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일각에서는 대입 학생부종합전형의 경우, 각 대학별로 평가기준이 공개되지 않아 그 폐단이 적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이 아닌 지역의 경우 일선 교사나 학부모를 중심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의 긍정적인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수능시험은 고액 과외가 가능한 강남 재수생에게 유리하지만 학생부종합평가는 교과과정에 충실한 시골학생들에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고명환 충남교육연구정보원 교육연구사에게 충남 학생들의 진학지도 현황을 들어 봤다. 고 연구사에 따르면 충남의 학생들은 70%정도가 수능이 아닌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편집자 주]
 

진로진학 분야에 있어서 충남은 특화된 곳이다. 충남교육청은 지난 2016년부터 충남교육연구정보원에 진로진학 교육을 진두지휘하는 전담부서를 설치했다. 교사들을 중심으로 진학교육학습공동체를 꾸리고, 5천 건의 수시 면접 자료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한 것은 '충남형 진로진학 교육'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고명환 충남교육연구정보원 교육연구사는 "보통은 진학지도라는 말을 많이 쓰지만 개인적으로 충남의 경우 충남형 진학교육이라는 말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달, 충남교육연구정보원에서 진로진학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고명환 교육연구사를 만나 봤다. 고명환 교육연구사는 서산과 금산에서 21년간 교사 생활을 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고명환 충남교육연구정보원 교육연구사. 사진은 충남도 교육청 장삼순 주무관이 촬영했다.
 고명환 충남교육연구정보원 교육연구사. 사진은 충남도 교육청 장삼순 주무관이 촬영했다.
ⓒ 장삼순 충남교육청 주무관

관련사진보기

 

- 충남교육연구정보원에서 일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2000년도 금산여고에서 처음 고3 담임을 했다. 고3 담임을 맡은 지 2년 차부터 진로진학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지난 2008년도의 일이다. 그다지 성적이 좋지 않았던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경찰행정학과에 가고 싶어 했다. 하지만 실력이 조금 모자랐다. 열심히 알아보니 그 아이의 성적으로도 진학할 수 있는 학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결국 그 아이는 경찰행정학과에 합격했다. 그 아이가 경찰이 되어 내 앞에 나타났을 때 큰 보람을 느꼈다. 진로진학 문제에 있어 교사의 생각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의 생각도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그때 깨달았다."

- 충남교육청이 아닌 충남교육연구정보원에서 진로진학 분야를 전담하고 있다. 이례적으로 보이는데, 어떤 장점이 있나.
"전국적으로 보면 교육연구정보원에서 진로진학업무를 맡고 있는 시도는 서울과 충남 두 곳뿐이다. 연구정보원에서 진로진학을 전담할 경우 가장 큰 장점은 현장지원이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교육청은 민원 업무를 처리하고, 감독과 지도 업무를 주로 한다. 반면 연구정보원에서는 현장 중심으로 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연구정보원에서는 현장 지원을 거의 1주일에 2~3회 정도 나간다. 현장을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도 곧바로 피드백 받는다."

학생부 종합전형, 학교 서열 깨는데 일조

- 충남 교육연구정보원에서 2년 동안 진로 진학 분야를 전담해 왔는데, 나름의 성과가 있었을 것 같다.
"충남교육청이 발표를 꺼리고 있지만 사실 주요 대학의 입학생 수가 늘었다. 요즘의 대입은 수능뿐 아니라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고 열심히 한 학생들이 그것을 기반으로 대학에 갈 수 있는 시대이다. 학생부중심 전형 즉, 학생부교과라든지 학생부종합전형이 활성화되어 있다. 특히 충남 학생들은 수능보다는 학교생활을 열심히 해서 원하는 대학교에 진학하는 비율이 상당히 많이 늘었다. 사실 대입 수시의 경우 학교 간 서열이 거의 없다. 이를테면 수시에서는 서울대를 붙었다고 해도 충남대는 떨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이 오히려 학교 간 서열을 깨고 있다."

