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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적인 개화시기보다 일찍 폈다던 2018년보다 일주일 빠르게 양양군에도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
▲ 벚꽃 평균적인 개화시기보다 일찍 폈다던 2018년보다 일주일 빠르게 양양군에도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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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듯하지만 사람들은 꽃이 언제 피는지 궁금해 한다.

"작년엔 예년에 비해 일주일 정도 일찍 꽃이 폈지만 올핸 아무래도 그보단 좀 늦은 평년 수준에 맞춰 피지 않겠어?"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전혀 무리도 아니다. 하지만 자연은 언제나 예상한 그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꽃을 주제로 한 전국의 축제가 어려운 이유도 여기 있다. 날짜를 정확하게 맞춰 "진달래는 3월 28일부터 피기 시작해서 4월 3일이 절정이다. 그리고 남대천 벚꽃은 4월 1일부터 피기 시작해서 4월 3일이면 절반 이상 피고 식목일이면 만개한다"는 식으로 이렇게 확고부동하게 지정된 기념일처럼 맞춰지지 않는다.

평균은 언제나 평균일 뿐이다. 남대천 벚꽃이 3월 20일에도 필 수 있고, 4월 10일에야 필 수도 있다는 걸 분명히 기억해야 된다.

진해군항제로 유명한 창원이 3월 23일부터 벚꽃이 핀다고 예보했고, 강릉이 3월 30일에 개화하고 서울 여의도 윤중로는 4월 4일에 벚꽃이 핀다고 예보되었는데 이대로 지켜진다는 보장은 없다. 강릉보다 위도상으로 위인 강원도 양양군의 남대천이 3월 25일이면 제법 벚꽃이 만개할 것으로 보이니 말이다.
  
이 상태가 되면 벚꽃은 다음 날 아침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거나 비가 내리지 않는 이상 활짝 핀다.
▲ 벚꽃 이 상태가 되면 벚꽃은 다음 날 아침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거나 비가 내리지 않는 이상 활짝 핀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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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태에서는 비가 내려도 벚꽃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보다 더 많이 핀 상태, 그러니까 온통 벚나무가 하얗게 보인다 할 정도일 경우 비가 내린 다음날은 벚꽃이 모두 떨어지고 만다.
▲ 벚꽃 이 상태에서는 비가 내려도 벚꽃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보다 더 많이 핀 상태, 그러니까 온통 벚나무가 하얗게 보인다 할 정도일 경우 비가 내린 다음날은 벚꽃이 모두 떨어지고 만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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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적으로 조성한 벚꽃길은 그렇다 치자. 말 그대로 천연의 벚꽃동산으로 인정할 수 있는 양양군 서면 오색1리 일원의 44번국도 맞은 편 산자락은 그럼 언제 벚꽃이 절정일까가 가장 궁금하다.

20년 전 당시 오색2리로 행정구역상 불리는 마을 이장을 맡고 있던 선배가 제안했다.

"아우, 마을축제를 하나 만들었으면 좋겠는데 좀 도와줘."

"형님, 축제를 만드는 데 도와달라시니 전 이제 여기 온지 불과 반 년 지났을 뿐입니다. 제가 뭘 알아야 돕든가 말든가 하죠."

"왜 서울에 있을 때 벚꽃구경 가본 적 있을 거 아녀? 창경원이나 진해군항제나?"

"형님, 창경원은 진즉에 창경궁으로 거기 있던 동물원을 없애며 원래의 이름으로 바꿨어요.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서울에 20년 이상 살면서 창경궁 한 번 안 갔고, 남산식물원도 안 가봤어요."


돌아치기 좋아하는 걸 뻔히 아는데 창경궁 벚꽃구경 한 번 안 가고, 남산식물원도 안 가봤다는 말에 선배는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너 거짓말 하는 거 다 알어. 내가 도와달라니까 그렇게 거짓말 하는 거란 걸' 이런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표정으로 잠시 생각하던 선배가 다시 말을 이었다.

"진해군항제나 창경원 이야기 한 이유가 있어. 벚꽃이 유명하잖아."

창경원이 아니라 창경궁이라고 바뀐 게 언젠데 싶었지만 재차 지적하는 건 예의는 아니다 싶어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런데 거긴 사람들이 심은 벚나무로 축제를 하잖아. 여기 오색엔 자연산 벚나무가 정말 많거든. 내가 그동안 양양하고 오색 사이를 수 없이 오르내렸어. 뭐 이장을 맡다보니 더 그랬기도 하지만, 어쨌든 빨딱고개를 넘어 오색쪽으로 내려오면 송어리부터 구라우까지 벚나무가 많은데 여기 꽃이 피면 정말 아름다워."

"형님, 벚꽃으로 축제를 하실 생각이세요?"

"그래 맞어. 산벚나무에 핀 벚꽃을 사람들이 잘 모르잖아. 그걸 알리면 약수도 잘 안 나오는 오색에 또 다른 관광자원이 될 거야."


선배 나름으로 제법 오랜 날들을 마을을 어떻게든 잘 되게 할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방향은 정말 좋지만 정확하게 꽃이 필 시기를 장담할 수 없으니 문제다.

"형님, 진해도 군항제를 하면서 매년 공무원들이 애를 먹어요. 정확하게 축제 날짜와 맞춰 꽃이 피지 않아서죠. 어떤 해는 늦게 피고, 또 어떤 해는 너무 일찍 피기 시작해서 나무 밑동이 얼음까지 쏟아 붓기도 한다잖아요."

