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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녹색연합에서 세 마리의 사육곰을 농장에서 구조했다. 곰들은 임시로 동물원에서 보호받지만, 아직 전국 농가에 남은 약 540마리의 곰을 생각하면 장기적으로 곰들이 남은 생을 보낼 공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활동가 두 명이 2018년 11월 17일부터 열흘 동안 동남아시아 곰 생츄어리 세 곳을 다녀왔다. 생츄어리는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동물을 구조해 죽을 때까지 편안하게 돌보는 시설이다. 현지에서 베트남, 캄보디아, 호주, 영국 등의 다국적 전문가들이 10년 이상 곰들을 돌보아 온 경험을 고스란히 보고 들으며 느낀 것들을 두 편에 나눠 소개한다. - 기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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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쓸개즙 신세 면했지만... 반달곰은 행복해질 수 있을까
  
 곰을 옮길 때 쓰는 케이지와 차량. 곰은 스스로 케이지에 들어가도록 훈련받는다.
 곰을 옮길 때 쓰는 케이지와 차량. 곰은 스스로 케이지에 들어가도록 훈련받는다.
ⓒ 최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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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농장을 감시하고 적발하는 일은 전적으로 정부가 책임진다. 경찰과 공무원이 곰 농장을 적발해 NGO에 구조 요청을 하면 규모에 맞춘 장비와 인력을 준비해 트럭을 빌려 타고 출동한다. 

곰 농장의 형태에 따라서도 필요한 장비가 달라진다. 우리를 잘라야 곰을 꺼낼 수 있는 곳도 있고, 농장주가 협조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곰이 흥분해서 다치거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가급적 농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도록 우호적으로 대한다고 한다. 화난 농장주가 곰을 다치게 하거나 죽이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수의사가 동행하여 현장에서 곰을 마취시킨 후 짧은 시간 안에 건강검진을 끝내고 차량으로 이동한다. 곰은 방사장이 딸린 베어하우스로 들어가기 전에 검역시설에서 40일가량 계류한다.

검역시설은 곰 농장에서처럼 좁은 케이지이다. 넓은 곳에 곰을 풀어버리면 마취하지 않고는 곰을 치료할 수도 없고 훈련시킬 수도 없기 때문에 반드시 이 기간을 거친다. 이곳에 머물면서 건강 상태를 충분히 확인하고 생츄어리에서 지내기 위한 훈련을 시작한다. 오랫동안 잘못된 먹이를 먹고 지낸 곰들이 가장 먼저 하는 훈련은 과일과 채소 등에 적응하는 연습이다.

사람의 손길에 익숙해지는 훈련과 전기울타리가 어떤 것인지 약한 전기로 알려주는 훈련도 한다. 곰들은 맛있는 음식이 나올 때마다 들리는 종소리에 반응하면서 방사장에 들고 나는 신호를 서서히 인식하게 된다.

방사장 넓이의 기준은 최소 곰 한 마리당 100㎡다. 그러나 대부분의 방사장은 그보다 훨씬 넓었다. 더 많은 곰을 한 울타리에 넣을 수 있다면, 곰들이 혼자 쓰는 것보다 더 넓은 영역에서 지낼 수 있으므로 합사는 반드시 필요하다. 야생에서 홀로 생활하는 동물이라도 사육 환경에서는 군집사육이 적절한 자극이 될 수 있다.

생츄어리의 곰들은 어떻게 살까

방사장이 딸린 베어하우스로 옮긴 곰들은 기존에 있던 곰들과 합사훈련을 하게 된다. 보통 2~3주 동안 매일 천천히 서로 인사할 기회를 준다. 혼자 좁은 곳에 갇혀 지내던 곰들은 '곰의 언어'를 배운 적이 없어서 서로의 행동을 오해해 위험한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다고 한다.

배고픔과 번식 욕구는 공격성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들이기 때문에 배고픔을 덜 느끼고 번식기가 아닌 계절에만 합사를 진행한다. 합사는 경험 많은 행동학자들이 짠 상세한 계획과 세밀한 감독 아래 이루어진다. 한 번 싸워서 사이가 틀어지면 그 둘은 앞으로도 앙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친구가 되고 나면 곰들은 둘씩 짝을 지어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성별은 무관하다고 한다.

