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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회째인 충남학생문학상은 5명의 멘토 교사들이 학생들을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지도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충남학생문학상의 심사위원이기도 한 5명의 멘토 교사들이 충남전역의 학생들과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실시간으로 조언을 주고받으며 작품을 완성한다. 멘토 교사 중 하나인 이정록 시인은 "아이들의 작품을 읽다보면 그들이 지닌 깊은 슬픔과 고민을 마주할 때가 있다"며 "어른으로서 선배로서 어깨동무가 되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충남학생문학상이 지닌 진정한 의미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 기자말
       
제 2회 충남학생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서산 해미중학교 3학년 김창아 학생
 제 2회 충남학생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서산 해미중학교 3학년 김창아 학생
ⓒ 장삼순 충남교육청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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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7일 충남 내포신도시에 있는 충남 연구정보원에서 제2회 충남학생문학상 시상식이 진행됐다. 입상한 40여 명의 학생들은 모두 각기 다른 개성과 끼로 수상 소감을 전했다.

공주 봉황중학교 1학년 오태식 학생은 <토토의 꿈, 엄마 사랑해요>라는 글로 산문부문 은상을 받았다. 오 학생은 "선생님이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고 조언하셨는데, 첫술부터 이렇게 큰 상을 받으니 벌써부터 배가 부르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라고 말해 수상자들과 참석자들을 한바탕 웃게 만들었다.

물론, 시 <상실희망>으로 대상을 차지한 김창아 학생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김창아 학생은 충남 서산시에 있는 해미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다. 김창아 학생은 "백일장에는 주로 소설이나 산문으로 응시했다"며 "시로 응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김창아 학생의 시는 중학생의 시라고 보기에는 다소 웃자란 느낌도 든다. 그가 시에 사용한 관념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어휘가 예사롭지 않아서다. 하지만 이 또한 편견일 수 있다. '중학생은 어리다'는 생각 자체가 고정 관점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정록 시인은 김창아 학생에게 교과서에 실린 시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의외의 답이 돌아 왔다. 김창아 학생은 "국어 시간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틀에 박힌 답을 요구하고 그것을 외우는 것도, 시험 같은 체계도 좋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시를 얼마나 난도질 했으면 학생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겠는가"라며 안타까워했다.

김창아 학생은 서른 다섯 무렵에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상상해 보았는가라는 질문에도 "어떤 직업을 갖게 될 것인지는 아직 생각해 보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어떤 일을 하게 되더라도 결국에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창아 학생은 '천생 글쟁이'로 보인다. 시상식이 모두 끝나고 김창아 학생을 만나 봤다. 김창아 학생은 모든 질문에 거침없고 군더더기 없이 답변했다.
      
멘토를 맡았던 이정록 시인이 마이크를 잡고 있다.
 멘토를 맡았던 이정록 시인이 마이크를 잡고 있다.
ⓒ 장삼순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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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학생문학상에 응모한 계기가 무엇인가.
"충남학생문학상이 있는 것을 몰랐다. 선생님들은 내가 글 쓰는 일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고 계셨다. 담임 선생님과 국어선생님이 충남학생문학상에 응모해 보라고 추천해 주셨다. 하지만 응모 기간이 끝날 무렵이라서 소설을 쓰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시로 응모를 하게 되었다."

- 시에 대해서는 언제부터 관심을 갖기 시작했나.
"시를 좋아한 것은 초등학교 때 부터였다. 시를 많이 읽다 보니 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은 늘 있었다. 이번에 입상한 <상실희망>은 태어나 처음 썼던 시다. 맨 처음 썼던 시여서 그런지 내 감정과 열정을 이 시에 모두 쏟아 붙고 싶었다. 나의 첫 작품이자 초심이기도 한 이 시를 약간 수정해서 문학상에 내보냈다."

- 시를 쓴다고 했을 때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
"부모님은 내가 글쓰기와 관련된 진로를 선택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시지 않는다. 부모님은 내가 글 쓰는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신다. 처음 시를 쓴다고 했을 때도 미더워하시지 않았다. (대상을 수상 했으니) 당분간은 믿어 주실 것 같다."

