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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200쪽 내외로 한 가지 사실을 설명하거나 요령을 알려주는 책이 많이 나온다. 바짝 긴장하고 읽으면 두 시간이 채 안 걸려 독파할 수 있으므로, 책 내용을 체계적으로 한달음에 파악할 수 있어 좋다. 또한, 책 한 권을 비교적 단시간에, 수월하게 읽는 경험은 독서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는 데에도 좋다.

책 <뻔뻔하게 말해도 호감을 얻는 대화법>의 저자는 22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다가 '꿈 코치'라는 직업을 선택하여 독립한 사람이다. 그는 말버릇을 고침으로써 어떤 대화에서라도 상대에게 호감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그 방법은 간단하다. 즐거운 기분으로 말을 걸면 된다. 대화로 전해지는 인상은 말할 때의 기분과 말하는 내용의 곱으로 정해진다고 저자는 정의한다. 말의 내용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한 책은 많이 나와 있다. 따라서 저자가 집중적으로 코치하는 부분은 바로 기분에 관한 것이다.

 
<뻔뻔하게 말해도 호감을 얻는 대화법> 표지
 <뻔뻔하게 말해도 호감을 얻는 대화법>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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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달력 = 기분X말

저자는 어떤 기분으로 말을 할 것인지를 정하고 대화에 돌입하라고 조언한다. 여기에 3초를 할당하라는 것이다. 대화가 끝나고 나서 어떤 기분을 느끼고 싶은가를 자신에게 묻는다. 잘 모르겠다면 그냥 즐거운 기분을 정하라고 한다. 그런데 대화가 끝나고 즐겁지 않은 기분을 느끼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행복한 기분? 그것이 즐거운 기분과 많이 다른 것인가? 그 차이를 마음속에 그려낼 수 있을까? 그냥 즐거운 기분을 목표로 하고 대화를 준비하자.

기분은 어떻게든 바깥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는데, 대개 표정과 동작으로 나타난다. 억지로라도 웃으면 뇌파가 변한다는 실험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표정과 동작, 그리고 기분이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은 쌍방향적이다. 따라서 즐거운 기분으로 대화의 분위기를 세팅하려면 그에 걸맞은 표정과 동작이 필요하다. 저자는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표정에 1장, 동작에 1장을 할애하고 있다. 이 두 가지에 관한 내용이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다.

즐거운 기분을 위한 표정이라면 대답은 나와 있다. 바로 웃는 표정이다. 웃는 표정을 만들고 습관화하기 위해, 저자는 자기 표정을 늘 관찰하고, 원하는 표정을 짓는 연습을 매일 하라고 충고한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보면서 연습하라는 것이다. 놀람, 혐오, 분노의 표정을 왜 연습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기쁨의 표정은 매일 연습해도 좋을 것이다.
기쁨의 표정을 생각해낸다. 그때의 얼굴을 만들어 본다. 스마트폰이나 카메라로 셀카를 찍는다. 찍은 사진을 살펴본다. 사진을 보며 똑같은 얼굴을 해보고 그때의 표정근 감각을 느낀다. (86쪽)

하루에 한두 차례 표정 연습을 하기도 쉽지는 않겠지만, 그것만으로 표정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표정 연습도 중요하지만, '내가 지금 어떤 표정인가'를 늘 자각하려는 자세가 더 중요해 보인다. 우리는 남의 안색을 살피면서 정작 자신의 표정이 어떻게 비칠지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사니까 말이다.


잘하는 언어는 바디랭귀지

미국의 유명 여배우 메이 웨스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두 개의 언어를 합니다. 영어, 그리고 바디랭귀지."

바디랭귀지의 기본은 자세다. 늘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습관을 들이면, 건강도 좋아지고 자신감도 생긴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서 있는 자세에 맞는 몸을 진화시켜 왔는데, 현대인은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앉은 자세로 보낸다. 앉아 있을 때 바른 자세란, '상체가 자유롭고 어떤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는' 자세다. 

저자는 가장 안 좋은 자세의 하나로 팔꿈치로 괴는 자세를 예시한다. 이것은 몸을 팔꿈치로 지탱한다는 의미이므로, 상체가 자유롭지도 않고 외부 충격에 대응도 되지 않는다. 앉아 있을 때 바른 자세란 서 있을 때처럼 허리를 안으로 넣어야 하는데, 팔꿈치로 괸 자세에서는 허리가 새우등처럼 둥글게 말리게 된다. 이는 허리 건강에도 좋지 않다.

