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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동네 목욕탕. 골목 안쪽에 있으면서 외관상 별 특징이 없어 목욕탕인 줄 모르고 그냥 지나치기 쉽다.
 우리 동네 목욕탕. 골목 안쪽에 있으면서 외관상 별 특징이 없어 목욕탕인 줄 모르고 그냥 지나치기 쉽다.
ⓒ 김경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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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업한 지 130년 됐다는 목욕탕 노렌. 확인할 길은 없지만 도쿄 곳곳에는 이런 목욕탕이 셀 수 없이 많다.
 신발장이 보이는 목욕탕 입구.
ⓒ 김경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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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에게 일본의 목욕탕 하면 어떤 호기심이 있을 것이다. 동네마다 1백여 년이 넘는 오래된 목욕탕(錢湯.센토)이 있다는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일본 특유의 '혼욕문화'가 있다는 것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과거에는 그랬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여기서 만난 몇몇 일본인들 역시 자기도 혼탕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아직까지 가본 적이 없고, 있다면 한번 가보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혼욕 문화는 일본인들조차 경험해보기 쉽지 않게 된 듯하다.
 
그러나 혼욕 문화는 논외로 치더라도 한국과는 너무나도 다른 일본의 목욕문화에 대한 관심은 식지 않은 듯하다. 포털 사이트나 유튜브에는 수 없이 많은 '일본 목욕' 관련 포스팅들이 올려져 있다. 특히, 일본 목욕탕에서 주의할 점으로 꼽혀지는 것은 '수건을 안 주니 집에서 가져갈 것', '수건으로 앞을 가리고 들어갈 것', '문신이 있으면 못 들어간다', '청소하는 아줌마가 남탕에도 들어오니 놀라지 말라' 등이 가장 많은 것 같다.
 
그간 경험한 바로는 그 중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것 같다. 

일본인들은 수건으로 앞을 가리고 들어간다고?
 
 특별할 거 없는 우리 동네 목욕탕 내부.
 특별할 거 없는 일본 동네 목욕탕 내부.
ⓒ 김경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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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도쿄의 이리야라는 동네 주변에도 일본의 어느 동네와 마찬가지로 목욕탕이 많다. 규모가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는가 하면, 오래된 것도 있고 새로 지은 것도 있다.
 
집에도 욕실이 있기 때문에 처음엔 그다지 굳이 동네 목욕탕까지 다니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호기심에 인터넷을 검색해 가장 가까운 목욕탕을 찾아봤다.
 
골목 안쪽이라서 지나치기 쉽지만 집에서 불과 100여 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목욕탕이 있었다.
 
일본 목욕탕은 수건을 주지 않는다는 얘길 들었기에 집에서 수건, 그리고 혹시 몰라 비누까지 준비해 갔다.
 
잔뜩 긴장하고 신발장에 신발을 넣은 다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아담한 응접실이 나오고 왼쪽에 카운터가 있었다. 못 잡아도 90살은 더 돼 보이는 할아버지가 카운터에 앉아 돈을 받고, 카운터 양 옆에 각각 남탕과 여탕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었다.
 
요금 460엔(약 4600원. 사우나를 이용하면 40엔이 추가된다)을 내고 남탕으로 들어가자 우리나라 목욕탕과 똑같이 옷장이 있는 탈의실이다. 100엔 넣으면 돌아가는 자동안마기도 한대 있지만 한자로 '고장'이라고 써붙여 있었다. 특이한 건 옷장 위에 수북히 쌓인 목욕 바구니들. 한국과는 달리 수건, 면도기, 비누 등을 모두 돈을 내고 구입해야하니까 다들 저렇게 자신의 바구니를 가져다놓고 이용하는 것 같았다. 달리 말하면 그만큼 동네 단골 손님들이 많다는 얘기도 되겠다.
 
