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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후 텐만구(太宰府天宮)를 세 번이나 방문했지만 아는 것이 없다. 한마디로 모른다. 단지 유명한 일본 신사라는 점만 각인돼 있다. 특히 유적지의 여행은 아는 것만큼 보인다. '여행은 다른 세기의 사람들과 대화다'라고 르네 데카르트(René Descartes, 1596~1650)가 말했다.

역사적 시각의 기행문은 다들 어렵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특히 일본어로 풀어내는 역사는 더더욱 그렇다. 익숙하지 않은 낯섦과 편견이 섞인 표현일 수 있다. 고심 끝에 기행문을 써 내려갔다. 음료와 요리 사이의 궁합처럼 과거의 역사와 현대 문화가 융합돼 소통하는 모습을 담고 싶었다. 고백컨대 역사의 흔적을 통한 시간 여행은 가슴 설레었다.
 
학자 스가와라 미치자네가 규슈로 떠난 이듬해 교토 자택의 정원에 있던 매화나무 한 그루가 다자이후 텐만구(太宰府天宮)로 날아왔다고 한다. 그래서 도비우메(飛梅)는  '날아온 매화'다.
▲ 다자이후 텐만구의 상징인 도비우메 학자 스가와라 미치자네가 규슈로 떠난 이듬해 교토 자택의 정원에 있던 매화나무 한 그루가 다자이후 텐만구(太宰府天宮)로 날아왔다고 한다. 그래서 도비우메(飛梅)는 "날아온 매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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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후(太宰府)는 후쿠오카 부근의 위성도시로, 일본 3대 텐만구(天宮, 신사의 한 종류) 중 하나가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버스정류장에서 직선으로 뻗은 도로를 따라 조금 걸어가자 신사 입구를 장식한 도리이(鳥居)가 미니어처처럼 보인다. 도리이의 한자를 풀이하면 '새가 머무는 곳'이다. 이것을 보는 순간, 우리나라 새의 장식을 올려놓은 솟대나 홍살문이 떠올랐다.
 
상점가가 보도 양옆으로 줄 선 오모테산도(表參道) 거리의 도리이(鳥居)가 미니어처처럼 보인다. 한자 뜻은 ‘새가 머무는 곳’이다.
▲ 오모테산도 거리 상점가가 보도 양옆으로 줄 선 오모테산도(表參道) 거리의 도리이(鳥居)가 미니어처처럼 보인다. 한자 뜻은 ‘새가 머무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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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점가가 보도 양옆으로 줄 선 오모테산도(表參道) 거리로 들어섰다. 이곳에서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유독 눈에 띄어 자연스레 발길을 멈췄다. 일본의 건축 거장 쿠마켄고(隈研吾, 1954)가 설계한 스타벅스다. '자연 소재에 의한 전통과 현대의 융합(自然素材による伝統と現代の融合)'이라는 개념을 표현한 건축물이다. 타지에서 만난 익숙한 브랜드는 '같은 시간대, 다른 장소에 있다'는 점을 망각하게 한다.
 
과거 찹쌀떡 위에 매화나무 가지를 얹어 준 것이 변해 지금의 우메가에 모찌(梅ヶ枝餠)가 됐다고 한다.
▲ 우메가에 모찌  과거 찹쌀떡 위에 매화나무 가지를 얹어 준 것이 변해 지금의 우메가에 모찌(梅ヶ枝餠)가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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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후 텐만구의 상징은 매화로, 신사에 매화가 6000그루나 심어져 있다. 그래서 주변 상점가에서 저마다 매화 문양이 새겨진 찹쌀떡을 팔고 있었나 보다. 과거 찹쌀떡 위에 매화나무 가지를 얹어 준 것이 변해 지금의 우메가에 모찌(梅ヶ枝餠)가 됐다고 한다. 떡을 만드는 모습이 그대로 공개돼 쇼 같아 인상적이다.
 
