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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작은 고깃배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베트남의 '퉁짜이'(Thung Chai)가 아닐까? 퉁짜이는 촘촘하게 짠 대바구니에 코코넛 기름이나 석탄에서 나오는 검정색 방수 타르를 입혀 물위에서 뜰 수 있는게 만든 지름 1.5미터 내외의 초소형 고깃배다. 베트남의 중부 해변에서 볼 수 있는 특이한 형태의 '배 아닌듯한 배'다.
 
배 아닌듯한 배 베트남 중부해안에서 볼 수 있는 바구니배 퉁짜이. 배 지름이 보통사람 키보다도 작다. ⓒ 변재성

'퉁짜이'는 이름 그데로 번역하면 '바구니배'다. 그럼 퉁짜이가 생긴 건 언제부터이며 왜 생겨났을까? 베트남 정부발행의 공식자료에 따르면, 그 연원이 프랑스 식민지 시대로 거슬로 올라간다.

프랑스는 배를 가진 베트남 식민지의 모든 선주들에게 세금을 징수했다. 그러나 가난한 어부에게는 생계를 위협할만큼 과중한 세금이었다. 세금을 피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 그래서 태어난 것이 '배 아닌듯한 배' 퉁짜이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가난한 어부들은 퉁짜이를 만들어 고깃배로 사용하면서도 "보시다시피 이건 배가 아니라 바구니올시다"라고 주장하며 실제 고깃배로 사용하면서도 식민당국의 과중한 세금을 면제받는데 성공했다는 전설같은 이야기다.

베트남 남동해안도시 판랑의 해변, 산호가 깔린 남중국해의 푸른 바다에 노을 빛이 곱게 물들 때 가랑잎처럼 파도에 출렁이는 퉁짜이에 몸을 싣고 이제 막 바다로 나가려는 우엔 탄(25세)씨에게 말을 건내보았다. 
 
바구니배 어부 바구니배를 타고 조업하는 베트남 남동부 닌투언(Ninh Thuan)성 판랑 해변의 어부 우엔 탄씨 ⓒ 변재성

"해가 지는 오후 5시쯤에 바다에 나가 아침해가 뜰 무렵까지 고기를 잡습니다." 우엔은 가짜 새우를 매단 낚시로 오징어를 잡는다고 했다. 하루 평균 2kg을 잡아 시장에 내다 팔아 2만동(1천 원)정도를 손에 쥔다. 쉬는 날은 거의 없다. 재수가 없어서 아무 것도 낚이지 않는 날은 이웃에게 쌀을 빌려 가족들을 먹일 밥을 지어야 한다.
 
생존의 바다 산호초가 깔린 아름다운 남중국해의 일몰을 거슬러 거친 '생존의 바다'로 나가는 대나무배 어부 ⓒ 변재성
 
우엔은 이 작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갈 때 무슨 생각을 할까? "특별한 생각은 없다. 오늘도 고기가 많이 잡혀 우리 세 식구 배불리 먹고 살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도 없다."

그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명료했다.남중국해의 아름다운 노을 풍경이 우엔의 거친 '생존의 바다'와 겹쳐지면서 또다른 풍경으로 다가왔다. 우엔은 말을 마치기 무섭게 서둘러 만경창파(萬頃滄波) 일엽편주(一葉片舟) 퉁차이에 몸을 싣고 저만치 멀어져 간다. 
태그:#베트남 , #바구니보트, #퉁짜이, #THUNG CHAI, #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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