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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간다. 이 사실은 새삼스럽게 지적하는 게 어색할 정도로 너무나 자연스러운 사실이다. 세계의 많은 국가들은 다양한 정치체계, 문화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절대다수 국가들은 자본주의를 택하고 있다.

과연 자본주의는 어떻게 시작이 되었을까. 이제는 공기와 같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자본주의라는 사회체제의 시작에 대한 통찰은 다수 존재한다. 그 중 압도적 영향력을 갖는 고찰 중 하나가 베버의 논의이다.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2010, 막스 베버, 길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2010, 막스 베버, 길
ⓒ 도서출판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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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베버의 자본주의 연구

막스 베버는 대개 칼 마르크스의 반대편에 서있는 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정확하게 이야기 하자면, 베버는 자본주의의 정신이 무엇인지에 대한 탐구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마르크스와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자본주의를 탐구한 사회학자로 보아야 한다.

베버는 자본주의라는 현상이 왜 유독 서구사회에서 발현되었고, 성장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구체적으로 근대적 자본소유경영자와 고급노동 종사자들 중 프로테스탄트의 비율이 유독 높으며 독일에서 경제적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도시들 역시 프로테스탄트에 기반한 도시들이었음을 베버는 지적한다. 더 나아가 기술과 상공업을 교육하는 기관들의 입학자들 중 프로테스탄트들의 비율이 훨씬 높다는 점 역시 베버는 지적한다.
 
합리화 과정에 참여해 성공한 사람들의 경우는 쓰지 않고 벌기만을 원했기 때문에, 그리고 낡은 방식을 고수한 사람들의 경우는 절제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냥 이 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와 같은 경우에 일반적으로 이러한 변혁을 야기한 것은 가령 새로운 화폐의 유입이 아니라 -내가 알고 있는 많은 경우에 친척들로부터 차입한 몇 천 [마르크] 안 되는 자본으로도 그러한 혁명의 전(全)과정이 이루어졌다- 오히려 새로운 정신, 즉 '근대 자본주의 정신'의 도래였다."(92쪽)

* 이하 표시되는 인용 페이지는 모두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2010, 막스 베버, 길) 에서 인용된 내용임을 밝힌다.

베버는 프로테스탄트 교리가 노동을 개인의 삶을 유지시켜주는 경제적 요소를 넘어 하나의 소명으로 전환시켰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노동을 통해 소득을 창출했다면 소비를 해야하는데, 프로테스탄트 사업가들은 자신이 축적한 부(富)를 스스로를 위해 사용하지 않는다. 그저 '소명 완수' 라는 의식을 위해 자본을 축적하는 것이다. 위와 같은 새로운 정신은 어떻게 탄생했는지에 대해 베버는 의문을 제기한다.
 
마르틴 루터
 마르틴 루터
ⓒ Wiki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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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터와 칼뱅

베버는 프로테스탄트 정신에 기반으로 루터의 직업 개념과 칼뱅의 예정론 개념을 주목한다. 루터는 세속적 직업 노동에 도덕적 가치를 부여했다. 직업은 신으로부터 받은 과업으로 루터는 의미를 변화시켰다.

칼뱅은 소수의 사람만이 구원받도록 선택되었다는 예정론을 펼쳤다. 칼뱅주의에서 개인이 구원받았는지의 여부는 근면하고 성실한 금욕적 직업노동을 통해서 알 수 있게 된다고 설파했다. 요약하자면 개인들은 구원을 받기 위해서 신의 소명이기도 한 직업노동을 근면하게 실천해나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베버는 이 지점에서 자본주의의 정신이 탄생했다고 가정한다.

위와 같은 방식으로 형성된 부(富)는 일상 속으로 스며들어진 금욕주의로 인해 사치와 향락에 사용되지 않았으며, 자신의 직업노동을 통해 구원의 여부를 알고자 했던 프로테스탄트 자본가들에 의해 재투자 되어 일종의 순환고리를 형성했다. 자본주의가 탄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화폐의 거래에 마음이 담길 수 있다. 굳이 돈을 더 주고도 '착한' 소비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화폐의 거래에 마음이 담길 수 있다. 굳이 돈을 더 주고도 "착한" 소비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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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버가 생각한 자본주의, 그 이후

그러나 베버는 시간이 지나고 위와 같은 정신이 약화되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더 나아가 프로테스탄티즘에 기반한 직업정신이 만들어낸 재화들이 인간들을 지배하는 사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베버는 위와 같은 정신이 사라진 영리추구 행위를 우려한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돈만을 추구하는 영혼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우려를 베버는 표명하는 것이다. 베버가 생각한 자본주의 그 이후의 세상은 그다지 밝지 않았던 것이다. 베버가 던진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베버의 우려는, 정확했다.
 
미래에 누가 저 쇠우리 안에서 살게 될는지, 그리고 이 무시무시한 발전 과정의 끝자락에 전혀 새로운 예언자들이 등장하게 될는지 혹은 옛 사상과 이상이 강력하게 부활하게 될는지, 아니면 -둘 다 아니라면- 일종의 발작적인 자기 중시로 치장된 기계화된 화석화가 도래하게 될는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만약 기계화된 화석화가 도래하게 된다면 , 그러한 문화발전의 '마지막 단계의 인간들'에게는 물론 다음 명제가 진리가 될 것이다. 정신 없는 전문인, 가슴없는 향락인 -이 무가치한 인간들은 그들이 인류가 지금껏 도달하지 못한 단계에 올랐다고 공상한다.(366~367쪽).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 인문사회과학총서 1

막스 베버 지음, 박성수 옮김, 문예출판사(1996)


태그:#막스 베버, #베버, #프로테스탄티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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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사회복지학 학사 졸업. 사회학 석사 졸업. 사회학 박사 수료. 현직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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