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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신하진 않지만 애들 이야길 꺼내려니 함께 생각나는 속담이 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 형제자매들 사이에서 자란 사람치고 이 속담이 과연 참이라며 고개를 끄덕일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건 엄마가 된 지금도 그렇다. 어떤 땐 엄지가 엄청 아팠다가, 다른 땐 검지가 더 아프기도 하고, 대체로 아프지 않은 손가락도 있다.

의학적으로는 다섯 손가락 중 검지가 0.5mm의 두께까지도 가려낼 만큼 가장 예민하다고 한다. 우리 집 딸 가운데서도 손가락으로 치면 검지인 둘째가 가장 예민하다.

젖먹던 시절 바스락 소리에도 깨어나 잠을 못 잔 거야 요즘 애 키우는 집의 흔한 레퍼토리라 치자. 잠을 잘 못 자니 먹는 것도 적어서 돌이 되도록 몸무게가 10kg이 채 안 됐다. 어른도 잠 못 자고 못 먹으면 예민해지는데 아이는 말을 못하니 온종일 우는 것으로 예민함을 발산시켰다.

그 시절 나는 잠을 자면서도 우는 소리가 환청으로 들리는 듯했다. 당연히 내 기분과 몸도 엉망이었고 내 상태에 따라 콩쥐 엄마에서 팥쥐 엄마로 변신하는 자아분열을 매일 겪기도 했다.

둘째가 밉다가도 짠했다. 모유 수유를 끝내고 밤마다 내 목덜미 살을 잡아당기면서 만지작거려야 잠을 자던 아이... 사실 난 첫째를 가장 좋아했다. 내가 첫째라서 그런지 큰 아이에게는 감정이입이 잘 된다.

큰 애가 콧노래를 부르면 왜 기분이 좋은지 알 것 같고, 화가 나는 이유도 제법 잘 찾아낸다. 어쨌든 맏이로 태어나 가장 많이 누리면서도 제일 손해 보면서 산다고 느끼는 게 첫째 같다. 가장 잘 안다고 느껴서 그런지 더 믿음직스럽고 보고만 있어도 든든한 존재가 큰 딸이다.

그런데 그런 첫째가 18개월이 되던 때 둘째가 태어났으니 첫째의 질투가 이만 저만한게 아니었다. 누워 있는 아이 배를 밟고 지나가기는 예사고, 살 껍질이 벗겨져 피가 날 때까지 물기도 했다. 둘째가 앉아 있을 무렵부터는 앉아 있는 동생을 넘어뜨려서 뒤로 머리를 쿵 찧게 하고, 엄마 등에 업혀 있는 동생에게 매달리다가 함께 뒤로 넘어질 뻔한 게 다반사였다. 그래서였을까. 둘째는 만 10개월이 될 무렵부터 걷기 시작해서 언니의 마수(?)에서 벗어나 도망쳤다.

이쯤 되니 첫째는 첫사랑이요, 둘째는 짠한 사랑이 됐다. 셋째는 둘째와 24개월 이상 터울이 있어서 그랬는지, 아들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는지 모르지만 둘째보다 수월하게 임신 기간을 보냈다.

셋째 임신 때 가장 힘들었던 게 첫째의 잠버릇 정도였으니까. 첫째는 둘째를 임신하는 바람에 모유를 11개월만 먹였는데 넷 중 가장 적게 먹었다. 그래선지 모유 없이 잠들기를 힘들어했는데 내 배꼽을 만져야 잠이 들곤 했다. 아~ 배꼽이라니. 밤마다 내 왼쪽에 누운 아인 목덜미를, 오른쪽에 누운 아인 배꼽을 공략했고 셋째 출산이 다가올 무렵 난 드디어 폭발하고 말았다.

"이제, 좀, 그만하라고~~!"

그럼 뭐하나 셋째는 초등학고 가기 전까지 내 팔꿈치를 만져야 잠을 잤고, 막둥인 아직도 겨드랑이 가까운 쪽 살을 만지작거려야 잠이 든다. 셋째는 정말 순한 양처럼 자라줬는데 일곱 살무렵부터 비뚤어지더니 이제는 '삼춘기'(사춘기가 아직 아니지만 사춘기의 감수성을 가져서)라 이름 붙일 정도가 됐다. 그래도 위아래 드센 애들 사이에 낀 순둥이라서 눈물 쏟는 일이 잦다. 그러니 셋째는 애잔한 사랑이다.

넷째는 막둥이라...말이 필요 없을 만큼 예쁘고, 예쁘다. 언젠가 그날도 여느 날처럼 막둥이를 안고 뽀뽀 세례를 퍼붓다가 물었다.

"넌 왜 이렇게 예쁜 거야?"
"응~ 엄마가 나만 잘 키워줘서."


으하하. 그랬구나. 지 눈에도 언니들보다 자길 더 예뻐하는 게 보였구나. 어쩌냐 그래도 네가 젤 예쁜데.

애 넷을 키우며 애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 "엄마는 **만 좋아해!"라는 말이다. 그럼 난 이렇게 응수한다. "아닌데, 난 네가 가장 좋은데~! 네가 젤 예쁜데, 이건 너랑만 아는 비밀이야!" 덜 아프고 더 아프긴 하지만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과연 없긴 하다.

태그:#열손가락깨물어, #딸넷, #아이잠버릇, #예민, #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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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렇다고 혹은 아니라고 해도 어쩔 수 없는 나, 내 모습을 사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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