"그거야 알지. 그런데 여긴 거의 일정해.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2~3일 정도만 다르거든. 그리고 가장 보기 좋을 때는 4월 20일 정도야."


그렇게 시작된 얘기가 그해 4월 20일부터 22일까지 3일간 '오색 산벚꽃 축제'란 이름으로 열렸다. 하지만 벚꽃은 그보다 일주일 정도 일찍 피더니 축제를 할 땐 이미 주전골에 올라가야 벚꽃을 만나게 됐다.

차라리 감자나 옥수수, 또는 산채음식이 유명한 마을이니 산나물을 주제로 축제를 했다면 좋았을 일이다. 꽃봉오리 맺힌 걸 확인하고 축제를 시작하면 좋겠지만 운영을 맡을 조직을 구성하고 예산을 확보하는 등의 복잡한 과정이 필요한 축제는 미리 준비를 마치고 꽃이 필 시기를 정확하게 파악한 뒤 곧장 시작하지 않는 이상 어렵다.

반드시 축제란 이름으로 알리지 않아도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고 곧장 행동한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단 말이 있다. 자신의 장점을 아무리 잘 포장해도 객관적이지도 않거니와 누구에게 어떻게 보여줘야 효과적인지는 알기 어렵다. 그저 평소대로만 행동하고 다른 누군가가 이를 챙겨주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양양군청 옆 현산공원은 양양의 벚꽃 명소 가운데 한 곳이다. 산책하기 좋은 길과 곳곳에 안을 수 있는 벤치가 마련되어 있고 가족나들이도 많은 이곳은 다음 주 중반 이후면 벚꽃이 절정을 이룬다.
▲ 현산공원의 벚꽃 양양군청 옆 현산공원은 양양의 벚꽃 명소 가운데 한 곳이다. 산책하기 좋은 길과 곳곳에 안을 수 있는 벤치가 마련되어 있고 가족나들이도 많은 이곳은 다음 주 중반 이후면 벚꽃이 절정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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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6일 오전 양양군 군청 앞에서 바라본 현산공원에 비가 그치자 벚꽃이 비바람 속에서 버티고 피기 시작했다.
▲ 양양군청에서 바라 본 현산공원 2017년 4월 6일 오전 양양군 군청 앞에서 바라본 현산공원에 비가 그치자 벚꽃이 비바람 속에서 버티고 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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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면 황어가 오르고, 가을이면 연어가 모천으로 회귀하는 양양군의 남대천 제방도로는 벚꽃길로 유명하다.
▲ 양양 남대천의 벚꽃 봄이면 황어가 오르고, 가을이면 연어가 모천으로 회귀하는 양양군의 남대천 제방도로는 벚꽃길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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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군에는 3곳의 벚꽃 명소가 있다. 강릉과 속초를 연결하는 7번국도의 남대천 하구, 정확하게 말하면 양양대교에서 낙산대교까지 이어지는 제방도로가 벚꽃 명소다. 그리고 양양군청 옆 양양군의회가 있는 현산공원은 수령이 오랜 벚나무가 장관이다. 이 두 곳은 거리도 가깝고 같은 시기에 꽃을 피우기에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남대천 제방도로의 벚꽃은 남대천과 동해바다까지 함께 만나는 길인 동시에 대청봉과 점봉산까지 한 화면에 담을 수 있다.
  
딸과 아들이 다니는 양양고등학교 교정엔 이미 벚꽃이 폈다. 올해 처음으로 남녀통합학교로 바뀐 양양고등학교에 작은 녀석이 첫 입학생이 되고 처음으로 만나는 벚꽃이다. 하지만 중학교 3년을 다녔기에 녀석은 대수롭지 않은 눈치다.
▲ 양양고등학교 교정의 벚꽃 딸과 아들이 다니는 양양고등학교 교정엔 이미 벚꽃이 폈다. 올해 처음으로 남녀통합학교로 바뀐 양양고등학교에 작은 녀석이 첫 입학생이 되고 처음으로 만나는 벚꽃이다. 하지만 중학교 3년을 다녔기에 녀석은 대수롭지 않은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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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한 곳은 고향의 선배가 축제의 주제로 선택했던 오색천의 산벚꽃이다. 물 맑은 오색천과 백두대간의 북사면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위치를 선택하면 산수화 같은 풍경을 담기에 많은 이들이 차를 멈추기 일쑤다.

2019년 남대천과 현산공원의 벚꽃은 3월 27일부터 만개할 준비를 이미 마쳤다. 그리고 오색천 주변의 산벚꽃은 식목일 직후부터 피기 시작해 4월 둘째 주면 절정으로 예상된다.

세상살이 힘들 때, 좋은 공기와 맑은 물 한 모금 마시면 심장까지 시원해진다. 거기에 더해 아름다운 풍경과 향기로운 꽃들이 연출한 무대에 서면 누구나 주인공이 된다. 자신의 삶엔 다른 사람이 주인공이 될 수는 없잖은가. 자신을 찾는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과 세상이라는 멋진 무대에 서보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정덕수의 블로그 ‘한사의 문화마을’에도 실립니다.


태그:#양양여행, #양양군, #벚꽃, #맘대천, #현산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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