물론 바른 자세를 언제나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상대방에게 유독 나쁜 인상을 줄 수 있는 자세를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저자는 세 가지 나쁜 자세로 상대방에게서 자꾸 멀어지려 하는 것, 눈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것, 그리고 잔뜩 긴장한 자세를 든다.

저자는 일본인들이 상대의 눈을 빤히 쳐다보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고 지적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래서 상대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는 대신, 눈과 눈 사이 지점이나 콧날을 쳐다보는 전략도 좋다고 한다. 저자는 시선을 피하지 않는 연습을 제안한다. 거울을 앞에 두고 불편한 상대에게 불편한 이야기를 하는 상상을 하면서 거울을 직시하는 것이다. '꿈 코치'로 강연을 할 때는 수강생들에게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는 아이템이겠지만, 스스로 이런 연습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저 상대방의 콧날을 바라보는 연습을 하는 게 나아 보인다.

무의식적인 행동도 상대에게 부정적 신호를 보낸다. 팔꿈치를 괴는 것은 물론, 팔짱을 끼거나,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고개를 끄덕이거나, 팔다리를 흔드는 등의 행동이 그렇다. 나는 팔이 공중에 떠 있는 느낌이 불편해서 종종 팔짱을 끼곤 하는데, 이것이 '방어 자세'의 일종으로 상대방을 믿지 않는다는 신호를 내뿜으니 조심하라는 충고를 여러 번 들었다. 고치려고는 하는데, 습관이란 역시 무섭다. 이 책에서 다시 한 번 지적 받았으니 더 세심히 자신을 관찰하면서 나쁜 습관을 고쳐야겠다.

말의 내용

저자는 심리학자 아들러의 '공동체 감각'을 3원칙으로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다르게 표현하면, 행복하기 위한 조건이다.
1. 자신을 좋아한다.
2. 타인을 신뢰할 수 있다.
3. 자신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 (136쪽)

따라서 대화 상대방이 저 세 가지를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면, 상대방은 행복해지고, 둘 사이에는 좋은 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경청하면, 상대방은 내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느끼게 된다.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느낌을 전달하여, 상대가 나를 신뢰하도록 한다.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하려면, 말의 내용과 말투와 표정이 일치되게 하면 된다. 간단한 일이다.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되니까.

칭찬하는 말을 건네면, 상대방은 자신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느끼면서 행복해할 것이다. 직접 칭찬하는 것은 쑥스러우니, 제삼자의 칭찬을 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른 사람의 칭찬을 전하면서, '나도 같은 생각'이라고 덧붙이면 어떨까?

공통의 관심사가 될 만한 화제로 대화를 시작하면, 빠르게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다. 저자는 친절하게도 공통의 관심사가 되기 쉬운 화제 열 가지를 부록에서 제시한다.
1. 최근 들어 알게 된 재미있는 일이 있나요?
2. 요즘 빠져 있는 취미가 있나요?
3. 바빠 보이는데 휴가는 갔다 왔나요?
4. 뭔가 운동하시나요?
5. 아이가 몇 살인가요?
6. 참가하는 동호회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나요?
7. 요즘 어떤 일에 몰두하고 있나요?
8. 가계부는 쓰시나요?
9. 집이 어느 쪽이라고 했죠?
10. 최근 회사 내 보안이 엄격해졌네요. (208~209쪽, 요약 발췌)

오늘 당장 하나라도 실천해 보자. 아침에 집을 나오기 전에 거울을 한 번 보며 웃는 표정을 연습하고, 앉아서 일하는 중에는 자세가 바른지 가끔 확인해 보자. 아직 사이가 어색한 회사 동료에게는, 공통의 관심사로 가벼운 대화를 시도해보자. 

책 한 권 읽고, 새로운 것 하나를 실천한다.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사는 길이다.

뻔뻔하게 말해도 호감을 얻는 대화법

후지요시 다쓰조 지음, 박재영 옮김, 힘찬북(2018)


태그:#잡식성 책사냥꾼, #<뻔뻔하게 말해도 호감을 얻는 대화법>, #바디랭귀지, #표정 , #동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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