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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영리병원 철회 및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영리병원의 문제점을 알리고 저지 운동에 대한 지지와 관심을 호소하기 위해 국민들의 영리병원 반대 목소리를 몇차례 연재합니다. [편집자말]
 미국 연방정부가 폐쇄됐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건강보험개혁(오바마케어)의 핵심인 '건강보험거래소'가 1일(현지시간) 예정대로 론칭됐다.
 2013년 10월 1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건강보험개혁(오바마케어) 핵심인 "건강보험거래소"가 문을 열었다.
ⓒ www.healthcare.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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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를 생각하면 유독 생각나는 한 친구가 있다. 우리는 종종 세계사 시험을 앞두고 연도별로 역사적 중요 사건을 나열하며 서로의 기억력을 뽐내곤 했다. 유독 그 일이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것은 우리가 공감했던 그 우정의 시간이 강렬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나이가 점점 들면서 그런 기억들은 점점 더 희미해지고 억지로 잡아보려는 나의 손짓은 무안해지기까지 해진다. 그런데 최근 들어 한 때의 기억이 유독 내 뇌리에 명확히 자리 잡는 것은 아무래도 제주도의 영리병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2010년 3월 23일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오바마케어'(The Patient Protection and Affordable Care Act)라고 불리는 의료개혁법에 서명했고 이것은 1965년 메디케이드와 메드케어 법안 통과 후 미국에서 가장 의미 있는 의료 개혁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오바마케어'를 두고 의료개혁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를 통해 의료보험 수혜자의 수가 급격히 증가했음은 물론, 기존에 앓고 있는 병으로 인한 의료보험 가입 불가와 같은 차별을 법으로 금한데 있다.

아무리 중요한 일이었다고 해도 태평양 건너 먼 다른 나라에 있던 일을 갑작스럽게 언급하는 것은 어찌 보면 엉뚱하기도 하고 맥락 없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필자가 '오바마케어'라는 의료개혁 입법을 위해 뜻을 같이하는 다양한 이들과 사회운동 현장에 있었다면, 그리고 무상 또는 저가 의료서비스 사업에 매진했다고 한다면 약간은 흥미롭게 느껴질 것이다.

필자는 미시간대에서 사회복지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2004년부터 시카고의 비영리단체에서 사회복지사로 지역사회 보건 분야에서 활동하였다. 처음에는 HIV/AIDS 예방 또는 사례 관리에 집중했는데, 그 후 여성 암을 포함한 다양한 성인 질환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였다.

무료 또는 저렴한 의료서비스 체계를 설계 및 운용하고, 이를 위해 다양한 의료종사자들과 협업을 하고 때에 따라서는 그들의 보조원 역할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직간접적 임상경험도 쌓이게 되었다. 이 같은 일을 자의 반 타의 반 시작하게 된 나는 자연스럽게 미국의 의료체계가 가지고 있는 가장 본질적인 문제들을 하나둘 접하게 되었고 결국, 미국의 의료개혁 운동에 참여하게 되었다.

현장 현금 할인은 미국 의료분야에 일상적

그렇다면, 미국 의료체계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일까? 그것은 영리성의 강화와 공공성의 약화이다. 미국의 의료서비스는 비싸기로 악명이 높다. 최근에 미국 그랜드캐니언에서 추락한 한 한국 청년 이야기가 널리 회자하였다.

이 안타까운 사연이 더 유명해진 이유는 그 청년이 낯선 타국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채 두 달도 되지 않는 동안 발생한 치료비가 무려 10억 원이 넘는다는 사실이 더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깊은 협곡에서의 낙상이니 부상의 정도가 매우 심했을 것이다. 하지만 도대체 어떤 치료를 받았기에 두 달이 채 되지도 않는 기간에 10억이 넘을까?

이런 놀람과 당황스러움은 미국의 의료서비스 상황을 들여다본다면 조금은 반감된다. 만약 미국에서 의료서비스를 받고 이에 대한 청구서를 받는다고 가정을 해보자. 청구서의 숫자를 보고 매우 놀랄 것이다. 그렇지만 너무 놀랄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청구서의 금액은 어디까지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 측의 희망 사항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단순 진료가 아닌 경우, 미국의 어느 의료보험회사나 어떤 환자도 병원이나 의사가 청구한 금액 그대로 지불하지 않는다.

