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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업, 그 중에서도 증권업은 노동시간 논의에서 독특한 지위를 차지한다. 영업실적에 따른 급여 변동성이 커, 성과 압박 스트레스가 매우 큰 대표적인 업종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퇴근 시간 이후 '자발적인' 영업시간이 매우 긴 업종으로도 알려져 있다. 게다가 모바일 시장 확대, '증권 거래 수수료 평생 제로'를 광고하는 대형 회사들의 공격적 마케팅, 지점 통폐합 등 시장의 변화도 빠르게 계속되고 있어, 노동시간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궁금한 현장이기도 했다.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현장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보는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현장의 변화 추적기 마지막 시간으로, 금융업 특히 증권산업 현장의 변화를 짚어봤다. 금융 및 보험업 역시 특례업종에 속해 있다가 지난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특례업종에서 제외되어, 현재 주 68시간의 노동시간 제한이 적용되고, 내년 7월부터는 300인 이상 사업체부터 주 52시간 제한이 도입된다.

지난 12월 5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김경수 기획국장과 김주열 현대차증권지부 지부장과 함께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이후 금융업 특히 증권판매업 현장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객 영업 위한 식사 시간은 노동시간일까 아닐까

증권 영업직 노동자는 손익분기점(BEP)이라는 실적 목표치를 부여받는다. 이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 못 하면 연봉을 감하는 회사도 있다. 2017년 동부증권에서는 BEP 미달성자가 '생산성 개선 대상자'로 분류되고 최고 70%까지 임금이 깎이기도 하는 현실이 기폭제가 되어 노동조합이 결성되기도 했다. 임금을 감하지는 않아도 성과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고, 저성과자는 모멸적인 개선 프로그램 대상자가 되고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문제는 이런 성과가 말 그대로 개인의 능력을 반영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이미 금융지주회사 중심으로 회사가 대형화되고, 모바일 거래 등이 늘면서, 증권거래에서 영업직원 개인의 능력이 미치는 영향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보다는 회사의 브랜드 인지도, 광고 선전, 지점수 등이 영업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이미 삼성, KB 증권 등의 경우 영업직원이 지점을 옮기면 새로운 지점의 고객을 관리하지, 영업노동자 개인의 고객을 관리하지 않는다.

하지만 급여 시스템은 여전히 성과를 모두 개인 책임으로 돌리고 있으니, 누구나 업무 이후의 영업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밖에 없다.

"아침에 와서 장 시작 전에 준비하고, 장이 끝나고 나서 고객들에게 전화 돌리고 하루 마무리하고 나면 공식적인 업무는 끝난다. 이것만 보면 주 52시간이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대신 이후 영업이 문제가 된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다. 더 많은 시간을 영업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하지만 시스템은 사람을 업무 후 영업에 매달리게 만든다."

김주열 지부장은 이 시간이 노동시간일까 아닐까를 따지기보다 실제로 이런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한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사실 이미 증권 영업은 개인 플레이가 아니다. 신한 갈까 삼성 갈까 하지, 누가 개인 영업 직원 보고 회사를 선택하겠나? 영업 실적이 이미 개인 성과가 아니라 집단 성과라는 거다. 같은 회사 직원끼리 몫을 키우는 협업을 한다는 개념으로 바라봐야 하지, 개인이 영업을 더 잘 뛰어서 더 많이 끌어온다는 것이 어느 규모 이상 가능하지가 않은 구조다. 그런 만큼 공통 노동시간을 명확히 하고 이에 따른 고정급 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급여체계가 함께 개선돼야 실질적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금융관련 법과 제도가 노동시간을 결정한다

금융업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이해하는 데 있어 또 하나의 특수한 요인은, 근로기준법 외에 금융관련 법과 제도가 노동시간을 규율하게 된다는 점이다. 김경수 기획국장은 노동운동의 역사는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라고 하는데, 금융업에서는 오히려 후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증권시장은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노동시간 역시 그에 영향을 받는다
 증권시장은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노동시간 역시 그에 영향을 받는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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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이전 증권거래 시간은 4시간이었다. 외환위기 극복 등의 이유로 2000년부터 6시간까지 주식거래를 할 수 있게 됐다. 이 때, 점심휴장제도를 폐지했는데, 이렇게 되니 영업노동자들은 밥을 허겁지겁 먹게 되었다. 점심 먹던 도중에도 고객의 전화를 받고 업무를 처리해야 하거나, 밥을 먹는 중에도 계속해서 시황을 살필 수밖에 없게 됐다. 대신 2002년 토요일 거래가 중단되어, 다른 산업보다 먼저 주 5일제가 시작되었지만, 2016년부터는 증권거래 시간이 30분 추가 연장되어, 현재 하루 거래 시간이 6시간 30분에 달한다. 중국은 4시간, 일본도 5시간이다. 거래 시간을 늘려 시장을 활성화한다지만, 증권산업의 특징을 반영한 정책은 아니다."

