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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신뢰할 수 있는 스마트사회 만들기' 토론회
 15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신뢰할 수 있는 스마트사회 만들기" 토론회
ⓒ 류승연
  
"핸드폰 수리업체에게 고객 핸드폰 정보를 보호할 의무 규정 같은 건 없었습니다."

15일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신뢰할 수 있는 스마트사회 만들기' 토론회에서 나온, 한 시민의 질문에 대한 소비자시민모임 백대용 부회장의 대답이다.

이날 오전 프레스센터에서는 2019년 세계소비자권리의날을 맞아 국내 소비자 단체들이 모여 소비자 권익 증진을 위한 토론 등을 벌였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주경순 회장을 비롯해 국내 소비자 시민사회단체 관계자와 학계 인사들이 총출동한 자리였다. 

이날 토론회가 끝나갈 무렵, 한 시민은 연예인 정준영씨 사태에 의문을 제기했다. 정씨가 불법촬영 동영상 등을 지인들과 공유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은 휴대폰 수리 또는 복구과정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이 시민은 "90%는 밝혀져서 잘 됐다고 생각했다"면서도 "그런데 저 정보가 왜 이렇게 쉽게 유출됐는지 10% 정도는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소비자단체 토론회장서 나온 정준영 몰카 사건..."정보유출은 누구에게나"

백 부회장은 이에 대해 "현행법상 비슷한 사례로 수리기사를 처벌할 규정은 없다"며 "우리도 얼마든지 비슷한 상황을 경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에 이에 대한 의견을 구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한다"고 답했다.

이날 토론회도 '개인 정보 보호'를 둘러싸고 참석자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발제를 맡은 한양대 경영대학 신민구 교수는 토론에 앞서 소비자 이슈로 총 5가지를 거론했다. 프라이버시, 소비의 개인화, 소비 건강성, 신뢰받는 스마트 기기, 연계의 역설 등이다.

토론에 나선 소비자 전문가들은 특히 '프라이버시'에 관심을 모았다. 민간 업체에 개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개인이 얻을 혜택과 피해 중 어느 쪽이 더 큰지에 대한 논의였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 대표는 피해를 우려했다. 오 대표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정보가 수집되고 있다"며 "집 안에 놓인 AI스피커가 우리의 대화를 녹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기업의 데이터 수집량이 너무 방대해져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자의결정권은 중요한 인권 중 하나임에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집안 AI 스피커가 우리 대화 녹음중" VS "AI 스피커 독거노인 심리안정에 도움"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 교수도 비슷한 주장을 폈다. 이 교수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두 분'을 언급하는 게 적절한지 모르겠다"면서도 "사설 업체에 핸드폰 수리를 맡기기만 했는데 정보가 유출된 사례를 보면 우리가 얼마나 정보 노출에 취약한지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세정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의 의견은 달랐다. 최 교수는 "AI스피커가 독거 노인들의 심리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정보 제공이 마냥 잘못된 것인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요즘 웹 사이트에 들어가면 예전에 내가 봤던 상품, 혹은 내가 관심가질 만한 물건이 광고로 뜨는 경우가 많다"며 "물건을 찾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기꺼이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사람도 있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또 아마존과 네이버를 비교하며 '규제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네이버와 같은 국내 기업이 정보를 수집할 때 우리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아마존과 유튜브는 해외 플랫폼이라 쉽게 규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 경제 시대에는 소비자 운동이 소비자를 위한 것뿐 아니라 불균형 규제를 고려하는 측면으로까지 나아가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발언권을 얻은 백 부회장도 '규제'에 대해 언급했다. 백 부회장은 "대통령이 데이터 측면에서의 규제 완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면서 "그러나 지금 중요한 것은 민간 규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나 BMW 등의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는 이유로 미비한 민간 규제를 지적했다.

백 부회장은 이어 "사업자들 스스로도 자율적인 규제 기구를 만들어 소비자 피해를줄이기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태그:#정준영, #정준영카톡, #정준영제보자,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세계소비자권리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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