특히, 현장 현금 할인은 미국 의료분야에 매우 일상적이다. 사례별로 차이가 크지만, 병원이나 의사들은 비용협상 과정에서 청구금액의 30~40% 또는 70% 미만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높은 할인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절대적 의료비용은 매우 높다. 여기서 좀 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높은 의료비용과 그 높은 할인율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나 한국에서 일반적인 건강검진 항목에 CMP 또는 종합혈액 검사가 기본으로 포함된다. 물론, 한국에서는 보통 건강검진할 때 이 검사만 하지는 않는다. 어찌 되었든, 미국에서 주삿바늘 등 재료비와 판독비를 포함한 검사 자체 원가는 3~4달러 정도이다. 그러나 일반 병원에서 특히 상급병원에서 이 검사를 하게 되면 보통의 경우 인건비 등을 포함하여 그 가격은 무려 150달러까지 올라간다. 물론 이 경우에도 상황에 따라 여전히 일부 비용 할인은 가능하다.

이 사례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과 미국의 의료비용 차이가 명확하게 와 닿지 않을 수 있어 필자의 사례를 들어보자. 2년 전쯤 한국에 귀국 후 국민건강보험 가입 전 중이염으로 치료를 위해 동네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찾아간 적이 있는데 처방전 포함 치료 비용이 1만2000원이었다. 그 순간 나는 잠시 멍해지면서 약간의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와, 싸다~"

미국은 주치의제도가 발달되어 있어 함부로 어떤 종류의 전문의를 볼 수 없다. 따라서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보기 위해서는 가정의나 내과 의사를 먼저 만나야 한다. 이 경우 처방전을 포함하여 진찰료가 50~60달러이고 개인 의료보험이 있는 경우에도 보통 20~30달러를 지불한다. 혹 지역의 민간 보건소에 가서 전문 간호사의 서비스를 받게 되면 30~40달러면 가능하다.

보통의 경우 이 단계에서 항생제 처방을 받고 약을 산 후, 집에 가서 푹 쉬며 염증이 낫기를 기다릴 것이다. 하지만 계속 귓속이 아프다면 주치의에게 문의해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찾아 치료를 받을 것이고 보통 200달러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필자가 한국에서 이비인후과 전문의로부터 진료와 치료를 받고 지불한 비용은 1만2000원뿐이었지만, 미국에서라면 최소한 27만 원을 지불했을 것으로 계산된다.

잘린 두 손가락 두고 가격 협상 가능한 미국
 
 영화 <식코>의 스틸컷
 영화 <식코>의 스틸컷
ⓒ Dog Eat Dog Fil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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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미국의 비싼 의료비는 의료복지가 잘 되어 있는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 볼 때, 더 극명하다. 카이저 재단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미국의 1인당 의료비용은 복지 선진국들 평균의 두 배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이 미국에서는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정답은 간단하다. 미국의 의료체계가 기본적으로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의료체계가 영리를 추구하기 때문에 마이크 무어 감독의 <식코>의 사례에서처럼 치료에 앞서 잘린 두 손가락을 두고 편의점의 '1+1 공짜'처럼 가격 협상이 가능한 것이다.

이 같은 미국 의료체계의 영리화는 1970년대 이후 가속화하면서, 30% 이상을 유지하며 그나마 미국의 의료 공공성을 지켜내던 공공병원의 규모와 역할을 예산 부족 등으로 축소시키고 있으며, 대도시를 중심으로 운영되던 공중보건소마저도 폐쇄되거나 민간단체들에 위탁·운영되는 사례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것들이 바로 의료 영리화의 폐해이며 민낯인 것이다.

최근 한국의 상황은 내게 앞서 언급한 2010년 미국 시카고에서의 기억을 소환시키고 있다. 지난겨울 공론화위원회 권고에도 불구하고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대한민국 첫 영리병원 개원을 조건부 승인한 후 그때처럼 뜻을 같이하는 많은 이들과 정말로 많은 것을 공유하며 의료 영리화 반대와 공공성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비교적 짧은 기간이기는 하지만, 한 세대 이상을 거치며 한국의 국민건강보험은 발전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된 의료보험 없이 그리고 비싼 의료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피부에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이런 상상을 해보기를 제안해 본다.

잘린 두 손가락과 '1+1 공짜!'

결국, 제주영리병원은 반드시 막아야 하며 이것은 우리의 시대 사명인 것이다.

[영리병원이 절대로 허용되어서는 안되는 이유]
누가 문제인가, 제주도민인가 원희룡인가 http://omn.kr/1hfkd 
영리병원은 대한민국 의료 현실에 시한폭탄이다 http://omn.kr/1hg8p
영리병원? 대한민국 사회에선 아주 참혹할 것이다 http://omn.kr/1hgpa
'간호사=돈의 노예' 될 수밖에 없는 병원 http://omn.kr/1hhax
영리병원의 미래, 잘린 두 손가락과 '1+1 공짜'? http://omn.kr/1hi8e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준회 기자는 사회복지학 박사로 민주노총 정책국장입니다.


태그:#영리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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