- 충남에서는 153명의 교사들이 진학교육지원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교사들은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형태로 활동하고 있나.
"교사들은 너나들이학습공동체라는 기본과정을 거쳐야 진학교육지원단에 선발될 수 있다. 선발된 교사들은 1년에 7~8차례 정도의 자체 연수를 받아야 한다. 수시 쪽에 비중을 두고 연수 진행한다. 연수에서는 학생부종합전형의 방향, 2015개정 교육의 방향 등에 대해 공부한다."

- 진학 상담에서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대학에 진학하는 방법은 학생부교과와 학생부종합 등과 같은 수시가 있고 또 정시도 있다. 아무래도 정시 상담은 점수에 맞추어 진행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충남은 75% 정도의 학생들이 수시를 준비하고 있다. 충남 진로진학상담의 가장 큰 장점은 학생들의 성장과정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1학년 때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하면 학생부 종합전형이나 수시를 통해서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고3의 경우 아무래도 학생들에게 맞는 학교와 학과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데 집중하고 있다."

- 진로 진학 지도와 관련해 학부모들에 대한 교육도 중요할 것 같다. 이에 대한 계획 같은 것은 있나.
"사실 지금도 학부모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미즈 내일>이라는 주간지는 지난해 4차 산업시대의 진로진학지도에 가장 큰 걸림돌로 주입식 교육을 받은 학부모 세대를 꼽았다. 물론 학부모들 중에도 전문가들이 많다. 하지만 그분들도 여전히 과거의 수능과 학력고사의 입장에서 대입진학을 바라본다. 그러다 보니 아이를 학원 보내야 하고, 12시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요즘은 이런 학부모들을 위해 입시 설명회가 아닌 진로진학 토크쇼를 진행한다. 기조 강연은 10분 정도로 최소화하고, 학부모들의 질문을 받는 형태이다. 전문 패널들이 학부모들의 궁금증에 대해 답하는 방식이다. 올해부터는 진로진학토론마당도 도입했다. 학교에 직접 찾아가 그 학교 상황에 맞는 진로진학토론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부종합전형에 문제가 있다면 폐지가 아니라 개선해야"
 

- 각 대학 마다 수시 모집 요강이 다를 텐데, 진로 상담 교사들은 각 대학의 정보를 어떻게 취합하고 있나.
"진로진학 상담교사들에게는 학생들을 상담하는 것 자체가 큰 공부이자 역량을 키우는 일이다. 상담을 통해서 학생들이 실제로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직접 해답을 찾고 있다. 또 상담 교사들끼리 상담 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취합하고 공유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교사들의 역량이 커지고 있는 것 같다. 지난해부터는 면접후기자료집도 만들고 있다. 학생부종합전형과 수시모집이 증가하면서 학생들의 말하기 즉, 면접 능력이 중요해 졌다. 물론 모든 내용을 책에 담는 것은 한계가 있다. 때문에 면접후기 자료와 그 결과를 모아 전국 최초로 전산화했다. 현재 각 학교에 배포가 되어 있는 상태이다."

- 일각에서는 학생부종합전형을 비판하는 의견도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이 지닌 장점을 설명해 달라.
"EBS 문제집을 풀고, 늦은 밤까지 자습을 하는 것이 과연 학생들에게 권할만한 삶인지를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21세기의 역량은 단순히 문제집을 푸는 것으로는 쌓을 수 없다. 요즘학생들에게는 독서와 토론 등 서로 협력하고 함께 활동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수능의 경우 아무래도 재수생과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학생부종합전형에 쏟아지는 비판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학생들의 행복권을 생각해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를 판단해야 한다. 불과 몇 년 전에도 수능시험과정에서 입시 부정과 휴대폰 불법사용 사태까지 발생한 적이 있다. 그때도 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했지, 수능자체를 없애자는 논의는 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학생부종합전형이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개선하고 상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수능 시험 시대로 회귀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지는 않다."

덧붙이는 글 | 충남교육청에서 발행하는 충남교육 147호에도 실린 내용입니다.


태그:#고명환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