모든 생츄어리의 일과는 전기울타리를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동물의 탈출을 막는 일은 곰과 사람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우리가 방문한 세 곳 모두 곰이 탈출하는 사고는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다고 했다. 프리 더 베어스에는 곰 7마리당 1명의 직원이 필요하다는 대략의 기준이 있었다. 가장 직원이 많은 곳은 탐 다오 생츄어리로, 50여 명의 직원이 180여 마리나 되는 곰들의 얼굴과 이름을 하나하나 알고 있었다.

곰들도 사육사를 구분한다. 사육사들은 매일 네 시간씩 조용히 앉아서 곰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기록한다. 얼마나 배고파하고 얼마나 먹는지, 서로 관계는 어떤지, 정형행동은 얼마나 남았는지 등을 기록하는 일은 개체 관리의 핵심이다. 신체건강을 확인할 뿐 아니라 신체건강에 영향을 주는 정신건강까지 곰들의 행동을 지켜보며 매일 확인하는 것이다.
  
먹이는 대부분 과일과 채소로 이루어진다. 영양학을 전공한 수의사의 조언에 따라 음식의 종류와 양을 계속 조절한다. 물론 체중을 매달 측정해서 그래프를 그리고 활동량과 계절도 감안한다. 질병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육류는 완전히 배제하고 개 사료와 콩을 단백질원으로 준다.

계절에 따라 과채류의 가격이 변하는 것도 먹이를 고를 때 감안한다. 먹이 담당자가 매일 아침마다 시장에 가서 트럭으로 음식을 실어 오는데, 지역 경제를 돕는 역할을 할 정도로 곰들이 잘 먹어치운다. 오랫동안 잘못된 먹이를 먹은 탓에 고혈압을 앓는 경우도 많아 매일 약을 먹는 곰이 여럿이었다.
 
 곰들이 하루에 먹는 채소와 과일.매일 아침 시장에서 사온다.
 곰들이 하루에 먹는 채소와 과일.매일 아침 시장에서 사온다.
ⓒ 최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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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을 가두어 기를 때는 지루하지 않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야생동물에게 지루함은 큰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에 행동풍부화와 긍정강화훈련을 매일 진행한다. 행동풍부화 프로그램은 지루함을 방지하기 위해 곰들에게 항상 할 일을 만들어준다. 대나무통, 구멍 뚫린 공, 커피 자루, 소방 호스로 만든 주머니, 돌 무더기 등에 다양한 종류의 간식을 넣어 스스로 빼먹게 하는 것이다.

지루함은 동물 건강에 치명적이라는 점이 자주 강조되었다. 긍정강화훈련은 곰들에게 정신적인 자극도 주면서 관리도 수월하게 만든다. 개나 다른 동물을 훈련할 때 자주 쓰는 클리커 훈련(딸깍 소리나는 클리커란 도구를 이용한 훈련법)을 일상적으로 하고, 이동케이지에 곰이 스스로 들어가는 것을 즐기게 하는 등의 훈련이다.

평소에 긍정강화훈련을 충분히 해두면 건강검진이나 이동 때문에 곰을 통제해야 할 때 곰도 사람도 스트레스받지 않고 간단한 신호만으로 둘 사이의 신뢰를 유지할 수 있다. 마취하고 묶고 씨름할 일을 최소화할 수 있다.

생츄어리를 운영하는 NGO들은 지역민과 정부를 상대로 활발한 캠페인을 펼친다. 멸종위기 야생동물이나 동물복지에 대한 감각이 비교적 둔한 사람들을 상대로 한 캠페인은 빠른 시간 안에 성공을 거두고 있다. 한국인이나 중국인 관광객의 쓸개즙 수요가 있는데도 곰 농장의 규모가 대폭 줄어든 것은 눈에 띄는 성과이다.

베트남의 환경단체 ENV(Education for Nature Vietnam)의 2004년 설문조사에서는 곰 쓸개즙 이용에 찬성하는 사람이 7대 3으로 많았으나 2014년에 같은 질문을 했을 때는 결과가 3대 7로 역전되었다고 한다. 아직 인류에게 발견되지도 않은 야생동물종이 동남아시아의 밀림에 산다는 것을 생각하면 밀렵과 서식지 파괴, 불법사육을 막는 것은 촌각을 다투는 과제이다.

한편 사람의 복지도 열악한 나라에서 동물의 복지를 주장하는 일은 늘 반박에 부닥친다. 사람을 위해 사용해야 할 국가 예산을 동물과 나누어 쓴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사회의 어둡고 낮은 부문에 예산을 분배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미래에 투자하는 것과 깊이 관련되는 일이다. 사람과 동물의 복지가 상충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공유할 수 있어서 반가웠다.

