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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도로·철도 연결 및 현대화는 남북 경협사업 활성화의 전제조건이지만, 남한 예산이 투입됨에도 남북한이 북한이 제공할 반대 급부 내지 상응조치를 합의하지 않아 향후 문제의 소지를 남겼다. 과거 독일 통일 전 동서독이 양국의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합의서를 남기는 등 반대 급부를 명확히 한 것과 대비된다.       

남북 철도·도로 협력사업은 향후 북한 내 교통 및 물류 촉진은 물론 남북경협에서 소요되는 물류 비용을 절감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밖에 개성공단 통근열차, 금강산에 개소할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남북 철도 미연결 구간에 새로 선로를 깔고, 낙후된 북한 철도를 개보수하는 데엔 많은 시간과 비용(국토부 추정 최소 6조~최대 22조원)이 요구된다. 정부는 관련 예산을 남북교류협력기금과 민간투자로 충당한다는 방침이나 이에 대한 세부 계획이 수립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또 공사가 실제로 시작되려면 대북제재 예외를 인정받기 위한 전략도 마련돼야 한다. 

따라서 퍼주기 여론을 잠재우고 실리를 추구해야 하는 남한과 경제 개발이 시급하면서도 자주성을 강조하는 북한 양측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전략' 수립이 요구된다. 과거 독일 통일 전 동서독은 현재의 남북한처럼 동서독의 철도와 도로·수로 등을 연결하는 교통협력을 진행하면서 모범적인 선례를 남겼다. 

서독은 철로·도로 연결을 통해 서베를린과의 연결 필요성을 충족했고, 정치적 화해와 긴장 완화를 얻었다. 동독은 서독에게 철도·도로 사용료를 받아서 재정에 충당할 수 있었다. 또 동독은 자국민 인권 향상, 검열 완화, 서독 민간인 방문 확대 등의 상응 조치를 분명히했다.   

익명을 원한 한 북한 전문가는 지난 4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남북 철도·도로의 연결·개량을 추진하면서 별다른 근거없이 남북 연결이 좋은 거니까 해준다는 식"이라며 "몇 조씩 정부예산이 들어가야 하는데 반대 급부를 전혀 생각 안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 전문가는 "북한 철도의 개량이 완료되면 북한 정부의 자산가치가 상승하는 결과가 나타난다. 그렇게 되면 우리 예산을 쓰는 걸 반대하는 국민도 있을 수 있다"면서 "개량을 해줬는데, 남한 정권이 바뀐다든가, 북한 변수로 남북 철도·도로 연결이 좌절된다면 투자된 예산에 대한 권한 내지 이용가치는 제로가 되기 때문에 리스크가 매우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 독일 통일 전 (교통협력에 대한) 비슷한 거래가 있었다"면서 "우리가 현재는 1일 1~2번 이용 중인 북한철도를 개량해서 해당 선로를 100번 정도 이용하도록 만든다고 가정하면 전체 용량의 40%를 남한이 우리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교환한다든가 하면 국민도 설득할 수 있고, 예산 투입에 대한 반대 급부도 얻는다"고 입장을 피력했다.  

<독일 통일 과정에서 교통정책의 역할>(최연혜, 한국교통연구원, 2013)에 따르면, 독일은 1990년 통일 이전 분단기에 인적·물적 교통 교류가 완전히 단절된 적이 없었다. 동서독 국경을 따라 10개 도로와 7개 철도가 연결돼 있었고, 동서베를린 간에도 8개의 교통연결 지점이 유지됐다.

해당 보고서는 "통행료 일괄부담금은 서독정부가 매년 동독에 지불한 금액으로, 특정 목적과 무관하게 유입됐다면, 교통 인프라 시설 건설 투자는 특정 사업과 관련해 지불됐고, 동독으로부터 반드시 상응하는 경제적 및 경제외적 대가 내지는 반대 급부를 받아냈다"면서 "교통 인프라 건설이 막대한 투자액과 장시간을 요한다는 점, 타 분야 교류와 발전의 전제조건이라는 점 등에서 결국 독일의 통일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평가받고 있다"고 전했다.   

양국은 도로 연결·개량·확장 공사, 정차역 신설, 국경선 진입로 신설, 고속도로 건설, 수로 연결, 철도 복선화 등을 진행했다. 서독이 전체 공사비의 평균 60~75%를 부담하면 동독은 서독의 건설장비를 구입하는 식으로 합의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동독 정부는 서독과의 교류 증대에 체제 위협을 느껴 소극적 정책을 폈다. 그러나 서독과의 협력이 재정 수입 증대를 가져왔기 때문에 교류협력에 응했다. 서독은 동독에 도로·철도 사용료와 통행료를 지불했다. 즉 서독이 '선의'로 현대화 사업을 해준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동독의 도로와 철로를 이용한 것이다.

이것은 북한을 통과해 중국 및 유럽과 연결하려는 우리의 요구와 필요성으로 볼 때 시사점이 크다. 또 남북한이 교통협력으로 얻고자 하는 반대 급부를 명확히 명문화한다면, 향후 국제사회로부터 대북재제 예외를 승인받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동서독간 경협 활성화 지원정책과 시사점>(정형곤, 2001)에 따르면, 동서독은 1971년에 동서독 간 '통과여행협정'을, 다음해인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을 체결하면서 교통협력의 기반을 마련했다. 한국이 철도·도로 연결을 별다른 합의서 체결 없이 북한의 요구로 정치적 선언에 포함시킨 것과는 대비된다. 

해당 소논문에 따르면, 베를린 왕복 철도와 도로 등 교통로 확장과 개선은 동독이 1974년에 먼저 제안을 했고, 코메콘(COMECON, 1991년 해체된 사회주의 국가 간의 경제협력기구) 회원국들 역시 동유럽과 서유럽을 연결하는 교통망 확충이 필요하다고 인식했기 때문에 이를 적극 지지했다. 

소논문은 "서독 정부가 (서독이 유화정책을 썼던 1970년대 초~1990년 10월 통일 시까지) 총 49억 3900만 DM(옛 마르크화, 차관 및 비공식적 지원금 미포함)를 지불할 수 있었던 것은 서독 정부의 경제적 지원이 있을 때마다 동독이 그 반대 급부로써 상호 민간인 방문 확대, 동독 입국 제한 요건 완화, 편지 및 소포 검열의 완화, 인권 문제 개선 등 상호주의적 입장에서 서독의 정치적 요구를 들어주었기 때문이며, 이를 통해서 동서독은 경제협력에 있어서의 상호 명분을 살릴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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