옷을 벗어 옷장에 넣고 이제 욕탕에 들어갈 차례다. 일본 남자들은 욕탕에서 '쩨쩨하게' 수건으로 앞을 가리고 들어간다고 수없이 들었기 때문에 나도 애써 수건을 꺼내 조심스럽고 어색하게 앞을 가리고 들어갔다. 어차피 일본 사람들 앞에 벌거벗은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도 부담스러운데 차라리 잘 됐다 싶다. 다행히 낮시간이라서 그런지 사람도 1-2명밖에 없다.
 
샤워물로 몸을 대충 씻고 온탕에 들어갔다. 역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는 기분은 참 좋다. 일본 사람들처럼 수건을 사각으로 접어 머리에 올려놨다가 우리나라 찜질방에서처럼 양머리 스타일로 만들어봤다가 장난을 치다보니 스트레스가 싹 날아가는 것 같다.
 
이제 편하게 남들의 모습을 지켜볼 차례. 그런데 이게 웬걸. 다들 앞을 가리기는커녕 훤히 열고 들어오는 거 아닌가. 내 뒤에 한 7-8명의 손님이 들어왔던 것 같은데 누구도 수건으로 앞을 가리는 사람은 없었다. 갑자기 손해 본 듯한 이 기분은 뭐지.
 
그 며칠 뒤에는 등 전체를 관세음보살로 문신을 한 할아버지도 봤다. 일본에서 문신을 하면 야쿠자로 생각해서 입장을 거부한다던 말도 정답은 아닌 건가.
 
아마도 동네에서 오래 산 토박이들이라 다들 아는 사이라서 앞을 가릴 것도 없고, 문신을 했어도 이해하는 거 아닐까 싶다. 아닌게 아니라 돈 받는 할아버지나 손님들끼리 아는 체 하는 모습을 보니 한 두 해 알고 지내는 사이들이 아닌 것 같다.

아줌마가 남탕에 들어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일본의 동네 목욕탕 '센토'의 욕실 내부 모습. 그리 높지 않은 벽을 두고 남탕과 여탕이 갈라져있다.
 일본의 동네 목욕탕 "센토"의 욕실 내부 모습. 그리 높지 않은 벽을 두고 남탕과 여탕이 갈라져있다.
ⓒ 일본센토조합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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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지난 달에는 일본인 친구와 함께 후지산이 잘 보인다는 야마나시현의 미츠토게산(1764m)을 올랐다 내려오는 길에 괜찮아 보이는 온천에 들어가봤다. 새로 지은 듯 깨끗한 시설에 입장료도 오히려 우리 동네 목욕탕보다 싼 300엔밖에 안했다.
 
근데 여기 들어오는 사람들은 다 수건으로 앞을 가리고 들어오네. 모르는 사람들끼리라 낯을 가리나보다. 그래봤자 조금만 각도를 틀면 다 보이는 것을.
 
급기야 말로만 들었던 청소하는 아줌마가 나타났다. 모자를 쓴 머리부터 장화를 신은 발끝까지 하얗게 청소원 유니폼을 입은 30대 여성이 빗자루를 들고 남탕에 들어온 것이다. 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욕탕 이곳저곳 벌거벗은 남자들 사이를 거침없이 휘저으며 다닌다. 마치 화장실에서 소변기에 서있는 남자들 다리 사이를 종횡무진 누비며 걸레질하던 한국 아줌마들처럼.
 
들어올 땐 그나마 수건으로 가리던 남자들 역시 이젠 아예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채 아줌마 앞뒤로 보란 듯 걸어다닌다. 마치 아줌마는 투명인간이란 듯. 물론 아줌마 역시 태연자약하게 자기 할 일만 한다.
 
아줌마가 들어오면서 시작됐던 긴장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 곧 풀어져버린다. 그리고 내 할 일을 계속 한다. 역시 문화 차이 극복은 익숙함과의 싸움이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한국언론진흥재단 후원으로 도쿄 게이오대학에서 1년간 방문연구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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