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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승태 대법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퇴임식을 마치고 청사를 떠나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퇴임식을 마치고 청사를 떠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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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전직 대법관이 구속 위기에 놓인 가운데 양승태 대법원이 일제 전범기업을 대리한 법무법인 김앤장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사실이 드러났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변호사와 직접 독대했다는 의혹도 불거지면서 사법농단 의혹 '정점'인 양 전 대법원장의 조사 필요성도 높아졌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3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전직 대법관을 상대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건 대한민국 헌정사 초유의 일이다.

수사팀은 두 대법관이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윗선이라고 봤다. 검찰 관계자는 "임 전 차장의 상급자로 (그 이상의) 엄정한 책임을 묻는 게 반드시 필요했다"라고 설명했다(관련 기사: 전직 대법관들도... 검찰, 박병대·고영한 구속영장 청구).

김앤장 의견서 첨삭까지 도와준 대법원

두 전직 대법관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양승태 대법원과 김앤장과의 밀접한 관계도 포함됐다. 양승태 대법원이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소송서류를 다듬어주는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의 대상인 전범기업을 적극 도와준 정황이다. 검찰은 지난달 12일 김앤장을 압수수색하면서 해당 사실관계를 파악했다.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2015년 5월 임 전 차장은 김앤장 소속 한상호 변호사를 직접 만나 대법원에 제출할 의견서에 관한 지침을 줬다. 당시 김앤장은 일제 강제징용 민사 소송의 피고 신일철주금을 대리하고 있었다.

임 전 차장은 김앤장 측이 '외교부 의견서 제출 요청서'라는 소송서류를 만들어오자, 요청서 대신 '촉구서'라고 첨삭해주며 그 내용에 개정된 대법원 민사소송지침을 넣으라고 제안하는 등 적극적으로 설명해줬다.

대법원은 2015년 초, 민사소송규칙을 개정해 관계기관이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 김앤장은 '외교부 의견서 제출 촉구서'를 2016년 10월 6일 대법원에 제출했고, 외교부는 이에 맞춰 한 달 뒤 전범기업에 유리한 의견서를 냈다.

이 과정은 임 전 차장의 공소장에 들어가 있는 박근혜 정부와 양승태 대법원의 시나리오에 해당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협의를 앞두고 피해자 승소 판결을 꺼렸고,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외교부 등은 양승태 대법원과 접촉했다. 이에 따라 법원행정처는 ▲ 전범기업 측이 의견서를 제출하면 외교부에 전달하고 ▲ 외교부가 대법원에 외국 사례 등을 이유로 배상문제 처리 등 문제를 제기하면 ▲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회부할 계획이었다.

양승태, 김앤장 변호사와 세 번 이상 만남 가져

한상호 변호사와 친분이 깊은 양 전 대법원장도 직접 나섰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4~2015년 자신의 집무실과 음식점 등에서 한 변호사와 일제 강제징용 재판과 관련해 3차례 이상 만났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한 변호사에게 청와대 측 입장을 전달하고, 전원합의체 회부 방식, 외교부 의견서 제출 절차 등을 한 변호사와 함께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한 변호사가 임 전 차장과 실무를 논의하고, 다시 양 전 대법원장을 만나 최종 컨펌을 받는 방식이다. 검찰은 한 변호사의 진술 등으로 이 과정에서 양 전 대법원장과 한 변호사의 독대가 있었다고 파악했다.

한편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이 장관 취임 전부터 일본 전범기업과 일제 강제징용 재판 관련 논의를 한 내용도 박병대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포함됐다. 여기에 따르면, 윤 전 장관은 2013년 1월 미쓰비시 중공업의 고문인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일본 대사를 만나 일본 전범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과 한일 관계에 관해 논의했다.

이후 윤 전 장관은 2013~2014년 김기춘 전 실장이 서울 삼청동 공관에서 진행한 '비밀회동'에 참석해 박 전 대법관,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 등과 일제 강제징용 소송 지연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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