마스코트인 황소은 소의 머리와 뿔을 만지면 시험에 합격하고 자신이 아픈 부위를 만지면 병이 낫는다는 속설이 있다.
▲ 황소 와상인 고신규(御神牛) 마스코트인 황소은 소의 머리와 뿔을 만지면 시험에 합격하고 자신이 아픈 부위를 만지면 병이 낫는다는 속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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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도리이를 지나자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 무언가를 둘러싸고 있었다. 텐만구의 마스코트가 된 황소 와상, 고신규(御神牛)다. 이곳의 청동 황소는 1984년에 히로히토(裕仁, 1901~1989) 일왕이 하사했다는 설도 있다.

영험한 장소의 상징물답게 이런저런 속설도 많다. 소의 머리와 뿔을 만지면 시험에 합격하고 자신이 아픈 부위를 만지면 병이 낫는다고 한다. 소망하는 바가 동상의 머리로 집결됐듯 반들반들하다 못해 황금빛으로 빛난다.

다자이후 텐만구는 학문의 신으로 추앙받는 스가와라 미치자네(菅原道真, 845~903)를 모시고 있다. 900년 초에 처음 세워진 뒤 1501년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됐다. 그는 헤이안 시대(平安時代, 794~1185)의 문인으로 매화를 지극히 사랑했다. 스가와라 미치자네의 가문은 3세기나 4세기경 신라에서 건너온 왕자인 천일창(天日槍)의 후손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조상이 신라계라 더욱 관심이 끌렸다. 다시 말해 이곳은 우리나라 왕족의 후손을 섬기는 신사인 셈이다. 다이자후에 신라와 관련된 역사적 흔적이 또 있다. JR의 미즈키 역(水城駅)에 664년 신라가 다자이후에 침입하지 못하도록 쌓은 산성이 있다. 지금은 터만 남아 있지만 과거 제방을 쌓아 물을 저장한 일종의 수성 터다.

말을 돌려, 교토에도 스가와라노 미치자네를 섬기는 기타노 텐만궁(北野天満宮)이 있다. 그는 교토에서 억울한 죄를 뒤집어쓰고 후쿠오카로 좌천되었다. 이런 힘든 시기를 지탱해준 힘은 매화였다. 스가와라노 미치자네는 유독 매화를 사랑한 학자였다. 그의 뜻을 기리고자 신사 곳곳에 매화가 가득할 뿐 아니라 매화 신사로 불리기도 한다.
 
마음 심(心)자 모양의 연못인 신노지이케(心字池) 위에 놓인 3개의  붉은 구름다리 타이코바시(太鼓橋)가 있다.
▲ 붉은 구름다리 타이코바시(太鼓橋) 마음 심(心)자 모양의 연못인 신노지이케(心字池) 위에 놓인 3개의 붉은 구름다리 타이코바시(太鼓橋)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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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 동상 옆에 마음 심(心) 자 모양의 연못인 신노지이케(心字池) 위에 놓인 붉은 구름다리가 보인다. 이 홍예교(虹霓橋)는 타이코바시(太鼓橋)로 세 개가 놓여 있다. 다리의 명칭은 첫 번째와 마지막은 타이코바시, 중간은 히라바시(平橋)다. 시간의 흐름인 과거, 현재, 미래를 상징한다. 여기도 속설이 있다. 연인 함께 다리를 건너다, 돌아보면 인연이 끝난다고 한다.
 
덴만구의 말사인 시가샤는 1458년 만들어진 규슈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이다. 이 신사는 바다의 신, 와타츠미(わたつみ·綿津見)를 모신다.
▲ 아담한 신사 금왕사(今王社)와 시가샤(志賀社) 덴만구의 말사인 시가샤는 1458년 만들어진 규슈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이다. 이 신사는 바다의 신, 와타츠미(わたつみ·綿津見)를 모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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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로 발걸음을 떼자, 유명한 신사답게 설화나 구전 하나쯤 있을 것 같은 예상이 어긋나지 않아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다리 사이에 작고 아담한 신사 금왕사(今王社)와 시가샤(志賀社)를 만난다. 덴만구의 말사인 시가샤는 1458년 만들어진 규슈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이다.