점심 시간이 없어지면서 점검이나 지원 부서에서 활용할 수 있던 여유 시간도 없어졌다. 영업하는 노동자 이외의 노동자들도 모두 더 힘들어졌다.

"실제로 근로기준법뿐만 아니라 금융산업을 제어하는 금융관련 법과 제도에 따라서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이 이렇게 크게 영향을 받는다. 보통 증권거래량은 개장 시간과 마감 시간에 맞춰 거래가 증가하는 V자형 분포를 보인다. 사무금융노조에서는 끝나는 시간을 줄이기 어려우면 점심시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거래 시간을 줄이면서, V자형 거래량을 W자형으로 유도해보자는 주장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한창 금융시장 경기가 좋지 않아서 거래 시간을 줄이자는 주장이 힘을 받지 못 하고 있다. 증권노동자들이 편안하게 밥 먹을 권리조차 빼앗긴 것이다."

지난 간담회에서 마트 노동자들도 유통산업을 규율하는 법을 통해 대형마트가 다 함께 휴무일을 늘리는 방식으로 노동시간을 규제해야 한다고 했다. 운송 노동자들도 국토부 소관의 운송 운임과 화주의 책임 등을 둘러싼 정책이 바뀌어야 노동시간이 실제로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현장에서 노동시간 단축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각종 산업을 규율하는 법과 제도가 '노동시간 단축과 인간다운 노동'을 기치로 총체적으로 재편돼야 한다.

영업직이 아닌 금융노동자도 문제

금융업 내에 가장 많은 직종은 영업직이지만, 다른 직종은 또 다른 문제가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각 회사에서 또 하나의 중요 부서인 IT 업종은 영업이 아니라 전형적인 사무직이다. 금융업 내 IT 노동자들은 거래가 시작되기 전 시스템을 점검하기 위해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고, 정규 시장 외의 시간외시장 업무도 지원해야 하며, 장이 끝난 후에도 기본적인 운영을 위해 대기 업무가 요구되기도 한다. 월 1~2회 찾아오는 감독 보고를 위한 업무도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자금 결제를 담당하는 부서도 마찬가지다. 장이 끝나고 나서 본격적으로 업무를 해야 하는 부서이기 때문에 현재 주 52시간이 넘는 경우가 많아, 이들 부서에서는 주 52시간 제도 도입이 현실적으로 문제가 된다.

이들 노동자의 노동시간은 영업노동자와 달리 충분히 계산과 기록이 가능하지만 지금까지는 노동시간이 제대로 기록되지 않고 있다. 이 역시 금융업에서 앞으로 노동시간 관련하여 중요한 과제로 다뤄져야 한다.

현장 간담회를 마치며

지금까지 5차례에 걸쳐 제조업, 우편업, 노선버스운송업, 유통업, 금융업 현장에서, 특례제도 폐지, 주 52시간 노동시간 제한이라는 근로기준법 개정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공통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점은 지금까지 왜곡된 임금체계가 장시간 노동을 이끌어왔는데, 이 임금체계를 개선하지 않은 노동시간의 '제도적' 단축만으로는 노동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부족하다는 점이다. 단축된 노동시간에 맞는 새로운 임금 체계와 실질적인 임금 인상에 대한 논의가 전 산업에 걸쳐 필요하다.

또 하나는 근로기준법 외에 각 산업을 규율하는 법과 정책도 노동시간 단축 기조에 맞춰 정비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실질적으로 현장에 노동시간 단축이 정착될 수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노동부를 넘어선 정부 전체 차원의 접근이 긴요하다.

마지막으로, 규모에 따른 적용, 적용과 처벌 유예 등으로 여전히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인한 노동시간 단축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와 보수 언론은 노동시간 단축이 경제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현장에서 피부로 느껴지는 변화는 크지 않다. 노동시간 단축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면, 앞으로 더 많은 현장에 어떻게 이를 안착시킬 수 있을지 구체적이고 세밀한 정책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현장의 변화 추적기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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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최민 님은 노동시간센터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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