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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변호사 시험이 시행된 지난 2016년 1월 4일 응시자들이 서울 중앙대학교에 마련된 시험실로 들어서고 있다.(자료사진)
 제5회 변호사 시험이 시행된 지난 2016년 1월 4일 응시자들이 서울 중앙대학교에 마련된 시험실로 들어서고 있다.(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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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시험이 끝났다. 로스쿨에서의 지난 3년, 소소하게 행복하고 즐거웠던 일들도 있었지만 나의 로스쿨 생활은 본질적으로 끔찍했다.

교육을 통해 법조인을 양성하겠다던 로스쿨은 변호사 시험만을 준비하는 고시학원이었다. 학교의 가장 큰 관심은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었다. 자유, 평등, 정의, 인권, 법조인의 사회적 역할은 시험에 나오지 않으므로 교육되지 않았다.

학생들의 최종 목표인 변호사 시험은 두 명 중 한 명은 반드시 떨어져야만 하는 시험이었다. 노력, 공정성, 실력... 그 어떤 말로 포장한다고 해도 변호사 시험의 본질은 네가 죽지 않으면 내가 죽는 '배틀 로얄' 그 자체였다.

변호사 시험은 1500명 내외로 고정된 합격 인원을 선발하는 상대평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상대평가'에서는 사전에 확정된 절대적인 합격 기준이 없으며, 오로지 등수가 합격을 결정한다. 3330명의 응시자 중 1등부터 1500등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1501등부터 3330등이 존재해야만 한다.

합격하는 자는 불합격하는 자들이 존재함으로써만 합격할 수 있으므로 현재의 시험체제는 불합격자를 재물 삼아 굴러가고 있다.

배틀 로얄 속에서 학생들은 경쟁을 강요받아 왔다. 살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합격까지 3년에서 8년(26살에 입학해 8년 지나면 34살이 된다), 5번의 시험 안에 합격하지 못하면 영영 변호사가 될 수 없는 상황에서 변호사 시험 합격은 생존의 문제다.

대한민국은 어떤 법조인을 원하는가?

생존경쟁 속에서 로스쿨 교육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영혼까지도 황폐해져 갔다. 친구가 불합격해야 내가 합격하는 변호사 시험에서 '내 옆의 친구가 불합격하면 눈물 나겠지만 그가 합격하고 내가 불합격하면 피눈물 난다. 사회정의고 뭐고 일단 합격만 하자'는 생각이 로스쿨생들을 지배했다.

"학교가 아니라 전쟁터라고 했어 안 했어! 나 빼고는 다 적이야! 안 죽이면 내가 죽는 거라고! 뒤지고 싶어? 어?"

드라마 <SKY 캐슬> 속 차민혁 교수의 대사만큼 상대평가 시험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말은 없다. 상대평가 시험제도 하에서 로스쿨마저도 교육기관을 가장한 전쟁터가 되었다.

이런 시험제도는 그대로 둔 채, 예비법조인들이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변호사법 제1조 제1항)으로 갖기를, 서민을 위한 변호사가 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환상일 뿐이다. 동기들과 협력해서 함께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말은 너무도 공허하다.

로스쿨이 도입되고 10년이 지났다. 다시 한번 질문할 때이다. 대한민국은 어떤 법조인을 원하는가? 로스쿨 교육은 이대로 괜찮은가? 전국의 로스쿨생들이여, 그대들은 정말 안녕한가?

태그:#변호사시험, #자격시험, #로스쿨교육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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