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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콤 쌉싸름한 초콜렛> 표지
 <달콤 쌉싸름한 초콜렛> 표지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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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싸름한 초콜렛>은 영제가 ‘Like Water for Chocolate’으로 ‘초콜렛을 끓이기에 가장 적절한 온도의 물’을 가리키지만 흔히 분노에 차 있거나 열정에 휩싸여 있을 때를 비유하는 표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달콤 쌉싸름한 초콜렛’으로 번역하여 때론 달콤하지만 어떨 땐 쌉싸름한 초콜렛 같은 티타의 삶을 담아내고 있다. 이 작품은 국내에 처음 들어왔던 1993년보다 오히려 지금 더 깊은 감성을 줄 수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음식 하나하나에 감정과 사연을 담아낸 이 소설의 표현이 먹방을 통한 재미와 힐링을 추구하는 오늘날의 정서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에서 음식은 중요한 요소이다. 주인공 티타는 주방에서 태어났다. 엄마인 마마 엘레나는 티타가 태어나고 2일 후 남편이 심장마비로 죽은 충격 때문에 젖이 나오지 않는다. 이에 요리사 나챠는 옥수수로 만든 묽은 죽을 먹인다. 티타는 어머니의 젖을 먹고 자라지 않았기 때문에 어머니와의 사이에서 강한 유대감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가문의 규칙으로 막내딸은 평생 어머니를 돌보며 결혼을 할 수 없다는 전통에 반발한다.
 
티타가 만든 요리들은 그녀의 감정을 반영한다. 티타는 앞서 언급한 규칙 때문에 페드로라는 청년과 사랑하는 사이지만 결혼을 할 수 없는 운명에 처한다. 마마 엘레나는 페드로에게 티타 대신 그녀의 언니 로사우라와 결혼할 것을 제안하고 페드로는 받아들인다. 가까이에서 티타를 바라보고 싶다는 그의 열정이 택한 이 무모한 선택은 티타를 더욱 가슴 아프게 만든다. 티타가 페드로에게 받은 장미꽃으로 만든 장미꽃잎 소스를 얹은 메추라기는 그녀가 품은 사랑의 열정이 가득 차 있다.
 
이 요리를 맛본 티타의 언니 헤르투르디는 장미꽃잎에 담긴 사랑의 열정에 빠져 혁명군 장교와 함께 사랑의 도피를 떠나버린다. 티타가 만드는 요리에는 그녀의 감정이 담기고 이 감정은 주변 사람들을 물들인다. 티타의 요리에 눈물이 담기면 사람들은 우울해하고 사랑이 담기면 열정과 기쁨에 빠져든다. 또 어떤 요리는 마음에 위안과 따스함을 준다. 마마 엘레나는 티타와 페드로가 가깝게 지내는 걸 불쾌하게 여기고 급기야 페드로와 로사우라를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 보낸다. 그리고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티타를 모질게 괴롭힌다.
 
티타는 의사 존의 도움으로 그의 집에서 지내게 된다. 이때 티타가 먹는 요리가 쇠꼬리 수프이다. 쇠꼬리 수프는 티타의 멘토이자 그녀와 같은 사랑의 슬픔을 간직한 나챠가 선보였던 요리이다. 그녀는 이 음식을 통해 나챠가 그녀에게 주었던 애정과 같은 따스함을 느끼며 마마 엘레나에게 받았던 상처를 치유한다. 음식이 감정을 표현하는 소재라면 여성은 감정을 연결하는 소재이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렛>은 2대에 걸친 여성들의 사랑과 아픔을 말하고 있다. 페드로를 사이에 둔 티타와 로사우라는 물론 나챠와 마마 엘레나 역시 사랑 때문에 상처를 입은 여성들이다.
 
나챠는 티타와 같이 가문의 전통 때문에 평생을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 없었으며 부엌에서 평생을 혼자 살아야 했다. 그녀는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생을 마감한다. 마마 엘레나는 젊은 시절 사랑했던 남자와 이어지지 못하였고 남편이 죽으면서 홀로 남는 슬픔을 경험해야 했다. 그녀는 홀로 세 딸과 목장을 운영해야 했기에 더 강해져야 했고 이 과정에서 같은 여성인 딸 티타에게 상처를 주어야 했다. 작품 속 여성들은 사랑과 전통 때문에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그 상처를 대물림한다. 티타가 선보이는 힐링은 자신에 대한 치유뿐만이 아닌 작품 속 모든 여성들에 대한 이해와 사랑으로 확장된다.
 
티타의 언니와 결혼을 결정하는 페드로의 모습과 그런 페드로와 계속해서 사랑을 나누는 티타의 모습, 강압적인 마마 엘레나의 모습이 불쾌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작품이 담고 있는 사랑에 대한 열정과 여성들의 연대와 이해, 여기에 음식을 통한 힐링의 순간은 마법과도 같은 특별함을 선사한다. 언어를 통해 섬세하게 묘사되는 맛과 향을 통한 사랑과 힐링의 순간은 이 작품만의 매력이자 마력이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 키노라이츠, 루나글로벌스타에도 실립니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라우라 에스키벨 지음, 권미선 옮김, 민음사(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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