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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의점 앞에 생수병이 쌓여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여름에 자주 보인다. 시중에서 파는 생수병 대부분에는 '직사광선이 없는 곳에 보관하시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올여름 서울 최고기온은 39.6℃였다. 밖에서 보관해도 괜찮은지 의문이 생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13년 생수병에 직사광선을 차단할 수 있는 포장 재질을 사용하도록 하는 개선안을 발표했지만, 현재 생수병 포장에 관한 제도는 없는 상태다.

대부분의 생수병은 페트(PET)병이다.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는 가볍고 강도가 높아 여러 곳에서 사용된다. 하지만 PET를 만드는 과정에서 인체에 해로운 화학물질이 생성된다. 대표적으로 안티몬(Antimony), 아세트알데하이드(Acetaldehyde), 폼알데하이드(formaldehyde)가 있다.

이 물질들은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발암물질로 다량을 흡입하거나 섭취하면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각각의 유해물질 검출기준을 정해서 생수병을 관리하고 있다. 생수병 속에서 검출되는 유해물질들은 모두 기준치 이하다. 하지만 잘못된 생수병 보관 및 유통방법은 비록 안전범위 내 일지라도 생수병 내 유해물질의 농도를 증가할 우려가 있다. 온도, 자외선, 보관 기간, 병의 재질 등의 영향으로 유해물질의 농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제작되는 페트병의 90%에는 안티몬이 촉매제로 사용된다. 값이 싸고 용기를 투명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안티몬의 수돗물 및 먹는샘물의 수질 기준을 20ug/L, 유럽연합은 5ug/L로 정하고 있다. 식약처는 먹는 샘물을 담는 용기의 안티몬 용출기준을 40ug/L로 정해 관리하고 있다.

먹는샘물을 PC(Polycarbonate) 용기와 PET 용기에 담아 비교한 결과, PC 용기에 담긴 샘물의 55%, PET 용기에 담긴 샘물의 100%에서 안티몬이 발견됐다. PET 용기에서 안티몬이 생기는 것을 알 수 있다. PC 용기에서 안티몬이 검출된 이유는 일반 샘물에도 자연적으로 생성된 안티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PET 용기에 정제수를 넣고 25℃와 45℃에서 일반적인 생수 유통기한인 180일 동안 보관한 실험 결과, 25℃에서 안티몬의 평균 농도는 0.9ug/L~ 1.09ug/L였고 45℃에선 4.85ug/L~4.87ug/L였다. 45℃에선 유럽의 안티몬 수질 기준인 5ug/L에 근접했다. 온도가 높을수록 PET에서 많은 안티몬이 검출되는 것이다. 안티몬은 180일까지 계속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자외선은 안티몬의 농도변화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국내 유통 먹는 샘물 중의 안티몬 함량 및 용기 이행 특성, 허유정 외, 2014)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술의 주성분인 에탄올의 대사 분해 과정 중 생기는 숙취 원인물질이다. 섭취했을 때 효과는 불분명하여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적절한 수질 기준을 설정하지 못했다. 식약처는 아세트알데하이드 용출규격을 6000ug/L 이하로 설정하고 있다.

갈색 유리병과 페트병을 25℃와 50℃에서 최대 182일 동안 보관하는 실험 결과, 온도가 올라갈수록 페트병의 샘물 아세트알데하이드 농도는 증가했다. 갈색 유리병의 샘물은 온도에 따른 변화가 거의 없었다. 50℃에서 페트병의 샘물 아세트알데하이드 평균 농도는 30.7~220.8ug/L로 갈색 유리병의 샘물 아세트알데하이드 평균 농도 9.6~22.1ug/L보다 최대 10배 높았다.

자외선을 쏘인 페트병은 쏘이지 않은 페트병에 비교해 최대 1.6배의 아세트알데하이드를 더 생성했다. 아세트알데하이드 검출량은 모두 식약처의 관리기준 범위 내 있지만, 아세트알데하이드 농도가 높아지면 생수병에서 이상한 냄새가 날 수 있다. (PET 용기 내 아세트알데하이드 발생 저감 방안 연구, 기효석, 2016)

식약처는 폼알데하이드 용출기준을 4000ug/L로 규정한다. 페트병과 갈색 유리병을 25℃와 50℃에서 180일 동안 비교하는 실험 결과, 페트병의 샘물 폼알데하이드 농도는 25℃일 때보다 50℃일 때 최대 4배 이상 증가했다.

50℃에서 페트병의 샘물 평균 폼알데하이드 농도는 5~66ug/L였고, 갈색 유리병의 샘물 평균 폼알데하이드 농도는 4~9ug/L였다. 갈색 유리병 내 폼알데하이드의 농도는 온도 변화에 따라 미량 증가했지만 거의 변화가 없었다. 폼알데하이드 역시 아세트알데하이드처럼 온도, 자외선, 병의 재질에 영향을 받았다.

물의 오존처리 여부도 폼알데하이드 농도에 영향을 미쳤다. 오존처리를 하지 않은 물(natural mineral water)보다 오존처리를 한 물(mineral water)에서 폼알데하이드가 더 많이 발견됐다. (먹는 샘물 보관 기간에 따른 formaldehyde 및 acetaldehyde의 농도변화, 이연희 외, 2011)

생수병에서 검출되는 유해물질은 안전범위 내에서 잘 관리되고 있다. 하지만 온도, 자외선, 보관 기간, 병의 재질 등에 따라 유해물질은 분명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비록 인체에 해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증가하더라도 잘못된 생수병 보관과 유통방법으로 시민들은 불필요한 유해물질을 섭취하는 것이다.

생수병을 보관할 때는 햇빛이 비치지 않는 서늘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 편의점 등에서 생수병을 바깥에 진열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홍보가 필요하다. 유통기한 내라도 될 수 있으면 빨리 마시는 것이 좋다. 유해물질이 나오지 않고 자외선을 차단할 수 있는 재질의 병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어렵다. 최소한 생수병을 유통하거나 보관할 때 자외선을 차단할 수 있는 재질로 포장해야 한다. 일본은 생수병을 종이상자에 넣어 유통한다.

유해물질의 안전한 기준 수치는 과학기술이 발달해 더 낮아질 수 있다. 생수병 속 유해물질 농도는 안전범위 내이지만 분명 개선될 여지가 있다. 관련 정책이 필요하다.

태그:#생수, #페트병, #환경호르몬, #유해물질, #플라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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