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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서 열린 '불법 자가용 카풀 근절' '카풀 금지 여객법 즉각 국회 통과' 등을 요구하는 '전국 30만 택시종사자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 참석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서 열린 "불법 자가용 카풀 근절" "카풀 금지 여객법 즉각 국회 통과" 등을 요구하는 "전국 30만 택시종사자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 참석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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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를 내세우며 카풀사업준비를 강행하고 있는 카카오에 맞서 택시기사와 택시사업주 등 노사를 막론하고 택시업계 전체가 대대적 집회와 파업을 앞세우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모습을 보며 대리기사들은 그 착잡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자신의 자가용 차량을 통해 이웃과 출퇴근하며 정을 나누는 사람들의 소박한 인심은 귀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핑계로 차량 소유자와 이용자를 대거 모집하여 중간 이득을 취하는 카카오 플랫폼사업의 문제는 별개라 생각합니다. 

이미 택시라는 전통적 운수서비스가 존재하고 있고 그 수많은 종사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택시 탑승의 불편함과 서비스 부재, 난폭운전과 이용자 불만이 극심하다면 이는 개선할 문제입니다. 세계 주요 문명국들과 비교해도 한참이나 저렴한 요금문제, 과도한 사납금제도와 업자들의 횡포를 해결하고 택시기사들의 처우와 근무여건을 개선하여 선순환의 제도를 만들어야 할 문제입니다.

그간 공유경제와 플랫폼 사업의 대명사처럼 불리며 세계 곳곳에서 번창하고 있는 우버사업은 그 편리성에도 불구하고 불안정하고 질 나쁜 일자리 배출, 노동자 방임과 책임 회피 등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택시사업과 달리 당국의 관리감독과 법적 규제, 소속기사의 신원 보장과 전문성, 차량책임 등에서 벗어나는 것, 노동 3권 보장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우버가 돈 버는 주요수단입니다.

카풀, 정말 경쟁력 있는가

대한민국의 카풀서비스는 어떨까요? 만약 카풀이 택시보다 경쟁력을 갖추려면 어떠해야 할까요?

그것은 택시보다 싼 요금, 편리하고 안전한 운행과 친절한 서비스, 보험 보장과 범죄로부터 안전한 보호 등일 겁니다. 하지만 지금도 어느 나라보다 저렴한 택시요금보다 더 낮은 요금으로 양질의 지속적 카풀서비스가 가능할 수 있을까요? 특히나 20%나 되는 중간수수료를 제외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자기차량을 소유하고 기름값, 보험료, 수리비 등 차량유지비를 카풀기사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편리하고 손쉬운 탑승이 가능하려면 사실 전업적 생계형 카풀기사들이 전국의 길거리에 치밀하게 대기하고 있어야 합니다. 범죄로부터 안전 문제는 더욱 심각합니다. 현재 택시업은 전문성과 신원보장, 안전운행 등을 위해 적잖은 노력과 투자가 필요한 면허제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카풀기사가 그게 가능할까요? 특히나 국가나 공공기관의 관리와 보장 없는 민간기업의 무분별한 기사등록으로 말입니다. 아니 제대로 된 관리제도를 갖춰야 한다면 그 부담을 안고 카풀의 사업성이 보장될 수 있을까요? 

결국 카풀이 택시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감이라는 반사이득을 넘어 양질의 지속가능한 대중서비스로 정착하기 위해선, 현 택시업만큼의 세금과 면허제도, 적어도 택시업만큼의 요금과 보험금, 택시업만큼의 법적 근거와 보안, 택시업만큼의 차량 소유 비용과 유지보수비용 등을 전제로 해야 합니다. 과연 그래야 한다면 택시사업보다 경쟁력 갖춘 사업성이 가능할까요?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조합연합회 소속 택시 기사들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 참석해 카카오 카풀, 타다 등 앱을 통한 카풀 알선업체, 렌터카 유상운송행위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 카풀에 화난 택시 기사들 “택시 생존권 보장하라”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조합연합회 소속 택시 기사들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 참석해 카카오 카풀, 타다 등 앱을 통한 카풀 알선업체, 렌터카 유상운송행위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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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율의 수수료와 대리보험료 착복, 벌과금에 관리비니 출근비니, 일방적인 업무정지와 배차제한 같은 낯설고 야만적인 횡포가 횡행하는 대리운전시장에서 대리기사들은 이를 개선할 대안으로 카카오대리운전을 환영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카카오는 고율의 수수료에 대리기사 무한 모집 등 기존 업자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앞서거니뒤서거니 하며 각종 횡포를 자행해 왔습니다. 하루 3만 콜 정도를 소화시키겠다고 13만여 명의 카카오기사를 모집하여 시장을 초토화시키고 일거리 부족에 고통 겪는 소속기사들의 옆구리를 찔러 급행료와 이중보험료를 뜯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대표적 취약계층인 대리기사들 상대로 기사장사를 본격적으로 벌여 그들의 주머니 털기에 앞장서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대리기사들은 이것이 단지 대리운전판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염려합니다. 심지어 소비자반응까지 설정하여 기사밥줄을 좌우하면서도 단지 디지털중계업자라 변명하며 책임과 의무 회피에 급급한 그들입니다.

그들이 소속기사들의 고용보험 등 4대 사회보험 책임을 져야 한다면 대리기사 무한모집은 더 못할 것입니다. 카카오가 택시업계처럼 4대 보험과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한다면 과연 카풀사업을 무리하게 시도하려 할까요? 기술혁신이 공유경제를 이끈다고요? 고용주로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야말로 그들 사업의 주요한 동력일 뿐입니다.

맞춤형 수탈의 가능성

급속히 확대·팽창하고 있는 디지털 플랫폼산업은 노동자들의 고용과 소득, 사회적 보호의 불안정 상황을 악용하고 발달된 ICT기술을 동원한 '맞춤형 수탈'이 용이합니다. 이제 카카오는 그들의 사회 경제적 지위와 우월적 기술력을 동원하여, 차별하고 기만하며 우리 사회 대표적 취약계층인 대리운전기사의 주머니털기를 본격화했습니다.  

그렇기에 대리기사들은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사업에 대한 불안한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4차산업혁명이니 디지털플랫폼이니 인공지능이니 자율주행차니 하는 장밋빛 기대는 카카오카풀이나 대리운전사업과는 아무런 관련 없는 것이라 믿습니다. 특히나 노동자들의 착취와 사회적 갈등을 강화시키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 점에서 현 정부의 부질없는 과장과 무능, 무책임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미 생활서비스로 정착한 대리운전사업의 법제화를 반대하고 시장의 위기를 방치하는 정책당국입니다. 카풀사업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책을 세우려 하기보단 여론 눈치 보기에나 급급하고 택시기사를 죽음에까지 내몬 책임은 누가 진단 말입니까.

어쨌건 카풀서비스를 실시해 보고 그 선택권은 소비자와 시장에 맡겨두면 된다고요? 이미 저급한 일거리에 매달려 시름에 젖은 카풀기사들과 택시기사들이 넘쳐흐르고, 범죄와 대기업의 횡포 속에 사회적 혼란과 갈등이 극대화하여 아무런 답이 없을 때까지 기다리자는 걸까요? 

당국은 지금이라도 진정한 공공의 이익이 무엇인지 직시하고 책임 있는 정책과 대안들을 내와야 합니다. 하루하루 버티기에도 힘든 대리기사들이 카풀사업의 앞날까지 걱정해야 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종용 기자는 전국대리기사협회 회장입니다


태그:#착한대리협동조합, #천안아산대리기사협회, #전국대리기사협회, #택시파업, #카카오카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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