"시는 나를 희망적인 사람으로 만드는 수단"

 - 김창아에게 시란 무엇인가.
"시는 나를 희망적인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수단 같은 것이다. 평소에도 감정에 민감한 편이다. 깊은 감정을 많이 느낀다. 이럴 때 감정에 휩싸이지 않고 글로서 내 감정을 서툴게라도 표현하면 점점 감정에서 벗어나게 된다."

- 국어 시간을 싫어한다고 했을 때 좀 놀랐다. 그 이유를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 줄 수 있나.
"국어시간에 배우는 시들은 전부 목적이 있다. 시는 답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몫이다. 단일하고 일관된 해석을 요구하고 그것을 암기하도록 하는 게 싫었다. 국어 시간에 배우는 시는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여지를 완전히 차단하고 오직 시험만을 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시 <상실희망>으로 대상을 받았고, 시에서 '사는 것이 실수가 되기는 싫었다'고 표현했다. 다소 철학적인 표현으로 보이는데, 이런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된 것인가.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 왔던 감정이나 생각들을 시로 표현했다. 감정을 되새겨 보고 깊이 생각하다 보면 그런 표현이 떠오른다. 시를 쓰면서 감정을 복기하고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 한다. 평소에도 얕은 감정 보다는 슬프거나 깊게 우울하거나하는 등의 감정이 생길 때가 있다. 그런 감정을 복기하면서 시를 쓴다."

- 멘토 교사들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글을 올렸을 때 멘토 교사들에게는 어떤 조언을 받았나.
"충남학생문학상 응모가 마감될 무렵이라서 딱 한 차례 멘토를 받았다. 학생이 쓴 시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추상적이고 관념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내가 보기에도 내 시는 구체적인 사물없이 감정에 호소한 측면이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기존의 시를 약간 더 다듬어 출품 할 수밖에 없었다."

- 고등학교를 꽤 먼 곳으로 진학할 예정이라고 들었다.
"아버지는 직업군인이다. 해미에 있는 공군 기지에 근무하신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한민고등학교에 진학할 생각이다. 군 자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학교이다. 글쓰기에 전념하기 위해 한민고에 가고 싶은 것은 아니다. 이 지역에서 벗어나서 좀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지금 보다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싶다."

-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
"문예 창작학과에 진학해 작가가 되고 싶다. 시를 쓴 기간이 오래되지 않아서인지 그동안 편협한 시를 썼던 것 같다. 앞으로는 감정에 치중한 시 뿐 아니라 일상의 구체적인 사물을 소재로도 시를 써보고 싶다."

- 이번에 충남문학상에 입상을 한 다른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없나
"입상자들 중에는 글을 쓰는 것이 꿈인 친구들이 많다. 그 꿈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먼 훗날에도 같은 세계, 같은 공간에서 글을 쓰는 사람으로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상실희망>
                   해미중학교 3학년 김창아

사는 것이 실수가 되기는 싫었다
실수로 죽는 것 보다
실수로 사는 것이 싫었다

빛은 말한다
절멸하는 방식으로
깜빡깜빡

끌어안을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위태롭고 부드러운
빛일지라도

끌어 안아 덜 추운 것보다는
덜 외로운 것이 좋겠다
덜 슬픈 것이

비밀스레 몰락을 꿈꾸던
파멸을 노래하던 우리의 오랜 시절
세기를 가로질러 숨죽이는 희망

빛이 울먹울먹
절망의 색채로 물들어 갈 때
최후의 소란을 일으키겠지만

그러나 가장 고요한 시간이란
와르르 무너지는 시간

아침에 빛을 상실했다는 것
어둠의 시대가 도래한 아침
사는 것이 실수가 되기는 싫었다

 

덧붙이는 글 | 충남교육청에서 발행하는 <충남교육> 148호에도 실린 내용입니다.


태그:#김창아 , #충남학생문학상 , #이정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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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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