사람들은 동물이 고통받는 모습을 보고 공감한다. 그리고 다수의 산업사회에서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는 설령 그것이 인간에게 일시적인 이득(혹은 이윤)을 주더라도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고 간주된다. 국가의 경제 상황이나 사회가 약자를 배려하는 정도에 따라 동물복지에 관한 제도의 수준도 달라진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동물보호법이나 야생동식물법 등은 국가의 규모나 경제 수준에 비해 후진적이다. 베트남과 캄보디아의 경제적 능력으로도 곰 농장을 불법화하고 국가가 야생동물을 압수할 수 있다는 점은 부유한 한국 사회가 얼마나 성의 없이 동물을 대하는지 반증한다. 외국 활동가들에게 한국에서는 곰 농장이 아직도 합법이라는 사실을 말할 때마다 참담하다.
 
 곰이 플라스틱 공 안에 든 먹이를 어렵사리 빼먹고 있다. 야생동물을 가두어 기를 때,지 루하지 않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야생동물에게 지루함은 큰 스트레스가 된다
 곰이 플라스틱 공 안에 든 먹이를 어렵사리 빼먹고 있다. 야생동물을 가두어 기를 때,지 루하지 않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야생동물에게 지루함은 큰 스트레스가 된다
ⓒ 최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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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은 동물복지를 충족시키는 사육이 어려운 동물이다. 밥 주고 똥 치우는 것만으로 기를 수 있는 동물은 세상에 없지만, 특히 곰처럼 복잡한 사고를 하는 종은 개체마다 서로 다른 취향까지 면밀히 파악해서 맞춰주어야 한다. 그 취향은 건강, 나이, 성별과 관련되었을 수도 있고 여러 해 동안 쌓인 경험으로 생긴 것일 수도 있다.

예컨대 남자 사람을 싫어하는 곰이 생츄어리에 들어왔을 때 남자 사육사가 대뜸 다가서는 것은 이 곰에게 '이곳은 지옥이야' 같은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길 수 있다. 어린아이를 대하듯이 천천히 다가가고 조심스럽게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을 물어야 한다. 이미 많은 사육곰들이 아물기 어려운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더 큰 고통에 빠뜨리는 일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이들의 정신건강도 문제지만 지금 곰 농장에서는 정신적 고통은커녕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먹이와 식수조차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 당국의 감시가 매우 허술하므로 초음파를 통해 쓸개즙을 빼서 팔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법과 제도가 이 끔찍한 상황을 중단시킬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법은 허술하고 행정은 게으르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정부와 시민사회가 의지만 있다면 함께 해결할 수 있는,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이다.

베트남과 캄보디아의 생츄어리 모두 차단 방역에 최선을 다한다. 곰과 사람이 얼마나 많은 질병을 공유하는지 아직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동남아 곰 생츄어리에서 30마리 이상의 곰이 사람에게서 옮은 결핵으로 죽었다.

우리가 갔을 때도 결핵 판정을 받은 곰 한 마리를 안락사해야 했다. 치료가 불가능하고 다른 개체를 전염시키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OECD에서 결핵 발생률이 가장 높은 나라이고 보건 당국도 결핵 퇴치에 심혈을 기울인다. 그러나 사육곰들이나 곰 농장주들의 결핵 감염 여부는 알려진 바 없다.

구제역은 발굽이 갈라진 동물(우제류)만 감염된다고 잘못 알려졌지만 사람도 감염되고 곰도 감염되는 인수공통전염병이다. 우리가 방문한 생츄어리 세 곳 모두에서 구제역이 발생했고 다행히 치료되었다.

구제역은 사람도 곰도 죽는 질병은 아니지만 전파되는 속도가 빠르고 우제류에게 다시 옮길 가능성이 있어서 축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위험한 질병이다. 한국에서는 2010년에 구제역이 일어나 347만 마리의 가축을 살처분했고, 그 이후 매년 나타나는 구제역이 어디서 유래하는지를 알아내느라 애를 먹고 있다. 어쩌면 곰 농장이 하나의 방역 구멍으로 역할을 하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조류독감 역시 가금으로부터 시작되어 사람에게 전파됐던 것처럼 곰에게도 번져 여러 마리가 죽었다고 한다. 곰이 보유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열악한 농장 환경에서 어떻게 변이되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신종플루라는 말랑한 이름으로 알려진 바이러스의 원래 이름은 돼지농장에서 변이되어 사람을 감염시켰기 때문에 '돼지독감'이었다. 돼지고기 소비가 떨어질 것을 걱정해 돼지독감이라는 이름에서 여러 차례 바뀌었다. 조류독감이 'AI'라는 정체불명 표기로 바뀐 것처럼 말이다.

