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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름대로 식탐도 있고 맛있는 것을 즐기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일부러 맛집을 찾아다니진 않는다. 우연히 소문난 집 근처를 지나게 되면 호기심에 한번 들려볼 때도 있으나 가게 안이 북적거린다 싶으면 미련 없이 나가버린다.

기다리는 것을 싫어하는 성향상 음식을 먹으려고 줄까지 서거나 한쪽에서 대기해야하는 상황이 답답하고 짜증나기 때문이다. 물론 거기에는 '유명한 맛집이라고 해서 별반 특별할 것은 없다'는 그간의 경험이 쌓여 있는 탓도 크다.

"저기 소문난 짬뽕집인데 한번 가보자." 일 때문에 자신의 회사 근처로 온 내게 지인이 넌지시 권했다. 마침 점심시간이기도 했고 지인 역시 지나다니다가 늘 북적거리는 그곳이 궁금했다고 한다.

"그렇게 궁금했으면 진작 가보지 그랬어?"라고 묻자 "우리 회사는 고정적으로 먹는 식당이 정해져 있어, 혼자만 덩그러니 가기는 그렇더라고"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 말도 맞는 듯했다. 북적거리는 유명 식당에 혼자 방문하기는 나 같아도 쉽지 않았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각 재료의 적절한 조화와 비율이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각 재료의 적절한 조화와 비율이었다.
ⓒ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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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뽕맛의 비결은 충실했던 '기본'

전북 군산 공단 근처 외곽에 있는 중화요리집이었는데 들어서기 무섭게 식당을 꽉 채운 손님들과 밖에까지 늘어선 줄이 보였다. 간간히 짜장면도 눈에 띄었으나 대부분은 짬뽕을 먹고 있었다. 탕수육은 함께 즐기는 부메뉴일 뿐이었다.

"그... 그냥 다른데 가자."

그런 광경을 딱 싫어하는 나는 바로 지인의 옷자락을 잡아끌었다. "에이… 일부러 왔는데, 한번 어떤 맛인가 먹어보자." 지인은 기다려서라도 꼭 먹고 싶은 눈치였고 나 역시 함께 줄을 설 수 밖에 없었다.

여느 맛집들처럼 번호표를 나눠주는 것도, 젊은 분들이 발 빠르게 돌아다니는 것도 아니었다. 음식을 나르는 분들은 모두 나이가 지긋하신 여사님들이었다. 눈치껏 빈자리를 찾아서 주문을 해야 했다.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쁘게 돌아다니시는지라 타이밍을 잡아 음식을 주문하는 것도 일이었다. 그쯤 되다보니 꼭 먹어야겠다는 오기까지 생겼다. '이렇게까지 기다려서 먹을 만큼 대단한 맛일까?'

드디어 우리가 주문했던 짬뽕이 나왔다. 일단 큰 그릇에 담겨온 비주얼은 좋았다. 상당히 바쁜 와중에도 깔끔하고 먹음직스럽게 담겨져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어쨌거나 30분 정도를 기다려서 나온 음식인지라 너무 반가웠다. 허겁지겁 면을 건져먹고 국물을 들이켰다.

국물에서 느껴지는 육수의 맛은 약했다. 흡사 '그냥 맹물에다 이것저것 양념을 했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자꾸 땡기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어떤 중화요리 집에 가서 짬뽕 국물을 마시다보면 밑에 있는 고춧가루가 막 올라오는 경우가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지저분하게 느끼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이곳의 짬뽕 국물은 끝까지 다 마셔도 부담이 없을 정도로 깨끗했다. 젊은 층이나 여성분들이 특히 더 좋아할만한 요소 같았다. 면은 쫄깃쫄깃하고 탱탱한 편이었지만 이는 바로 나온 직후의 면요리들이 대부분 그런지라 특별한 요소로 꼽기는 어려울 것 같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푸짐하고 신선한 각종 해물의 양과 적절한 비율(?)이었다. 나는 요리 전문가가 아니다. 특별한 미식가도 아니다. 그럼에도 재료를 참 잘 썼다는 느낌을 받았다. 바닷가 근처라서 그럴까. 반쯤 잘려진 꽃게가 중심에 놓인 가운데 홍합과 조개, 오징어가 함께 들어있었는데 무엇보다 많지도 적지도 않게 잘 섞여서 먹기가 좋았다.

어떤 곳에 가면 푸짐하게 보여야겠다는 생각에서인지 홍합을 지나치게 많이 넣는 곳이 있다. 산더미처럼 쌓인 홍합은 보기에는 양이 엄청 많아 보이지만 실상 껍질을 까고 나면 그렇지도 않다. 자칫 손질이 제대로 되지 않은 홍합이 많은 경우 국물이 탁해지거나 불순물 때문에 깔끔한 맛이 손상된다. 개인적으로는 홍합을 까다 지쳐서 나중에는 입맛을 버리기도 한다.

이곳의 짬뽕에는 홍합이 적당하게 들어있었고 나머지는 조개와 오징어가 차지했다. 적어도 일부러 양을 늘린 것 같지도 않았고 깔끔한 맛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각 재료들이 과하지도 적지도 않게 잘 배합돼 있었다. 거기에 양파, 당근 등 야채가 푹 짓물러지지 않고 사각거리는 맛이 느껴질 정도로 신선했다. 바쁜 와중에도 미리 삶아둔 야채를 쓰지 않고 그때그때 따로 넣어서 요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어찌보면 이같은 요소들은 요리에 있어 너무 당연한 사항들이지만 생각 외로 잘 지켜지지 않는 집들이 많다. 하지만 이곳은 기본적인 부분들에 충실했고 그렇게 하기에 식사 때마다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워낙 줄서서 기다리는 것을 싫어하는 성향상 일부러 다시 이곳을 찾을지는 미지수지만 적어도 후회할 맛은 아니었음에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치고 나올 수 있었다.

태그:#짬뽕, #해물짬뽕, #맛집 음식, #맛집 비결, #요리의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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