이 신사는 바다의 신, 와타츠미(わたつみ·綿津見)를 모신다. 금왕사와 비슷한 규모지만 지붕의 형태가 다르다. 그냥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곳이지만 깨알 같은 정보를 탐색한 결과, 유심히 보게 됐다. 우리나라에서 용왕을 모시는 사당 정도로 여기면 될 것 같다.

다리를 건너자 다자이후 덴만구 로몬(太宰府天満宮 楼門) 앞 이시도리이(石鳥居)가 나타난다. 이 도리이는 만화 <진격의 거인>의 배경 같은 느낌이다. 2층의 로몬(楼門)으로 들어가기 전, 초즈야(手水舎)에서 많은 사람들이 손을 씻는다. 마시는 물로 착각해 들이키다 다시 뱉었다. 절대 국자를 입에 대면 안 된다고 한다. 이곳은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자 손을 씻는 곳이다.
 
꼭 사무라이(侍)의 투구를 쓴 모습이다. 양옆에는 신사를 상징하는 두 매화인 도비우메(飛梅)와 코고노우메(白王后の梅)가 있다.
▲ 본전인 덴만구 혼덴(天?宮 本殿) 꼭 사무라이(侍)의 투구를 쓴 모습이다. 양옆에는 신사를 상징하는 두 매화인 도비우메(飛梅)와 코고노우메(白王后の梅)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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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신사의 본전인 덴만구 혼덴(天満宮 本殿)가 보인다. 꼭 사무라이(侍)의 투구를 쓴 모습이다. 수령이 1000년이 넘은 도비우메(飛梅)와 코고노우메(白王后の梅) 두 매화가 본전을 감싸고 있다. 스가와라 미치자네가 규슈로 떠난 이듬해 교토 자택의 정원에 있던 매화나무 한 그루가 이곳으로 날아왔다고 한다. 도비우메는 그래서 '날아온 매화'다.

신사를 지키는 또 다른 식물이 있다. 덴만구 혼덴 뒤편, 아름드리 녹나무 두 그루가 나란히 서 있다. 부부장(夫婦樟)으로 수령이 1000년을 넘는다. 이 녹나무는 뿌리 부분이 서로 붙어 있는 연리근(連理根)이다. 두 나무가 부부처럼 서로 엉켜 있는 연리지(連理枝)는 봤지만 뿌리가 붙은 나무는 처음이다.
 
수령이 1,000년을 넘은  녹나무다. 뿌리 부분이 서로 붙어 있는 연리근(連理根)이다.
▲ 부부장(夫婦樟) 수령이 1,000년을 넘은 녹나무다. 뿌리 부분이 서로 붙어 있는 연리근(連理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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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배객들이 진분홍빛 종이를 걸어놓은 것이 종종 눈에 띈다. 이것은 길흉을 점치는 제비의 일종으로 오미쿠지(おみくじ)다. 나쁜 운이 나오면 접어 나뭇가지나 지정된 장소에 매어 놓고 좋은 운이 나오면 가지고 돌아간 뒤, 다음에 신사에 두고 간다고 한다.
 
길흉을 점친 제비인 오미쿠지(おみくじ)와 매화나무에 걸린 오미쿠지
▲ 오미쿠지(おみくじ)와 매화 길흉을 점친 제비인 오미쿠지(おみくじ)와 매화나무에 걸린 오미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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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학문의 신을 섬기는 다자이후 텐만구는 수험생들과 부모가 찾는 후쿠오카 최대의 관광 명소다. 우리나라에도 수험생을 둔 부모에게 유명한 곳이 있다. 바로 팔공산 관봉에 있는 '갓바위'다. 이곳도 합격을 소망하고자 찾는 이들로 가득 찬다. 어느 나라든 합격에 대한 열망은 비슷한 것 같다.