아픈 곰, 죽은 곰... 그냥 넘겨선 안 된다

인수공통전염병의 잠재력을 가진 야생동물을 아무런 방역 관리도 없이 농가에 내맡기는 것은 공중보건학적으로 매우 위험하다. 지금 농장에서 '자연사'했다는 곰들이 어떤 질병으로 죽었는지, 어떤 경로로 감염되었는지에 대한 아무런 보고도 없다. 특히 100마리 이상의 대규모 곰농장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감염병이 나타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반드시 관리영역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그 밖에도 곰은 파보 바이러스 설사증이나 홍역처럼 육식동물에 흔한 전염병에 취약하다. 한국의 시골에서 동물병원을 했을 때, 파보와 홍역은 개를 죽이는 가장 치사율 높은 전염병들이었다. 추정컨대 설사와 구토, 호흡기 증상으로 죽은 한국 사육곰들은 개나 너구리에게서 이런 질병들이 옮았을 수 있다. 이것은 야생동물이냐, 가축이냐에 무관하게 동물의 질병을 다루는 기관이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이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은 동물이 고통스러워하는 상황에 반대한다. 특별히 동물에 애정이 없는 사람이라도 곰을 좁은 철창에 가두어 살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곰 쓸개를 먹어야 하니 어쩔 수 없다는 주장은 상식적인 사람들에게 이해받기 어렵다. 이것이 한국 대중의 상식이다. 얼마나 많이 알려지느냐의 문제가 남았지만, 사육곰의 실태를 알게 된 사람들은 애초에 잘못 끼워진 단추를 풀기 바란다. 곰들이 고통스러워한다는 것이 명백하고, 사람들은 이 사회에서 끔찍한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긍정강화훈련. 곰에게 정신적 자극을 주는 동시에 적절한 통제도 가능하게 한다.
 긍정강화훈련. 곰에게 정신적 자극을 주는 동시에 적절한 통제도 가능하게 한다.
ⓒ 최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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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대하는 국가의 태도는 여전히 세계에서 그 나라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당장 사람이 먹고살기 힘든 나라에서는 굶어죽지 않으려고 야생동물을 잡아먹기도 하고, 당연히 가축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지 못하기도 한다. 급작스런 경제 성장과 전통의학 왜곡화가 겹친 중국에서는 당나귀 가죽이 약재로 유행하면서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당나귀의 씨를 말렸다.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미국의 사냥꾼들은 합법과 불법의 선을 넘나들며 멸종위기 동물을 취미 삼아 죽인다. 한국에는 아직 고래고기를 먹는 사람도 있고 동시에 과학연구를 빙자해 상업포경을 하는 일본을 비난하는 여론도 존재한다. 동물에 대한 무지와 미신을 과학으로 반박할 수 있는 국가가 되어야 국제 사회에서도 상식적인 대화 상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과 동남아시아의 사육곰이 처한 가장 다른 조건은 곰 농장의 법적 지위이다. 한국에서는 농장이 합법이기 때문에 곰을 압수할 수 없다. 오히려 법적인 한계를 우리 정부가 핑계로 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든다.

심지어 농가에서 전수 매입을 주장할 때도 환경부는 '사유 재산의 문제'로 일축했다. 어떤 이는 모든 문제의 해결을 정부에만 요구하면 어떻게 그 일들을 다 해내겠느냐고 묻는다. 그러나 인간뿐 아니라 비인간 동물의 복지에도 최소한의 안전망을 제시하고 제도화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이미 캄보디아와 베트남 정부는 최선은 못 하더라도 그들이 해야 할 일임을 인식하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답답한 상황에서도 우리가 본격적으로 사육곰 문제에 뛰어들 수 있었던 이유는 사람들의 인식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곰 쓸개를 빼 먹는 행위는 어느새 우리 사회에서 야만적이고 무식한 것이 되었다.

좁은 곳에 갇힌 곰들의 정형행동(아무 목적 없이 지속·반복되는 단순행동, 동물의 경우 스트레스가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 편집자 주)이 지독한 고통에서 나온다는 것을 사람들은 안다. 그렇다면 이제 시대에 발맞추어 곰을 그곳에서 꺼낼 차례다. 사람과 곰을 포함한 공공의 안녕을 위해서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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