사 간판을 달고 있는 정비소에 가면 안전하고 품질이 좋은 부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이러한 인식은 자동차 제조사들의 부품 통제정책에 기인하고 있다.

이른바 '순정품'을 강요하는 부품통제는 국내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현대·기아차가 강력하게 시행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국내시장 지배력이 낮은 외국자본 투자회사인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자동차가 특이하게도 지정 정비업체들을 강하게 통제하며 편안하게 부품팔기를 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별로 지정 정비업체에 대한 운영평가 기준과 관리 방식에 차이는 있지만, 지정 정비업체에 대한 강한 통제를 목표로 한다는 점은 같다. 완성차업체들은 상대평가 방식의 운영평가를 통해 보증수리 대금 지급기준을 차별한다.

구체적으로 전문정비의 경우 운영평가 결과를 14단계까지 나누어, 같은 작업에 대해서도 기술료 차이는 2배에 달한다. 평가에서 하위등급을 받으면 기술료가 손익 분기점에도 미치치 못하지만, 현실적으로 제조사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자동차 정비소에 파는 순정부품의 비밀
 
자동차공장 생산라인과 자동차 부품 이미지
 자동차공장 생산라인과 자동차 부품 이미지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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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본사 부품 담당자가 '목표치 미달' 운운하며 부품을 사달라 하면, 정비업체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부품 밀어내기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을 알 수 없는 소비자들은, 이른바 순정부품이라 명명된 부품의 우월성이 검증되지 않았는데도 완성차 업체들의 광고로 인해 순정부품만이 안전하고 품질이 우수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특히 골목상권에 자리잡은 경정비(이른바 '밧데리 가게')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은 보다 냉정하다. 부품도 비품으로 사용하고 질 낮은 엔진오일을 주입할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퍼져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과 제조사의 공격적인 A/S 마케팅으로 인해, 동네 경정비 업체들은 구조조정에 내몰리고 있다.

사실 순정품과 인증제품(규격부품 또는 대체부품)은 같은 공장에서 생산되는 경우가 많아 품질에는 큰 차이가 없다. 단지 포장에 제작사의 홀로그램이 찍혀 있는지 또는 제작사의 유통망을 통해서 공급하는지에 따라 차이만 있을 뿐이다.

엔진오일, 에어컨 필터, 브레이크 패드 등 소비자들이 주기적으로 교체하여야 하는 소모품의 품질에 대해 공신력 있는 기관·대학·소비자단체에서 연구한 논문 또는 연구용역 자료들은 한결 같이 일반 인증부품이 순정부품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한국석유관리원과 충북대학교가 엔진오일에 대해 공동연구한 논문은 '현재 순정 엔진오일보다 20∼30% 저렴한 시중 인증 엔진오일이 오히려 품질이 높다'고 하고 있고, 녹색소비자연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공동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순정부품과 일반 인증부품 모두 충분한 성능을 갖추고 있음에도 가격은 최대 1.83배 차이가 난다고 하고 있다.

성능도 같고, 가격도 훨씬 저렴한 인증부품 활성화해야

자동차 수리비에서 가장 큰 부분이 부품가격이다. 소비자들의 수리비용을 절감하고 정비업체에 대한 제조사의 순정품 밀어내기 등 불공정거래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대안은 일반 인증부품 활성화라 할 수 있다.

일반 공산품에 대해 품질기준을 충족하면 KC마크를 부착하여 시중 유통망을 통해 공급하듯이, 자동차 부품에 대해서도 국가기관에서 기준을 정하고 제품품질을 보증하는 제도를 더욱 활성화 시켜야 한다. 또한 제조사들의 순정품에 대한 과장광고를 제재하고 정비업체들은 소비자들에게 순정품과 일반 인증부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여야 할 것이다.

비단 소모성 인증부품뿐 만 아니라 범퍼·휀더 등 외장부품에 대한 제조사들의 폭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대체부품을 활성화 시켜 가격거품을 걷어 내야 한다. 대체부품은 순정부품과 1:1 성능비교검사를 통해 엄격한 인증절차를 거쳐 출시되고 순정부품에 비해 월등히 저렴하여 소비자의 수리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다. 대체부품 시장이 활성화 된 미국의 경우 대체부품으로 인해 순정부품 가격이 20~30% 인하되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소비자 후생뿐만 아니라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자동차 부품 제조사들이 완성차 제작사와의 하도급 전속거래구조에서 벗어나 독자 브랜드 운영 및 거래선 다변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고, 새로운 자동차부품산업과 A/S시장도 창출될 수 있다. 이제 소비자 편익과 부품산업 활성화,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자동차 정비업체 모두의 이익을 위해 정부가 나설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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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정동호는 현재 한국지엠 전국정비사업자연합회 부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태그:#한국자동차산업, #정비업체, #한국지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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