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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황홀한 고백>, 장례식 통해 가슴 따뜻한 가족애
지역 원로 예술인과 연극인이 함께 만들어가는 연극
지역 연극계 정평난 정경진 작가의 탄탄한 스토리 일품


"사연 없는 무덤 없고 이유 없는 주검 없으니 아! 인생이여~ 아! 사랑이여~"

 
연극 <황홀한 고백>(정경진 작, 정가람 연출)은 어느 할머니의 장례식을 통해 가족애를 회복해 가는 과정을 담았다.
 연극 <황홀한 고백>(정경진 작, 정가람 연출)은 어느 할머니의 장례식을 통해 가족애를 회복해 가는 과정을 담았다.
ⓒ 이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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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장례식은 엄숙하면서도 떠들썩하다. 죽음을 이생의 끝이 아닌 새로운 세계로의 출발과 희망으로 여겼다. 

연극 <황홀한 고백>(정경진 작, 정가람 연출)은 어느 할머니의 장례식을 통해 가족애를 회복해 가는 과정을 담았다.

연극 속 '조 노파(손소영 분)'는 목포 콩나물골목을 지키며 노숙자로 떠도는 남편을 기다리다 숨을 거둔다. 조 노파의 장례식을 계기로 뿔뿔이 흩어져 살아왔던 가족들이 서로를 용서하는 모습이 무대 위에 펼쳐진다.

가장 한국적인 '가족애'를 그들만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는 이야기는 목포시 목원동에 자리한 콩나물골목에서 시작된다. 전성기 때는 좁은 골목이 사람들로 북적였으나 원도심 낙후와 함께 폐허가 되다시피 한 곳이다.

이곳에서 홀로 살아온 조 노파에게 어느 날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찾아온다. 

저승사자인 그가 다녀간 직후 노파는 숨을 거두고, 그녀의 상을 치르기 위해 아들 부부가 장례식장을 찾는다. 이혼한 상태인 아들 대오와 며느리 복자는 문상객을 맞는 동안 티격태격하면서도 가족으로서 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엄니, 엄니, 우리 엄니… 시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우리 엄니… 울 엄니, 나 이혼하고 집 나갈 때 내 손 꼭 붙들고 인자 가면 언제 오냐… 보고지고 보고지고… "

"울 엄니가 으째서 느그 엄니냐! 유씨 집안 호적에서 빠진 지가 은젠디!"

"사람 구실도 못하는 아들 땜시 피눈물로 세월을 보낸 우리 엄니… "

 
연극 <황홀한 고백>(정경진 작, 정가람 연출)은 어느 할머니의 장례식을 통해 가족애를 회복해 가는 과정을 담았다.
 연극 <황홀한 고백>(정경진 작, 정가람 연출)은 어느 할머니의 장례식을 통해 가족애를 회복해 가는 과정을 담았다.
ⓒ 이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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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문제와 가족 해체 문제를 특유의 해학과 감동으로 풀어가는 <황홀한 고백>은 상갓집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에피소드로 공감도를 높였다. 악극과 뮤지컬 정극을 넘나드는 버라이어티 한 구성으로 웃고 울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따뜻해지는 공연이다. 

"짜잔하기는, 고스톱을 쳐야지. 삼봉 쳐서 언제 돈을 따! 된장을 쳐바를 인간…"

"그래도 시엄니라고 초상 치르러 왔구만잉…"

"첨부터 막장인 사람은 없소잉?"
"나도 알제… 원래 대오가 저리 풀릴 놈은 아니었는디… 즈그 아부지가 집안 말아먹고 토끼는 바람에 신세 조자분 거 아니여?"


연극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생과 사의 경계를 뛰어넘는 '가족애'이다. 가정을 내팽개치고 노숙자로 떠돌던 부친 유달산(강대흠 분)의 등장은 가족과 인간사의 절정을 보여준다.

조 노파와 유달산의 대화를 통해 엿보는 '부부애'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뜨거워지게 만든다. 살아생전 말해보지 못한 그 마음을 '콩나물밥'으로 대신 전하는 장면에선 눈시울이 불거진다. 살아생전 말하지 못한, 죽고나서야 할 수 있었던 <황홀한 고백>이다.

"드셔보셔라… 이녁이 좋아하는 콩나물밥이요."
"옛날에 임자가 해주던 맛 그대로네.  떠날 줄 알고 미리 맹글어놨당가?"

"이 개뼉따귀 호로막강한 쓰레받이 같은 놈아! 십년 동안 내 제삿밥 빠트리면 날마다 나타나서 괴롭힐 거다. 잘 살아라, 이 영감탱이야!"
"그려~ 제발 좀 그려.  잘 가~ 잘 가요, 당신~"


<황홀한 고백>은 짜임새 있는 정경진 작가의 작품이 큰 역할을 한다. 정경진 작가는 연극과 창극, 영화와 단막극을 오가며 폭 넓고 깊은 작품을 선보여 왔다. 

5월 광주 이야기를 소재로 한 <푸르른 날에>, <홍어>, 창극 <목민심서>, 3.1운동 백주년 기념공연 <그대, 빛나는 시대의 별> 등 30여 편의 작품이 다양한 감독의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전국의 관객을 찾아갔다.  

<황홀한 고백>은 극단에선 이미 정평이 난 작품이다. 극단선창 창작극 퍼레이트(강대흠 연출·2013년7월), 극단선창 페스티발(강대흠 연출·2014년10월 강진아트홀), 문화창작집단 그라제 예향지기 창작열전(김영 연출·2015년5월 목포오거리문화센터), 목포문화재단 문화가 있는 날(김재영 연출·2016년10월 목포오거리문화센터), 전남문화관광재단 인문주간 (김재영 연출·2016년10월 목포남교소극장), 충북 옥천군 '2018문화가 있는 날'(2018년3월 옥천문화예술회관) 등에서 무대에 올려졌다.   이번 연극에 의미를 더하는 것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연극과 국악, 무용 분야의 원로예술인과 연극인들이 함께 준비한다는 점이다.

<황홀한 고백>은 2015년부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지원하고 있는 원로예술인 공연지원사업에 선정되었다. 이 사업은 지역 원로예술인들의 자긍심 고취와 함께 지역민의 문화향수 기회를 확대하고자 마련됐다. 목포문화재단이 문화창작집단 그라제, 극단선창, 무안연극협회와 컨소시엄을 맺고 <황홀한 고백>을 지원, 선정됐다. 

공연은 오는 22일 저녁7시, 23일 저녁 5시, 7시 총 3차례 전남 목포의 목포문화예술회관 공연장(갓바위)에서 3차례 공연한다. 무료 공연이다. 한편, <황홀한 고백>은 내년부터 문화창작집단 그라제에서 소극장 버전으로 해외공연에 나선다.  

태그:#황홀한 고백, #정경진 작가, #목포문화재단, #목포,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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