<여행 귀띔>

1. 교통편

- 철도 : 하루 한 번 운영되는 다자이후 관광열차 타비토(旅人)를 이용하면 된다. 오전 9시 46분에 니시테츠 텐진 역(西鉄天神駅)에서 출발하는 다자이후 관광 열차를 탑승해 후츠카이치 역(二日市駅)에서 환승할 필요 없이 다자이후 역에서 내리면 된다.

- 버스 : 하카타 버스터미널 1층 11번 승강장에서 다자이후행 버스를 탑승하면 된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국제선 터미널 1층 2번 정류장에서 다자이후행 버스 탑승하면 된다.

- 지하철 : 니시테츠 텐진 역에서 니시테츠 오무타센(西鉄 大牟田線)을 탑승 후, 후츠카이치 역(12-17분 소요)에 하차한다. 맞은편 승강장에서 니시테츠 다자이후센(西鉄 太宰府線)으로 환승해 다자이후에 하차한 후 대략 도보로 10분 정도 걸으면 된다.

2. 숙소

- 그란티아 다자이후 : 다자이후 텐만구 관광 후, 숙소는 보통 후쿠오카의 호텔을 이용하는 편이다. 하지만 다이자후에서 하루밤을 보내고 싶다면 3성급 온천호텔인 그란티아 다자이후을 추천한다. 패키지 여행하시는 분들이 좋은 평을 해주신 호텔로 온천을 즐길 수 있는 목욕탕과 로텐부로(露天風呂, 노천온천탕)가 있다. 위치가 한적한 곳이라 차량이 필요하지만 무료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3. 먹거리

- 우메가에 모찌(梅ヶ枝餠) : 다자이후 필수 먹거리. 좌천된 스가오라노 미치자네를 안타깝게 여긴 한 노인이 매화 가지에 떡을 꽂아 건네준 것이 변해 지금의 우메가에 모찌(매화떡)가 되었다. 쫄깃한 찹쌀떡 안에 달콤한 팥소를 넣은 간식이다. 이 떡을 먹으면 병을 물리치고 정신이 맑아진다고 해 많이들 먹는다. 매월 25일 쑥이 들어간 우메가에 모찌를 판매한다.

- 고카쿠 벤토(合格 弁当) : 일본 수험생들이 꼭 챙겨 먹는 도시락. '이기다'라는 뜻의 돈가스(勝つ)와 팥이 들어간 찰밥으로 구성된 고카쿠 벤토다. 카사노야(かさの家)에서 40년간 판매하고 있다.

- 모나카(もなか): 도깨비 얼굴을 크게 새긴 모나카다. 달지 않은 북해도산 팥이 듬뿍 들어가 있는 일본 전통 간식이다. 다자이후 텐잔(太宰府天山)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곳의 찹쌀 경단을 간장에 묻힌 단고(団子)도 추천한다.

4. 기타

- 후쿠오카 투어리스트 시티패스 & 다자이후 티켓 : 하루 동안 후쿠오카 도심의 지하철과 JR, 니시테츠 버스 탑승은 물론 니시테츠 전철을 이용해 다자이후를 왕복할 수 있는 탑승권이다.

- 다자이후 텐만구 & 야나가와 관광패스 : 야나가와(柳川)와 다자이후 텐만구 왕복요금과 야나가와 노 카와쿠다리(柳川の川下り) 티켓, 각종 입장권, 택시 할인권으로 구성돼 있다.

- 다자이후 산책 티켓 : 니시테츠 텐진 역에서 다자이후 역까지 왕복 티켓과 우메가에 모찌 3개를 교환할 수 있는 티켓이 포함돼 있다. 니시테츠 텐진 역 2층 창구에서 구입 가능하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생각없이 경주> 저자입니다. 이 기사는 블로그 '3초일상의 나찾기'( https://blog.naver.com/bangel94)에도 실립니다.


태그:#다자이후텐만구, #일본여행, #매화, #봄여행, #후쿠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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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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