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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우리는 뉴스를 붙잡고 엉엉 울었다.

모두가 그저 깊은 슬픔에 빠져 있던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슬픔은 분노가 되었다. 왜 배가 침몰했는가, 왜 아무도 구하지 않았나. 가족을 이유도 알지 못한 채 떠나보낸 사람들은 그렇게 광화문광장에 주저 앉게 되었다.

이후 1700여 일 동안 세월호 천막은 아픈 이들의 안식처가 되었다. 촛불을 든 시민들에게 따뜻한 차를 나누었으며, 광장에서 목소리를 내는 여러 사람들의 피켓을 맡아주기도 하였으며, 가족의 생사도 모른 채 거리로 나온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들에게 방 한 편을 내어주기도 하였다. 광장을 찾은 시민들에게 선뜻 무언가를 내어주는 것은 가족들이 도움이 필요했을 때 그들의 손을 잡은 것이 국가가 아니라 국민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게 시민들이 함께 울고, 시민들과 함께 울던 광화문 세월호 분향소가 지난 3월17일, 영정 이운식을 마치고 광장을 떠났다. 공사에 들어간 이 곳에 새로운 기억의 공간이 조성될 예정이지만 분향소의 모습은 아니다. 영정을 옮기는 예식을 본래 이안식이라 부르지만 세월호 희생자들의 영정을 머무를 곳을 정하지 못하였기에 '이운식'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1700일이 넘도록 분향소에 머문 영정이 아직도 갈 곳을 정하지 못하였다니... 여전히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이라는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세월호의 과제와 닮아 더 마음이 아리고 면목이 없다.
 
 지난 3월11일, 철거 전의 세월호 분향소
 지난 3월11일, 철거 전의 세월호 분향소
ⓒ 천주교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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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영화 프로그램에서 말하길 한국영화에서 재난을 그리는 모습을 이런 평을 하였다. 대한민국의 재난영화는 국가가 돕는 모습을 볼 수 없다. 힘 없는 개인, 개인이 힘을 합쳐 어려움을 헤쳐 나간다고 말이다. 국가가 그 역할을 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것은 대한민국에서 낯선 모습이기 때문이다. 극한의 상황에서 국가가 아닌 자력구제로만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는 자조는 어디로부터 오는가.

한국은 여전히 안전하지 않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여전히 과적상태의 배가 바다로 나가고 스텔라데이지호가 좌초된 이후에도 제대로 정비를 제대로 마치지 않은 배가 태평양으로 나가고 있다. 故김용균을 떠나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우리는 또 다른 노동자 여럿을 위험한 노동현장에서 잃고 말았다. 지금 이순간에도 아슬아슬한 어느 현장에서 삶과 죽음 사이에서 위태로운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평소와 다르게 크게 덜컹이는 전철에서 놀라고 거대한 크레인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들을 보며 조마조마한 것은 비단 몇몇의 일이 아니다. 우리는 스스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잊지 않겠습니다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그 약속에는 또 다시 그런 비극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게 하겠노라는 우리의 다짐도 분명 들어있다. 그러나 2014년 4월16일 이후에도 화재로, 안전불감증으로 우리는 어떤 이의 가족들을 떠나보냈다. 대한민국은 오늘이 2014년 4월 15일이라는 마음으로 안전사회로의 전환에 힘써야 한다.

슬프게도,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사람들이 마이크를 통하여 흘러나오는 말을 믿지 않게 된 것이다. 지난해 영문도 모른채 멈춰버린 ktx안에 있던 승객들은 기다려 달라는, 곧 고칠 거라는 방송의 말을 믿지 못하였고 나가지 말라 막아서는 승무원을 밀쳐내고 스스로 문을 열고 나왔다. 여전히 국가라는 시스템은 안전문제에 무능하며 전혀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다. 5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고 있는 대한민국은 여전히 참사 중에 있다.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안전사회 구축"

분향소와 천막이 철거되었으나 그뿐이다. 우리의 싸움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천주교인권위원회 월간 소식지 "교회와 인권"에도 실렸습니다. 글쓴이 장예정은 천주교인권위원회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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