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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동영상 촬영 및 유포 혐의와 관련 가수 정준영이 14일 오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하고 있다.
 불법동영상 촬영 및 유포 혐의와 관련 가수 정준영이 14일 오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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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촬영 및 유포 범죄는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해왔다(표-성폭력범죄유형별발생건수추이 참조). 불법촬영 범죄의 심각성과 제도보완에 대한 문제제기는 지속적으로 나왔으며, 이에 따라 2018년말 경 관련법이 개정되었고 피해자에 대한 영상 삭제지원(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이 되는 등 제도가 개선되기는 했으나, 피해자는 여전히 불안함과 미흡함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불법촬영 범죄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를 기준으로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범죄의 80% 정도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모르는 관계로 지하철, 노상, 공중화장실 등 공공장소에서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하는 범죄다. 다른 형태는 연인 등 가까운 사람을 상대로 저지르는 범죄인데, 촬영된 사진이나 영상의 수위로 볼 때 후자의 경우가 피해 정도가 더 심각할 수 있다.

가해자의 핸드폰이나 컴퓨터를 보면 피해자가 두 명 이상인 경우가 많고 많게는 수천 명에 이르기도 해 법적으로는 초범이라 할지라도 사실상 재범률이 매우 높다. 통계(2016. 9. 26.자 온라인성폭력실태 및 피해자지원을 위한 심포지엄 자료 참조)로도 가해자 1인이 행한 범행 횟수가 2회 이상인 비율이 50%가 넘는다.

피해자는 자신이 촬영된 사실 또는 촬영된 영상물이 유포되는지 몰라 범죄 피해를 입었는지조차 알지 못할 때가 많다. 불법촬영은 언제든지 유포가 가능하고, 유포되면 인터넷의 엄청난 전파력과 무한한 재생 가능성 때문에 피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며 2차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대하고 심각한 범죄라 할 것이다.

영상이 유포된 피해자의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아직 유포가 확인되지 않은 피해자 역시 언제 유포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이미 유포되었을지 모른다는 공포감을 호소하고, 타인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며 어디를 가도 안전하지 않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반면 가해자들은 이와 같은 피해자들의 극심한 고통에도 대부분 호기심으로, 장난으로,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다고 하는 등 범죄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다.

한편 불법 촬영 범죄의 또 다른 특징은 다른 성범죄에 비하여 10대의 범죄비율이 높다는 점인데, 이는 전자기기 사용이 능숙하고 불법 음란물에 대한 죄의식이 둔감한 문화에서 성장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2016년도 기준 통계상 1심을 기준으로 실형선고는 약 5% 정도이며, 벌금형이 약 70%, 집행유예가 약 15%이다(2016. 9. 26.자 온라인성폭력실태 및 피해자지원을 위한 심포지엄 자료 참조). 그런데 이 수치를 보고 단순히 형이 낮게 선고된다고 단정지을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불법촬영 범죄의 80% 정도는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영상의 수위 정도가 높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연인등 가까운 사이의 범죄는 매우 심각한 경우가 많으며 그 피해 정도에 따라 실형을 선고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다른 성범죄에 비하여 불법촬영 및 유포 범죄의 처벌 정도가 미약한 것은 사실이다.

지난 12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유명연예인 정준영씨를 불법촬영 및 유포혐의로 입건하였다. 이후 피해자들에 대한 수많은 억측이 난무하고, 문제의 영상을 구하려 하며, 일부 언론은 이러한 분위기를 조장하기까지 하였다.

우리 사회는 불법촬영 범죄의 근절과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불법촬영물이 유통되며 소비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성범죄 피해자는 1차 피해 뿐 아니라 2차 가해로 심각한 고통을 겪으며, 오히려 2차 가해로 인한 피해의 정도가 더 중한 경우도 많다.

성범죄는 그 특성상 피해자 보호가 최우선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단순한 호기심으로 피해자에 대한 신상털기와 근거없는 억측, 이를 조장하는 일부 언론의 태도는 피해자의 고통을 무시하는 새로운 가해라 할 것이다. 이러한 2차 가해는 성범죄 피해자가 피해를 당하고도 신고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불법촬영 및 유포는 피해 대상을 인격체로 보지 않고 희화하며 물건으로 여기는, 매우 죄질이 나쁜 범죄다. 최근 연이은 사건들이 일회성 가십거리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일련의 사건들을 계기로 제도개선은 물론 우리 사회가 스스로 정화하여 불법영상물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범죄를 비난하면서 한편으로는 소비하는)등 사회 분위기가 근본적으로 달라질 때 아동과 청소년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며, 비로소 이러한 범죄가 근절될 수 있을 것이다.

태그:#정준영, #불법촬영, #성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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