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경비가 대규모 감원되는 울산 중구 A아파트 게시판에 붙은 경비 업무 안내문. "택배물은 현재처럼 일절 관리하지 않으며, 각 경비실은 임시보관창고로만 제공된다", "각 세대 현관문에 붙은 전단지는 각 세대에서 제거하고 쓰레기와 담배꽁초는 버리지  말아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경비가 대규모 감원되는 울산 중구 A아파트 게시판에 붙은 경비 업무 안내문. "택배물은 현재처럼 일절 관리하지 않으며, 각 경비실은 임시보관창고로만 제공된다", "각 세대 현관문에 붙은 전단지는 각 세대에서 제거하고 쓰레기와 담배꽁초는 버리지 말아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 박석철

관련사진보기


울산 중구의 한 아파트에서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가계 부담"을 이유로 새해부터 경비원 30명 중 22명을 해고한다고 알려져 논란이다. 

27일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입주자 대표회의는 지난 11월 21일 주민들을 대상으로 '경비원 해고 주민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이 아파트 전체 1613가구 중 619가구(38.4%)가 투표에 참여해 385가구(62.2%)가 해고에 찬성하면서 가결됐다.

이후 아파트 관리 전반업무를 위탁한 관리업체에 이같은 사실을 통보했다. 해고 대상인 22명의 경비원들에게도 해고 사실이 통보됐다. 이렇게 되면 현재 가구당 부과되는 경비비가 4만7천여 원에서 2만1천여 원으로 줄어든다.

관리사무소 측은 "아파트 경비 감축은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결정한 것으로, 관리비가 많이 나온다는 일부 입주민들의 호소에 따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른 한편에는 감원을 반대하는 주민도 있다. 대폭 감원 소식이 공지되자 일부 주민은 "경제 논리로만 결정해서는 안 된다. 현명한 판단을 해 달라"는 내용의 대자보를 아파트 게시판에 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새해까지 불과 4일을 앞둔 상황에서 감원 결정 번복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이 방아쇠 역할"

그렇다면 이 아파트는 왜 대규모 감원을 강행하게 됐을까? 직접 만난 입주민과 경비 등의 말을 종합하면 여기에는 복합적인 사연이 얽혀 있다.

1997년 7월 입주한 이 아파트는 23평, 32평, 37평, 38평, 48평, 68평형이 15개동으로 이뤄진 1613가구의 대단지다. 입주 당시엔 편리한 교통 등으로 울산 내 부촌으로 통했다. 경비원 수는 규모가 비슷한 타 아파트보다 2배 가량 많은 30명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이후 울산 중심가에 속속 고급 아파트가 생기면서 입주민의 이주가 잦았고, 수년 째 울산에 불어닥친 경기 불황으로 관리비 과다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입주민 대표들이 경비 규모를 줄이기로 의견을 모으고, 주민투표에 나섰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경비 감원의 핵심 이유는 아니지만, 실제로 감원을 추진하는 방아쇠 역할을 했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경비원들은 말을 아꼈다. "이미 결정이 난 사안"이라며 의견을 보태지 않았다. 일부만이 "자신들이 처음부터 경비 수를 정해 놓고 이제 와서..."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확인 결과 이 아파트는 지난해에도 최저임금 인상 시기에 맞춰 경비 수를 30
명에서 절반 가량인 14명 감원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실행하지는 않았다. (관련기사 : 최저임금 인상되니 절반해고? 아파트 경비원 실직 우려)

A아파트 관리실은 조만간 조경관리원 1명과 환경미화원 2명을 고용해 대규모 경비 감원에 따른 혼란에 대비한다는 구상이다.

관리실은 현재 아파트 각 동 입구 게시판에 "택배물은 현재처럼 일절 관리하지 않으며, 각 경비실은 임시보관창고로만 제공된다"면서 "각 세대에 붙은 전단지를 각 세대가 제거하고 쓰레기와 담배꽁초는 버리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태그:#아파트 경비 감원
댓글2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